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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동아

    자율주행, 왜 ‘도시 실증’이 필요한가…광주에서 해법 모색하는 이유

    2026.04.01. 13:10:49
    읽음409

    [IT동아 김동진 기자] 자율주행 기술이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간 차량에 탑재한 센서와 알고리즘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기술 흐름은 이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AI 활용’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단순히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도로 환경과 예외 상황을 학습해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는 방식이다.

    이 변화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전제를 바꿔놓고 있다. 더 이상 제한된 구간에서의 테스트만으로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실제 도로 환경에서의 대규모 데이터 확보가 기술 고도화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광주광역시 전역을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지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그간 시범운행지구 중심 실증은 늘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국내 자율주행 정책은 그동안 ‘시범운행지구’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2025년 12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 55곳이 실증 구역으로 지정됐고, 고속도로 전 구간 역시 테스트 환경으로 개방됐다. 제도 측면에서도 세계 최초 레벨3 자율주행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레벨4 성능인증제까지 도입하는 등 기반을 빠르게 구축했다.


    출처=국토교통부
    출처=국토교통부


    문제는 실증의 ‘양과 질’ 사이의 간극이다. 시범운행지구 수는 5년 사이 9배 이상 늘었지만, 실제 주행거리 증가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제한된 구간, 반복적인 환경에서의 테스트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 최근 자율주행은 다양한 상황을 학습하는 AI 중심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 경우 핵심은 특정 상황에서의 성능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예외 상황’을 경험했는지다. 교차로, 골목길, 보행자 밀집 구간, 야간과 악천후 등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의 데이터가 쌓이지 않으면, 기술 고도화에도 한계가 생긴다.

    결국 지금까지의 실증 방식은 ‘기술 검증’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상용화 단계로의 도약’을 만들기에는 부족했던 셈이다.

    美·中, 자율주행 서비스 확대…韓은 정체

    이 같은 한계는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드러난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자율주행 기술을 ‘서비스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로보택시가 실제 도심에서 운행되며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기술 개발과 동시에 서비스 운영을 병행하면서, 실도로 환경에서의 경험을 빠르게 쌓는 구조다. 일례로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Waymo)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레벨4) 기술을 바탕으로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운영한다. 피닉스와 샌프란시스코, LA 등 10여개 주요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규제 완화를 기반으로 도시 단위 실증에 박차를 가한다. 특정 구간이 아닌 도시 전체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며, 자율주행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바이두는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Apollo Go)를 베이징과 우한, 충칭 등에서 상용화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기술 고도화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반면 한국은 스타트업 중심의 기술 개발 구조 속에서 자율주행 레벨3 수준에 머무른 상태다. 완성차 업체들은 사고 책임과 브랜드 신뢰도 하락 우려로 자율주행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데이터 활용 규제 역시 여전히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처=국토교통부
    출처=국토교통부


    그 사이 축적된 누적 실증거리 차이는 데이터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25년 7월 기준 자율주행차 누적 실증거리는 미국 웨이모 1.6억km, 중국 바이두 1.0억km인 반면,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기술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집계해도 1306만km의 누적 실증거리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결국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실증 환경과 데이터 축적 규모의 차이가 기술 격차를 만든 구조다.

    그래서 ‘도시 전체 실증’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꺼낸 해법이 ‘도시 단위 실증’이다. 광주 전역을 하나의 테스트베드로 설정해 실제 시민이 이용하는 도로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하고,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전담기관으로 지정, 자율주행 기술 기업을 공모해 광주에서 실증을 진행할 3개 내외 기업을 내달 중 선정한다. 선정 기업에는 약 200대 규모의 실증 차량을 기술 수준에 따라 차등 배분, 주택가와 도심, 야간 환경 등 다양한 조건에서 운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초기에는 운전자가 개입하는 ‘유인 자율주행’으로 시작해, 기술 성숙도에 따라 ‘무인 자율주행’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남은 과제…기술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

    다만 도시 단위 실증이 곧바로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데이터 활용 규제 문제다. 자율주행 기술은 대규모 데이터 확보와 활용이 필수지만,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 규제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실증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도로에서 운행되는 만큼,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

    시민 수용성 역시 변수다. 자율주행 차량이 일상 공간에 들어오는 만큼, 안전에 대한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광주 실증도시는 단순한 정책 실험이 아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AI 기반 데이터 경쟁’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뒤처진 격차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위한 구조적 시도에 가깝다.

    그동안 한국은 제도 정비에서는 앞서 있었지만, 실제 도로 환경에서의 데이터 축적에서는 한계를 보여왔다. 도시 전체를 실증 공간으로 활용하는 이번 시도는 이러한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향 전환 시도로 평가된다.

    결국 자율주행 경쟁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현실을 학습했는가에 달려 있다. 광주에서 시작되는 도시 단위 실증이 그 격차를 좁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태그
    자율주행 도시 실증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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