그동안 업계의 회의적인 시각을 한몸에 받았던 핀란드의 신생 배터리 기업 도넛 랩(Donut Lab)이 자사의 전고체 배터리 성능을 증명해냈다. 24일(현지시간) 도넛 랩은 핀란드 국영 VTT 기술연구소가 실시한 독립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며,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과제인 초고속 충전과 열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음을 공식화했다.
이번 테스트에서 도넛 랩의 배터리 셀은 11C(배터리 용량의 11배 전류로 충전)라는 극한의 조건에서 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단 4.5분이 걸렸다. 완충(100%)까지는 약 7분이 소요됐으며, 충전 후 방전 테스트에서도 초기 용량의 99% 이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놀라운 내구성을 보였다. 이는 일반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가 고속 충전 시 급격한 성능 저하를 겪는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냉각 장치 없이도 버틴 '열 관리'의 혁신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의 '성배'로 불리는 이유는 액체 전해질이 없어 화재 위험이 현저히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도넛 랩의 배터리는 수동 냉각 판만을 사용한 가혹한 조건에서도 표면 온도가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조절됐다. 특히 별도의 능동형 냉각 시스템 없이도 고출력 충전을 견뎌냈다는 점은 향후 전기차 팩 설계의 간소화와 비용 절감에 큰 이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도넛 랩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빌레 피포(Ville Piippo)는 "기존 전고체 배터리들이 충전 시 15~20%의 부피 변화를 겪어 높은 압축력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우리 배터리는 특별한 압축 장치나 복잡한 냉각 시스템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고체 배터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양산화와 팩 구성의 복잡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회의론 뚫고 양산 눈앞... 전기차 시장 게임 체인저 될까
도넛 랩은 이번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I Donut Believe(난 믿지 않아)"라는 이색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며 그간의 '사기설'과 '스캠설'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급 준비를 마쳤으며, 올해 1분기 중 핀란드의 고성능 전기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버지(Verge)의 신모델에 이 배터리를 탑재해 고객에게 인도할 계획이다.
물론 10만 회에 달하는 충전 사이클 수명 등 모든 주장이 완벽히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인 VTT를 통해 충전 성능을 입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업계의 판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5분 주유와 맞먹는 5분 충전 시대가 실험실을 넘어 실제 도로 위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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