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양적 성장 단계를 넘어 질적 성숙기로 진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하는 대체재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리며 하나의 기호 시장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시장 경쟁의 중심축도 알코올 유무에서 실제 맥주맛에 얼마나 가까운 풍미를 구현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취하지 않아도 맛은 포기 못해…소비 기준 변화
국내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시장은 2021년 415억 원에서 2027년 956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외형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소비층도 함께 넓어지면서 제품 선택 기준 역시 한층 세분화되고 있다.
초기 무알코올 제품 시장에서는 임산부나 운전자처럼 알코올 섭취가 제한되는 소비자들이 주요 수요층이었다. 이 시기에는 알코올 도수 0.00%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일상적인 음용 상황에서도 무알코올 제품을 찾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자 인식 전환과 맞닿아 있다. 이제 무알코올 음료는 단순히 술을 대신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부담은 줄이면서도 맥주 특유의 풍미와 청량감을 즐기려는 수요를 반영하는 제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들은 알코올이 없다는 기능적 조건을 넘어 실제 맥주와 유사한 향, 바디감, 탄산감까지 따지며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제조공법이 가르는 차이…기술 중심 경쟁 본격화
시장 변화는 경쟁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시장은 제조 방식에 따라 크게 발효 후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식과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 비발효 방식으로 나뉜다.
발효 후 알코올 제거 방식은 일반 맥주와 같은 발효 과정을 거친 뒤 알코올만 분리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맥주 고유의 향과 바디감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알코올 제거 과정에서 일부 풍미가 손실될 수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제품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반면 비발효 방식은 제조 단계부터 알코올이 생성되지 않도록 설계된 공정을 적용한다. 이 방식은 알코올 0.00% 유지에 유리하며, 열처리 등 후공정을 최소화할 수 있어 원료 본연의 맛을 보다 깔끔하게 살리는 데 강점이 있다.
최근에는 제조공법뿐 아니라 칼로리, 당류, 감미료 등을 줄이면서도 풍미를 유지하는 기술력 역시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무알코올 음료가 건강 지향 소비와 맞닿아 있는 만큼 성분 설계와 맛 구현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품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음료, ‘테라 제로’로 맛 중심 경쟁 대응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하이트진로음료는 최근 비발효 공법을 적용한 ‘테라 제로’를 선보였다. 제품 선택 기준이 풍미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대응해, 제조 단계부터 맛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음료 ‘테라 제로’
테라 제로는 비발효 공법을 기반으로 제조 과정에서부터 알코올이 생성되지 않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알코올 0.00%를 구현하는 동시에 공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풍미 변화 요소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원재료와 탄산 구성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호주산 청정 맥아 농축액을 사용해 맥아 특유의 고소한 향과 깊은 풍미를 살렸고, 입안에서 시원하게 터지는 강한 탄산감을 더해 청량감을 강화했다. 여기에 알코올뿐 아니라 칼로리, 당류, 감미료까지 모두 배제한 ‘리얼 제로’ 콘셉트를 적용해 부담을 낮추고 음용 경험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시장 외연 확대…“알고 마시는 무알코올 시대”
업계는 무알코올 음료가 단순 대체재를 넘어 독립적인 소비 카테고리로 자리 잡으면서 제품 간 차별화 요소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보다 풍미, 제조공법, 원료 등 보다 세부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소비자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무알코올 음료에 대한 소비자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맛과 품질에 대한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무알코올 음료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진 만큼, 국내 최초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를 탄생시킨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이제 ‘마실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느냐’가 경쟁의 기준이 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시장 확대와 함께 소비자 기준이 정교해지면서, 향후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맛과 성분, 공법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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