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이란 전쟁은 세계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우리의 대비도 이제는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프로젝트와 직결되는 사항들이 포함된다.
이번 전쟁이 가속시키는 세계의 변화는 일극 체제의 종말이다. 서서히 쇠퇴하던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가 가속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의 대 중동 영향력의 약화, 그리고 미국의 단기간에 집중된 국력 소모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미국의 일극 체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역량 가운데 중요한 두 가지가 이번 전쟁으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첫번째는 미국 달러의 절대적 기축 통화 체제의 약화다. 미국은 중동 각국에 군사 기지를 운영하면서 군사적 안보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이번 이란 전쟁에서 이란의 타격 목표가 바로 바로 그 미군 기지들이었던 것. 사드 대공 레이더와 같은 최우선 전략 자산의 피격 등 미군의 직접적 피해도 있었지만 미군 기지를 위한 토지와 인프라를 제공했던 나라들이 직접 피해를 본 것이 커다란 충격이었다. 요컨대 미국이 더 이상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분쟁에 휩쓸릴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동 안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이유는 페트로 달러, 즉 미 달러 기반의 중동산 원유 대금 결제 시스템이다. 더 이상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지 않는 미국이 여전히 중동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이번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의 실체를 확인했고 미국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중동 국가들은 미국 일변도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국의 대안으로 검토될 나라들은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다. 특히 이란 원유의 최대 고객인 중국은 이미 중국 위안화를 결재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 등 미국의 전통적 맹방들도 프로젝트 앰브릿지를 통하여 미 달러를 우회하는 대금 결재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이번 전쟁을 통하여 이와 같은 탈 달러 움직임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미국이 군사력을 집중 투사하였음에도 장기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미국의 국력 소모를 가져오고 군사력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점도 미국의 일극 체제 약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은 개전 초기 6일동안 113억 달러의 군비를 집중 투입했으며 지금도 하루에 약 5억 달러를 소모하고 있다. 즉, 우리 나라 돈으로 매일 조 단위의 군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 그리고 미 의회에 2천억 달러 규모의 대 이란 전쟁 예산 증액을 요청하였는데 이것은 연간 미 국방비의 4분의 일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그런데 이처럼 막대한 국방비를 사용하고도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한다는 현실이 미국 군사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이 더 뼈아프다. 여전히 세계 최강이기는 하지만 미군의 군사력이 걸프전 때처럼 결정력이 없다는 점이 드러난 것. 다시 한 번 아프카니스탄, 멀리는 베트남 전쟁처럼 미국이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보인다.
요약하자면 미 달러의 장악력과 군사력의 효용성이라는 패권 국가로서의 두 가지 핵심 역량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미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 미국은 미 국채 이자 비용으로 매해 1조 달러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심각한 상태다. 그리고 이번 이란 전쟁을 통하여 미국의 건강과 영향력이 악화된다면 국채 이자율은 높아질 것이고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즉, 미국의 국력 소모는 가속화된다는 뜻이다.
동맹의 자본과 제조업 역량을 반 강제로 수혈 받으려던 미국의 트럼프 발 관세 정책과 그 이전부터 추진되었던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은 어떻게 될까? 공평하지 못하다는 근본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은 미 달러의 영향력과 미국 시장 등의 가치를 보고 인내하며 참여해 왔었다. 하지만 이번 이란 전쟁으로 미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쇠퇴한다면 일정 수준의 재검토는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효용성과 영향력의 감소가 근본적 원인인 것이다.
미국 일극 체제의 세계 질서는 서서히 다극 체제로 변화중이었다. 미국 스스로도 나토에서 발을 빼는 등 미주 대륙 중심으로 자신의 역량을 재배치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대 이란 전쟁을 계기로 그 변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면 세계는 적잖은 혼란을 맞닦뜨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외풍에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이란 전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중동산 원유에 원유 공급의 70% 이상을 의존하고 있고, 수출입 해외 무역이 전체 GDP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방 최강의 제조업 생태계를 갖고 있지만 에너지 및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동맹인 미국과 지역적 – 경제적으로 가까운 중국 사이에서 미묘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미묘한 지정학적 구도에 놓여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표적인 정책은 귀가 아프도록 들어 온 ‘다변화’와 ‘내재화’일 것이다.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 그나마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이전의 90% 수준에서 그래도 낮아진 것이기는 하다. 수출 시장 다변화는 수치적으로는 잘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지지만 자동차가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것, 여전히 반도체 등 중간 제품 의존도가 높은 것 등 보완할 여지가 많다.
그런데 에너지 공급선과 수출입 시장 다변화에는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 미국의 대 러시아 및 중국 제재와 같은 국제 정치적 판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시장 논리 이상의 요소가 작용한다. 따라서 요즘과 같이 세계 정치 구도가 격변하는 시대에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즉,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기도 쉽지 않고, 제대로 실현된다는 가능성도 낮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근원적 처방은 내재화 비율을 높이는 것일 것이다. 에너지에서는 재생 에너지의 비중 확대, 경제에서는 내수 시장 확대, 자원에서는 도시 광산을 통한 원료 재활용 확대와 수입 의존 원료의 대체품 개발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레버리지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이다. 자동차, 이차전지, 반도체, 그리고 조선업 등 전통적으로 각광을 받아오던 분야에 더하여 최근 우리 나라 방위 산업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오랜 평화 시대에 쇠퇴한 서방 국가들의 방위 산업에 대조되는 휴전 국가 대한민국의 아이러니. 그리고 지난 몇 해 동안 주요 고객으로 부각된 중동 국가들에서 공교롭게도 천궁-2가 이란 미사일과 드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면서 실전 검증까지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3월 25일은 KF-21 전투기 양산 1호기가 출고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 나라는 역량의 내재화를 통한 경제 체질의 안정성 확보가 시급하다. 그리고 다행이도 실현 가능성을 높여 주는 서방 최고의 제조업 기반과 반도체와 모빌리티, 조선, 방위 산업 등 초강세 산업 분야를 갖고 있다는 기회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프로젝트는 그 중요성이 이제 훨씬 더 커졌다. 에너지 내재화를 통한 자립 구조, 제조업의 고도화, 그리고 견고한 사회 인프라 구축을 통한 지역 자립 및 소비력 확대라는 내수 시장의 성장 등을 꾀할 수 있는 ‘내재화 모델’이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통한 재생 에너지 생산, 수전해 시설을 통한 수소 생산과 이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수소 기반 수변 도시와 수소의 외부 판매를 통한 수익 모델화는 에너지 자립의 가능성을 실증한다. 그리고 재생 에너지로 구동되는 AI 데이터 센터와 로봇 팩토리는 우리 나라 제조업 기반의 고도화, 그리고 우리 나라 제조업의 취약점으로 여겨졌던 RE100 달성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새만금 수변 도시와 유입된 중소기업과 인력들은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강력한 소비력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내수 시장 확대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산업 영역을 망라하는 그룹내, 및 사촌 기업군들을 갖고 있다. 대표적 유관 업종의 예가 방산 기업인 현대 로템, 사촌으로서 에너지와 조선 해양, 기계산업이 주력인 HD현대, 자동차 관련 분야를 갖고 있는 HL그룹 등일 것이다. 이 역량들을 종합한다면 에너지부터 사회 인프라, 제조업을 망라하는 자립형 생태계를 구축할 역량을 범 현대가는 갖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현대백화점그룹과 KCC그룹 등이 역량을 더하면 견고한 생활의 지속 가능성도 직접 구축할 수 있다.
기업이 앞장서서 새로운 산업과 사회의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주도의 사회 및 산업 재편 시도도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우리의 시간표를 더 앞당겨야 할 구체적 이유가 되고 있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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