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루마니아의 다치아(Dacia)에 이어 오늘은 중부 유럽의 국가 체코 국적의 브랜드 슈코다(Škoda)의 차량 디자인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영어 발음으로는 ‘스코다’로 읽히겠지만, 체코어 현지의 발음은 ‘슈코다’ 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것에 맞추어 여기에서도 슈코다로 표기하겠습니다. 슈코다 자동차의 시초는1895년에 창업한 ‘라우린 & 클레멘트(Laurin & Klement)’ 자전거 회사이며, 슈코다 자동차로 바뀐 뒤로는 1994년에 폭스바겐의 자회사가 됐다고 합니다.
한편, 슈코다 그룹이 설립된 것은 1869년으로, 창업자 에밀 슈코다(Emil von Škoda; 1839~1900)는 기계 기술자였으며, 1869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중공업 및 군수산업 회사를 세웠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벤츠가 가장 오래된 자동차회사라고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1800년대에 유럽에서 설립된 자동차회사는 다섯 군데 정도라고 하며, 그 중 한 곳이 오늘 살펴보는 체코의 슈코다 자동차입니다.
다른 4개 회사는 체코의 또 다른 회사 타트라(Tatra), 그리고 독일의 벤츠(Mercedes Benz)와 오펠(Adam Opel), 그리고 프랑스의 푸조(Peugeot) 등입니다. 이들은 모두 1800년대 후반에서 말경에 세워진 기업들입니다. 이들 중 타트라는 1998년에 승용차 제작을 중단했습니다.
다시 시초로 돌아가 살펴보면, 1895년에 자전거 제조사로 시작한 ‘라우린 & 클레멘트’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기아자동차가 3000리호 자전거 생산으로 시작한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한편 ‘라우린 & 클레멘트’는 이후 자동차 제조를 시작하지만, 1925년에 체코슬로바키아(1993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두 국가로 분리되기 전의 국가)의 대기업이었던 슈코다 웍스(Škoda Works; Škodovy závody)에 인수됐습니다.
그런데 슈코다 웍스는 앞서 설명한 1869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에밀 슈코다가 창업한 중공업 및 군수산업 회사에서 비롯된 기업이어서 자동차 이외에 철도차량과 야포, 전차, 전함의 함포까지 생산했다고 합니다.
이후 1993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된 뒤 체코의 기업이 됐고, 1999년에 민영화와 함께 철도 차량과 군수공장 등이 모두 분리 매각됐으며, 현재 슈코다는 폭스바겐의 계열 자동차 기업으로 운영되는 상태라고 합니다.
자동차 기업으로 폭스바겐 산하의 오늘날의 슈코다 브랜드의 특징은 실용성과 합리적 가격의 차량을 생산하며, 서유럽 일부와 동유럽에서 많이 쓰이고, 인도에서도 슈코다 차량이 상당히 많이 다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앞서의 글에서 다치아 브랜드가 인도에서도 쓰인다고 했는데요, 오히려 슈코다는 인도에서 다치아 브랜드보다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가성비 중심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코다 브랜드의 심벌인 날개 달린 화살(winged arrow)은 1923년 12월에 상표로 등록됐다고 하며, 1925년에 슈코다 그룹에 합병된 뒤부터 쓰이기 시작했다고 하니, 100년째 쓰이고 있는 심벌입니다.
심벌의 형태는 이름 그대로 날개 달린 화살의 모양입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화살은 빠르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예를 들어 쏜살같다는 말도 쏜 화살이 날아가듯 빠르다는 의미이고, 세월이 화살처럼 지나간다는 말 역시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빠른 화살에 날개까지 붙여 놓았으니 정말 빠르다는 은유의 심벌일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심벌의 색상이 초록색이라는 것입니다. 대체로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잘 안 쓰이는 색상 중의 하나가 초록색 같습니다만, 슈코다는 심벌의 색상이 초록색입니다. 그래서 슈코다 차량들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있는 둥근 엠블렘 속에 초록색의 날개 달린 화살 심벌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슈코다 브랜드의 차량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파비아 같은 차들은 직사각형 형태이고 옥타비아는 옆으로 길게 늘린 육각형 형태입니다. 그런데 옥타비아의 그릴은 얼핏 우리나라 기아 K9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의 육각형 그릴과도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슈코다 브랜드의 차들은 폭스바겐 그룹에 속해 있는 영향으로 전반적인 차량의 디자인 이미지가 폭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의 조형 감각과 닮아 있다는 인상이 들기도 합니다. 실내의 배치나 부품의 마감 등도 폭스바겐이나 아우디 차량 같은 인상을 풍깁니다. 그렇지만 차체 외형의 감성은 폭스바겐이나 아우디의 역동적인 것보다는 어딘가 정적이고 점잖은 느낌이기도 합니다. 굳이 이걸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보수적 인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차량의 전체 인상은 오히려 그렇게 보수적이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상품성보다는 역사성이나 전통을 강조하는 인상입니다만, 인도 등지에서는 소비자 층이 대학생부터 중/장년 층까지 선호도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사실 어딘가 은근한 끌림도 주는 그런 인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슈코다는 동유럽과 인도 중심으로 판매되는 지역 브랜드인 데다가 차종도 그다지 많지 않은 합리적 가격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아마도 영업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수입해서 팔겠다고 나서는 기업은 없을 걸로 보입니다.
지난 번 살펴본 다치아와 마찬가지로 오늘 살펴본 슈코다 역시 긴 역사를 가진 브랜드이지만, 동유럽, 인도 등의 지역 중심으로 판매되어왔기에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입니다. 그렇지만 슈코다 만의 전통과 개성을 가진 브랜드라는 점은 틀림없으며, 앞으로도 유럽과 인도 등에서는 구분되는 감성의 디자인이 주는 담백함과 실용성의 특징으로 인해 꾸준한 소비자 층을 가진 브랜드로 발전돼 나갈 걸로 보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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