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환의 과도기적 대안으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다시 꺼내 드는 가운데, 이 분야의 개척자였던 BMW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BMW는 과거 i3 REx를 통해 소형 엔진을 발전기로 사용하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지만, 현재는 순수 전기차의 기술적 진보가 EREV의 필요성을 상쇄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베른트 쾨르버 BMW 제품 총괄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기술적 준비는 되어 있으나 실제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현재 BMW의 최신 전기차 라인업은 WLTP 기준 500마일(약 805km) 이상의 주행거리와 400kW급 초급속 충전 성능을 갖추고 있다. 10년 전 i3 출시 당시와 비교하면 배터리 용량과 충전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14년 당시 80마일에 불과했던 주행거리를 보충하기 위해 오토바이 엔진을 얹었던 과거와는 시장 환경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경쟁사들의 EREV 공세와 BMW의 기술적 자신감
최근 현대차를 비롯해 스카우트, 램, 지프 등 주요 브랜드들은 충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EREV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엔진이 직접 바퀴를 굴리지 않고 배터리 충전만을 담당하는 이 방식은 하이브리드보다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 질감을 제공한다. BMW 역시 중국 시장을 겨냥해 X5나 7시리즈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쾨르버 총괄은 순수 전기차 모델이 판매 기대치를 밑돌 경우 EREV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기차 플랫폼에서 주행거리 연장형 모델을 파생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도전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BMW라는 브랜드 이름에 걸맞은 주행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엔진 가동 시 발생하는 소음이나 진동이 BMW 특유의 프리미엄 주행 경험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전제 조건이다.
인프라 개선과 기술 진보가 결정할 향후 방향
북미와 유럽의 충전 인프라는 과거보다 크게 개선되었으며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배터리 밀도가 높아지면서 굳이 무거운 엔진을 얹지 않아도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마즈다 MX-30 R-EV처럼 독특한 로터리 엔진을 활용한 사례도 있었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BMW는 고객의 이용 패턴과 시장 변화를 지속적으로 분석하며 다양한 기술의 잠재력을 검토하고 있다. EREV가 다시금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다면 대응에 나서겠지만, 현재로서는 완성도 높은 순수 전기차와 고효율 내연기관이라는 두 축을 유지하며 시장 추이를 살피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EREV의 부활은 소비자들의 실제 수요와 충전 환경의 완벽한 구축 시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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