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추웠던 날씨가 풀리면서 여행 수요가 살아나는 가운데, 카페를 중심으로 여행 동선을 짜는 새로운 소비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카페가 여행 중 잠시 들러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는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특정 카페를 경험하기 위해 일부러 찾는 목적지로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독특한 공간 콘셉트와 해당 지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메뉴, 주변 관광지와 결합한 체험 요소가 더해지면서 이른바 ‘데스티네이션 카페’가 하나의 여행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특히 새로운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즐기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순히 커피 맛을 넘어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경험, 지역성과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소비하는 방식으로 카페 이용 행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 넘어 문화와 체험으로 확장되는 카페
최근 카페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장소를 넘어 전시, 커피 문화 체험, 예술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페 자체가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기능하며 여행의 주요 목적지가 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는 강릉, 제주, 부산 등 각 지역의 특색을 담아낸 공간을 조성해온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가운데 테라로사 강릉 본점은 한국 커피 문화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 동시에 강릉을 ‘커피 도시’로 알리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빨간 벽돌 건물은 고요한 숲속 풍경과 어우러지며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속초, 강릉, 묵호 등 동해안 관광지를 찾는 여행객이 늘면서 이곳을 함께 찾는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테라로사 강릉 본점
테라로사 강릉 본점은 카페와 커피 공장, 온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어 다양한 콘텐츠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테라로사 커피 공장’으로 불리며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의 시작점으로도 알려진 이 공간은 넓은 규모와 현대적 감성의 인테리어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커피 공장에서는 로스팅 설비를 볼 수 있고, 투어 시간에 따라 로스팅 과정도 관람할 수 있다. 온실에는 테라로사가 직접 재배한 커피나무가 조성돼 있어 원두가 자라는 과정까지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전통 발효 떡에 테라로사 스페셜티 커피를 넣은 디저트 ‘커피기정’은 강릉 본점을 포함한 강릉권 5개 매장에서만 판매돼 여행객들에게 지역 한정의 특별함을 더한다.
할리스 해운대점
할리스 해운대점도 공간 경험을 확장한 사례다. 해운대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이 매장은 오션뷰 카페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갤러리형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매장 내부 곳곳에 예술 작품과 전시 요소를 배치해 커피를 마시는 일상적 경험에 문화예술 감상을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바다와 맞닿은 입지에 문화적 감성을 더하면서 해운대를 찾는 관광객들의 새로운 체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옥과 전통미로 한국적 정서 담아낸 K-문화 카페
전통문화와 한국 고유의 정서를 공간과 메뉴에 반영한 카페들도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카페는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역사와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관광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테라로사 경주점(출처 : 경주시 제공)
황리단길 끝자락 황남고분 앞에 위치한 테라로사 경주점은 한옥의 정취 속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경주의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건축미를 갖춘 이곳은 올해 1월 경주시가 주관한 ‘제11회 경주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간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메뉴 구성 역시 지역성과 전통미를 반영했다. ‘경주 블렌드’, ‘수막새 초콜릿’, ‘한입 한과’ 등 경주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 메뉴는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방문객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할리스 인천한옥마을점
송도 센트럴파크에 자리한 할리스 인천한옥마을점 역시 전통미와 자연을 결합한 공간으로 지역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기와지붕과 목조 구조를 살린 한옥 건축 양식을 적용해 한국적인 미감을 살리면서도 내부는 개방감 있는 좌석 구성으로 편안한 이용 환경을 구현했다. 특히 큰 창을 통해 송도 센트럴파크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표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전시와 공연의 여운까지 잇는 문화 결합형 카페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장 등 문화 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이들 시설 안팎에 위치한 카페 역시 주목받고 있다. 전시장이나 공연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동선 속에서 카페 역시 관람 경험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라로사 예술의전당점
지난 3월 리뉴얼 오픈한 테라로사 예술의전당점은 공연과 전시에 대한 기대, 그리고 관람 이후의 여운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매장 중앙에 바를 배치하고 커튼 인테리어를 새롭게 더해 바리스타가 커피를 추출하고 디저트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마치 무대 위 퍼포먼스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관람 공간과 이어지는 입지를 적극 활용해 방문객들이 공연과 전시, 휴식을 하나의 흐름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디야 역시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5개 매장을 열고 각각 다른 콘셉트와 특화 메뉴를 선보이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5개의 쉼표’라는 테마 아래 조성된 이 공간들은 커피와 차, 디저트를 즐기며 한국적인 맛과 멋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식사 후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부터 차 특화 메뉴를 선보이는 공간까지 각기 다른 성격을 부여해 전시 관람과 휴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전망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풍경 명소 카페
자연 경관과 독특한 입지를 앞세운 전망형 카페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탁 트인 풍경과 이색적인 조망은 카페를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닌 지역 관광의 상징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관광객들이 함께 찾는 명소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스타벅스 김포 애기봉생태공원점은 어디서나 북한 전경을 볼 수 있는 독특한 입지로 화제를 모은 매장이다. 이른바 ‘북한뷰 스타벅스’로 입소문을 타며 김포 지역의 관광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매장에서는 애기봉을 모티브로 한 특화 굿즈도 만나볼 수 있어 단순 방문을 넘어 기념 소비까지 이끌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춘천 구봉산점은 춘천 시내와 의암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카페로 알려져 있다. 루프탑과 스카이데크를 갖춰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며, 해 질 무렵에는 노을과 야경까지 감상할 수 있어 춘천을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카페 중심 여행,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업계에서는 카페가 더 이상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성과 문화, 건축, 예술, 자연 경관까지 결합한 복합 경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정 지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메뉴와 콘텐츠,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 촬영과 기록에 적합한 공간적 특성이 결합되면서 카페는 여행 소비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페를 방문하는 일 자체가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되고, 여행 계획 역시 카페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간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데스티네이션 카페는 앞으로도 외식과 여행, 문화 소비를 잇는 새로운 접점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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