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성장 흐름이 본격적인 전환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 중심축이 기존 중형 SUV에서 소형 모델 중심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전기차 시장의 성장 흐름이 본격적인 전환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 중심축이 기존 중형 SUV에서 소형 모델 중심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초기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기술 한계와 높은 원가 구조로 인해 자연스럽게 고가·대형 모델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테슬라 '모델 S'와 '모델 X'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역시 중형급 이상 차급을 기반으로 시장 확대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 흐름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소형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완성차 업체들도 엔트리급 전기차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 'ID.3', 르노 '메간 E-Tech', 푸조 'e-208'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 3'를 통해 소형 해치백 전기차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아는 'EV3'를 통해 보급형 전기 SUV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엔트리급 전기차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출처: 폭스바겐)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기차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꼽히는 높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차급 축소가 현실적인 해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배터리 원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차량 크기와 사양을 조정하는 방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 수요가 초기 얼리어답터 중심에서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합리적 가격과 실사용 효율이 주요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여기에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는 도심 주행 비중이 높고 주차 환경이 제한적인 특성상, 소형차의 실용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수요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복합적 흐름을 종합하면 전기차 시장은 이제 크고 비싼 모델 중심 구조에서 작고 효율적인 모델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수요가 초기 얼리어답터 중심에서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출처: 현대차)
또 이 같은 변화는 향후 경쟁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테슬라와 현대차그룹, 폭스바겐그룹 간 경쟁이 중형급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앞으로는 보급형·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BYD를 비롯한 업체들은 소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시장 구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E-GMP 기반 중대형 모델에서 나아가 보급형 전기차 플랫폼을 통해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MEB 엔트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2만 유로대 전기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는 단순한 신차 추가가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대중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기서 소형 전기차 확대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 제기된다(출처: BYD)
예를 들어 가격을 낮추는 과정에서 배터리 용량이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주행거리와 상품성 간 균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충전 인프라 확충과 보조금 정책 역시 보급형 전기차 확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시장의 방향성은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프리미엄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가격과 효율 중심의 대중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으며, 소형 전기차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위치한 모델로 평가된다.
한편 향후 전기차 시장 경쟁 기준은 단순 성능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과 실사용 기준에서 충분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또 소형 전기차의 확대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전기차 시장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전망된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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