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코리아가 발표한 준대형 SUV 모델 필랑트(Filante)가 공개됐습니다. 새로 공개된 필랑트는 전장ⅹ전폭ⅹ전고가 4,915ⅹ1,890ⅹ1,635(mm) 이고 휠베이스는 2,820mm로 E-세그먼트, 즉 준대형의 차체 길이를 보여줍니다.
쏘렌토의 크기가 4,810ⅹ1,900ⅹ1,700(mm) 이고 휠베이스는 2,815mm인 것과 비교하면 길이는 거의 100mm 길지만 폭은 10mm 좁고 높이는 65mm 낮으며, 휠베이스는 5mm 길기 때문에 더 길고 낮은 역동적 비례입니다.
쏘렌토보다 약간 더 큰 싼타페와 비교해도 여전히 필랑트가85mm 길고, 폭은 10mm 좁고 높이는 95mm낮지만, 휠베이스는 5mm 길어서, 필랑트가 낮고 날렵한 비례라고 할 것입니다. 이정도의 치수 차이라면 크고 작기를 논하기보다는 성격이 어떤 방향인가를 논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필랑트의 측면 이미지를 보면 꺾여 올라간 벨트라인과 크게 기운 테일 게이트 유리 경사, 그리고 돌출된 테일 램프 등으로 매우 역동적인 인상입니다. 마치 새총을 힘껏 당겨 놓은 듯한 인상으로,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듯한 차체 자세를 보여줍니다. 도어 패널의 중앙부 라인에 경사진 선으로 각을 주고 재질과 색을 달리한 가니시 패널을 붙여 놓아서 현대 싼타페의 직선적이고 상자 형태인 이미지와 확연한 대비를 보입니다.
앞 얼굴의 인상은 더더욱 극적인 차이를 보여줍니다. LED가 들어간 육각형 하우징이 두개씩 돌출된 헤드램프 디자인을 비롯해서 르노의 로장주 엠블렘 모티브의 그래픽으로 디자인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주간주행등 디자인은 흡사 전위예술품 같은 인상도 줍니다. 프랑스 브랜드다운 예술적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타사의 차량들 역시 최근에는 LED를 활용한 전위적인 성향의 전면 디자인을 보여주지만, 필랑트의 앞모습은 결이 다른 감각을 보여줍니다.
뒷모습 역시 감각적으로 다름을 강조한 인상입니다. 독립적으로 돌출된 LED 테일 램프와 뒤 유리 위쪽의 루프 스포일러, 그리고 테일 게이트를 고광택 블랙 가니시 패널로 마무리한 처리는 어딘가 SF 영화 속의 우주선 같은 인상도 줍니다.
A-필러 아래쪽의 앞 펜더로 이어지는 부분의 알피느 엠블렘이 새겨진 가니시도 차를 향해 다가갈 때마다 알피느의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할 걸로 보입니다.
최근의 신형 유럽 승용차들 중에는 B-필러 가니시의 검정 패널 아래쪽에 브랜드 로고를 가까이 다가섰을 때 보일 정도의 크기로 작게 새겨 놓은 걸 보게 되기도 합니다.
날마다 무의식 중에 타고 내리는 자신의 차에서 간혹 브랜드를 시야에 스치게 만들어서 일종의 각인 효과를 위한 디자인적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소입니다.
A-필러 아래쪽의 알피느 엠블렘 역시 그런 걸 의도한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브랜드들이 점점 더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거나 알리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필랑트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르노의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와 같은 구성입니다. 세 장의 디스플레이 패널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독립형 클러스터와 아울러 수평 기조로 구성된, 그래서 센터 패시아 패널과 조수석 디스플레이 패널이 일렬로 배열된 구성입니다.
1열 좌석은 헤드 레스트를 뗄 수 없게 일체형으로 만들었고, 마치 레이싱 머신의 버킷 시트 같은 형태로 디자인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알피느 엠블렘을 헤드레스트 아래에 또… 새겨 놓았습니다.
2열의 시트는 헤드레스트를 분리할 수 있을 걸로 보이기는 하지만, 역시 레이싱 버킷 시트 같은 인상으로 디자인해 놓았습니다. 게다가 뒤 시트의 시트 자체의 구조와 형상은 3인석의 벤치 시트이지만, 등받이와 쿠션의 가운데 부분을 검은 색 가죽으로 색을 달리해서 마치 두 개의 독립된 버킷 시트처럼 보이게 디자인해 놓았습니다. 이것 역시 고성능 알피느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피느 엠블렘은 앞 콘솔에도 있습니다. 센터패시아 아래쪽에 시동 버튼과 비상등 버튼, 그리고 공조 버튼을 모아 놓은 아래에 ‘에스프리 알피느 1955’ 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1955년의 알피느 우승을 상징하면서도 알피느 사양 1955대 한정 생산을 의미하는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득 시동 버튼 옆에 비상등 버튼이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제가 쓰는 노트북 중에서 한 기종은 놀랍게도 삭제(delete) 버튼의 옆에 같은 크기와 색상의 일렬 배치로 전원 버튼을 만들어 놓아서 워드 작성 중에 삭제 버튼을 누르다가 옆에 있는 전원버튼이 눌려 전원이 꺼져버리는 ‘사고(!)’가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노트북이 꺼지는 것이니 생명이 달린 사고는 아니지만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인터페이스입니다.
자동차의 비상등 버튼은 물론 비상 시에 누르기 위한 것이지만, 운전 중에도 비상등을 켜야 하는 일이 의외로 자주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급히 눌러야 할 때 손을 뻗어 누르다가 시동을 꺼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상등을 켜려다가 정말로 비상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배치가 아닐까요? 바로 위쪽의 두 개의 중앙 송풍구 사이에 비상등을 만들어 놓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원가는 더 높아지긴 하겠지만요…
바퀴는 245/40 R20 규격의 건장한 크기입니다. 역동적인 측면 뷰에 일조하는 것이 바로 이 커다란 바퀴이기도 합니다. 르노는 필랑트 라는 이름의 전기동력 콘셉트카로 주행거리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르노는 F1에서도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새로운 르노 필랑트가 우리나라 중형~준대형 SUV 시장에서 선택의 폭 확대와 아울러 다양성을 통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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