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북한은 연간 4,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당시 불과 65대에 그쳤던 남한보다 오히려 앞선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60년이 흐른 2024년, 그 숫자는 완전히 역전됐다. 남한이 연간 420만 대를 생산하며 세계 5위권 자동차 강국으로 성장한 반면, 북한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1,000~2,00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유 대수 역시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남한이 2024년 기준 약 2,500만 대를 넘어선 반면, 북한은 약 20만 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산업은 철강·전자·화학 등 제조업 전반의 역량이 집약된 분야다. 북한의 자동차 생산 현황은 곧 북한 산업 전반의 현재를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현재 파악되는 북한의 주요 자동차 공장은 크게 여섯 곳으로 나뉜다.
가장 규모가 큰 승리자동차종합공장(구 덕천자동차공장)은 평남 덕천에 위치하며 부지 25만㎡, 종업원 2.5만 명 규모다. 백두산호(승용차), 충성호(마이크로버스), 군용 트럭과 포차, 수륙양용차를 생산하며 북한 자동차 산업의 핵심 거점이다. 그러나 연간 생산량은 설비 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은 평남 남포에 자리잡고 있다. 1998년 남북 합작으로 설립돼 2012년까지 공동 운영되다가 2013년부터 북한 단독 경영으로 전환됐다. 연간 1만 대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 생산은 1,0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4년에는 이 공장이 240mm 방사포 이동식발사차량(TEL) 생산 시설로 전용됐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자동차 생산 거점으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평성자동차공장(3.16공장)은 연산 2,500대 규모로 경쟁69호, 69-나냉, 태백산호, 장강차, 지프차를 생산하며, 청진버스공장은 집산-86호, 집산-88호 버스를 연간 1,300대 규모로 만들어낸다. 이 외에도 평양무궤도전차공장, 3월30일공장, 함남연결차공장, 금평합명회사, 평운종합합영회사 등이 가동 중이다.
북한 완성차의 대부분은 중국으로부터 반제품(SKD) 또는 완전분해(CKD) 상태로 수입한 뒤 재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자동차 부품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자동차 공업 기술 수준은 한국의 1960년대 후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과거 평화자동차는 이탈리아 피아트와 중국 브릴리언스 오토, FAW 등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생산하고 '배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자국 브랜드로 판매했다. 그러나 이제 그 방식마저 구식이 됐다. 배지 엔지니어링으로 평화자동차로 둔갑해 팔던 시절은 이미 지났으며,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아예 직접 북한에서 판매에 나서고 있다. FAW 토요타 차량들이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고, 상하이자동차·창안자동차 등 중국 자체 브랜드의 신형 차종들도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핵심 부품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된 구조적 취약성은 국제 제재 수위에 따라 생산 가동률이 널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에너지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만성적인 유류 부족으로 목탄 가스차가 지방에서 여전히 운행되고 있으며, 평양을 중심으로 전기버스와 전기차 보급을 선전하고 있으나 전력 인프라 미비로 현실적 한계는 명확하다.
북한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자동차의 사적 소유가 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2024년 말에서 2025년 초 사이 북한은 '개인자동차이용법'을 개정해 주민들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는 절차를 명문화하고 상속권까지 법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이 법은 가구당 차량 한 대로 소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지난 해 2월부터 8월까지 평양에서 2,000대가 넘는 개인 차량이 목격됐다. 그 중 일부는 약 13,000달러에 판매됐고, 전기차를 포함한 대부분은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북한 체제에서 매우 이례적인 변화다. 자동차가 오랫동안 국가 배분의 영역에 속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성적인 물류난을 민간 자본으로 해결하려는 실용주의적 선택인 동시에 사회 통제 방식의 전환을 시사하는 변화이기도 하다.
북한의 전기차 관심은 2025년 들어 더욱 가시화됐다. 북한은 마두산 상표를 내세운 전기차를 공개하고 평양 화성거리에 마두산 전기자동차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마두산 전기자동차를 수입·판매하는 마두산 경제연합회는 해외 전기차 생산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수입과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공개된 영상에서 최대 주행 거리는 720km로 소개됐다. 그러나 차량 외관은 BYD의 '한' 모델과 유사하며, 자체 생산이 아닌 수입 방식임이 유력하다.
고위층의 이동 수단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2024년 24년 만에 방북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러시아 최고급 리무진 아우루스를 또 한 대 선물했으며, 두 정상이 번갈아 운전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북러 군사·경제 밀착의 심화 속에서 러시아산 SUV와 승용차들이 북한 고위층 관용차로 확산되는 추세다. 다만 자동차를 북한에 선물하는 행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e-모빌리티협의회(GEAN)는 지난 25일 제주신화월드에서 '2027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PIEVE) 추진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실질적인 민간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PIEVE(Pyongyang International Electric Vehicle Expo)'는 2027년 9월 평양 과학기술전람관 및 국제무역전람관을 중심으로 평양 본행사, 원산 갈마지구 부대행사, 삼지연 부대행사를 연계하는 대규모 국제 전기차 행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슬로건은 '현재에서 미래로 함께 가는 탄소 없는 전기차(Carbon-Free Mobility From Now to the Future, Together)'. 예산 규모는 약 115억 원이며, UN, ADB, GCF, UNIDO 등의 후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양에서 620km 거리에 위치한 삼지연까지 이어지는 행사 구성이나, 원산~평양 172km 전기차 랠리 코스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충전 인프라 현황이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을 감안하면, 이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1965년 북한과 남한은 자동차 생산에서 사실상 비슷한 출발선에 서 있었다. 북한 4,000대, 남한 65대. 그러나 60년이 지난 지금 두 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의 격차를 보인다. 남한이 현대·기아를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강국으로 도약하는 동안, 북한은 제재와 고립, 기술 단절 속에서 제자리를 맴돌았다.
개인 차량 소유 허용, 전기차 전시장 개설, 러시아·중국과의 협력 확대와 같은 변화들이 북한 자동차 산업의 진정한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제한적 개방에 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폐쇄된 철의 장막 뒤에서도 자동차를 향한 욕망은 천천히 그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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