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그룹이 3월 31일 앨라배마주 투스칼루사 공장에 2030년까지 총 40억 달러(약 5조 4,000억 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미국 시장의 핵심 차종인 SUV 라인업을 강화하고,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을 현지 생산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은 유럽산 수입차에 부과되는 15%의 관세가 결정적 배경이 됐다. 벤츠는 그간 독일 브레멘 등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주력 SUV 모델인 GLC를 향후 수년 내 앨라배마 공장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공급업체들과 함께 지역 기반의 공급망을 강화함으로써 제품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앨라배마 공장은 최근 누적 생산 500만 대를 돌파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GLE, GLS 및 전기 SUV(EQE, EQS)에 이어 GLC까지 아우르는 벤츠의 글로벌 SUV 핵심 기지로서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이드 인 USA 압박이 거세지면서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11월 향후 5년간 미국에 최대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켄터키와 인디애나 공장에 10억 달러를 우선 투입하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텔란티스 역시 작년 10월, 4년간 미국 시장에 130억 달러를 신규 투자해 5개의 신차를 출시하고 일리노이 벨비디어 공장을 재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 25년간 180만 대 수준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미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급감하며 글로벌 평균 감소폭(9%)을 상회했다. 전체 판매의 16%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벤츠는 고부가가치 모델인 SUV와 럭셔리 라인업의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벤츠는 앨라배마 투자 4억 달러를 포함해 향후 수년간 미국 전체 운영에 총 7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독일차의 자존심 벤츠가 관세 15% 앞에 결국 주력 모델 GLC의 생산 라인을 통째로 미국에 넘긴 것은 글로벌 분업 체계가 저물고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가 자동차 지형도를 재편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앨라배마 공장은 이제 내연기관과 전기차 EQ, 럭셔리카 마이바흐를 동시에 소화하는 복합 기지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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