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터보가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974년이다.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이 차는 스포츠카의 기준점이자 포르쉐 라인업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그 위상이 흔들렸다. 타이칸 터보 GT 바이작이 0→100km/h 가속에서 1.89초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을 세우며 퍼포먼스 왕좌를 가져갔고, GT3·GT3 RS로 이어지는 GT 계열 모델들은 드라이버스 카로서의 존재감을 키워왔다. 992.2 세대로 진화한 포르쉐 911 터보 S는 역대 양산형 911 가운데 가장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품고, 섀시와 공력 시스템 전반을 새로 다듬었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체험한 포르쉐 911 터보 S는 어떤 희망을 보여주었을까?
파워트레인 이야기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신형 911 터보 S는 911 카레라 GTS T-하이브리드에 먼저 도입된 9A3 계열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하되, 터보 S만을 위해 상당 부분을 재설계했다. 배기량은 이전 터보 S의 3.7리터에서 3.6리터로 줄었다. 보어 직경을 5mm 축소(97mm)하고 스트로크를 4.6mm 늘려(81mm) 달성한 수치다. 그러나 이 숫자만 보고 성능이 줄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기 터보 시스템이 그 차이를 메우고도 남는다.
GTS가 전동식 터보 한 개를 쓰는 것과 달리, 터보 S에는 두 개의 eTurbo가 장착된다. 크기는 GTS의 단일 터보보다 작지만, 회전 관성이 줄어든 덕에 최대 14만 5,000rpm까지 회전한다. GTS의 12만 rpm보다 높다. 최대 부스트 압력은 26.1psi로, GTS의 18.9psi를 크게 웃돈다. 전동 터보에 웨이스트게이트가 없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과잉 에너지를 터보가 아닌 배터리로 회수하고, 필요할 때 다시 구동계로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8단 PDK 변속기 내부에 내장된 영구자석 동기 전동기는 최대 80마력, 139Nm의 토크를 더한다. GTS 대비 26마력, 39Nm 더 높은 수치다. 시스템 전체로는 711마력(PS), 81.6kg·m의 최대토크가 나온다. 이전 세대 터보 S보다 61마력 높아진 수치이며, 최대 출력은 6,500rpm에서, 최대토크는 6,000rpm에서 발생한다. 레드라인은 7,500rpm.
엔진은 이전 세대보다 6.7인치(약 17cm) 낮아졌다. 장착 위치가 아니라 엔진 자체의 물리적 높이가 줄었다는 뜻이다. 보조 벨트 구동 부품을 제거하고 워터펌프를 엔진 내부로 옮겼으며, 에어컨 컴프레서는 400V 전기 시스템으로 구동한다. 확보된 공간 상부에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장 부품이 배치된다. 1.9kWh 고전압 배터리는 앞 액슬 위에, 12V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후방에 별도 배치된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터보 S 쿠페의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이 차가 이전 세대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곧바로 전해진다. 전동 터보는 엔진 응답을 7리터 V8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가속은 끊김이 없고, 속도가 쌓일수록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런치 컨트롤 작동 방법은 단순하다.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고, 회전수가 안정되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다. 이후 일어나는 일을 표현하기 어렵다. 노면 압축부를 통과하는 순간 수직 G와 종방향 G가 겹치면서 위가 뒤집히는 듯한 감각이 밀려온다. 쿠페 기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2.5초(포르쉐 공식 수치), 카브리올레는 2.6초다. 최고속도는 322km/h. 포르쉐는 공식 수치를 보수적으로 발표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측정치는 이보다 빠를 가능성이 높다.
쿠페는 이전 세대 대비 약 85kg 증가했다. 그러나 그 무게감을 코너에서 느낄 수 있을리 없다. 전자유압식 PDCC(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가 롤을 억제하고, 후륜 조향과 토크 벡터링 플러스가 방향 전환을 날카롭게 다듬는다. 코너 진입 시에는 후방 롤 강성을 높여 응답성을 끌어올리고, 출구에서는 전방 강성을 우선해 가속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제동 시스템도 강화됐다. 전륜 16.5인치 로터와 10피스톤 캘리퍼는 이전과 같지만, 후륜 로터가 16.1인치로 커졌다. 양산형 911 역사상 가장 큰 브레이크 패키지다. 아스카리 서킷의 긴 직선 구간을 전속력으로 달린 뒤 브레이크를 밟아도 페달 감각이 무너지지 않았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랩타임은 7분 3초 92로, 이전 세대 대비 14초 단축됐다.
서킷 주행을 멈추고 속도를 줄여 페독으로 돌아오는 구간에서 911 터보 S는 흡사 공회전 상태다. 그만큼 일상도로에서도 부담없이 주행할 수 있어 보인다. 넓은 펜더 플레어가 좁은 도로에서 심리적 압박을 줄 순 있겠지만, 저속에서의 다루기 쉬움은 여전하다. 노멀 모드에서의 승차감은 차분하고 부드럽다. 브레이크 감각이 저속에서 다소 예민하다는 점은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존재는 주행 중 사실상 느껴지지 않는다. GTS T-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이 차가 전동화됐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다. 빠른 EV조차도 갖지 못한 특성이다.
외관에서 신형 터보 S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전면 외측 라디에이터 앞의 수직형 쿨링 플랩이다. 저부하 구간에서는 닫혀 공기저항을 줄이고, 고부하 시에는 열려 냉각 효율을 높인다. 후면에는 각진 정사각형 배기 포트 4개가 새롭게 적용됐고, 그 사이 공간은 인터쿨러 배기구 역할을 하는 역방향 디퓨저 형태로 마감된다.
터보나이트(Turbonite) 컬러는 포르쉐 크레스트, 리어 윙 슬랫, 차체 후면 'Turbo S' 레터링, 센터락 휠에 적용돼 이전 세대와의 시각적 차이를 만든다.
실내는 어댑티브 18방향 스포츠 시트 플러스가 기본이며 헤드레스트에 'Turbo S' 레터링이 각인된다. 최초의 911 터보(930)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터보 S 전용 엠보싱이 시트와 도어 패널에 적용됐다. 네오다임 트림과 결합된 카본 트림 스트립, 천공 초극세사 헤드라이너가 고급감을 더한다. 틴티드 HD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티타늄 스포츠 배기 시스템은 모두 기본 사양이다.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를 통해 100가지 이상의 외장 색상, 카본 라이트웨이트 루프, 카본 소재 와이퍼 암(세계 최초 적용—뷔가티 시론 이후) 등 광범위한 개인화가 가능하다.
국내 출시 가격은 쿠페 3억 4,270만 원, 카브리올레 3억 5,890만 원(이상 부가세 포함)이며 5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된다. 페라리 296이나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같은 미드십 슈퍼카보다 낮은 가격이면서도, 일상 주행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차를 따라올 경쟁자는 많지 않다. 뒷좌석과 트렁크, 사계절 사용 가능한 사륜구동, 직립에 가까운 시야 확보—이 모든 것이 711마력과 함께 존재한다.
PASM 스포츠 서스펜션 패키지는 차고를 약 12mm 낮춰 외관상 완성도를 높이면서도 주행 특성을 한층 예리하게 다듬어준다. 일반 도로 위주라면 기본 PASM도 충분하지만, 선택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911 터보 S가 포르쉐에서 가장 빠른 차는 아니다. 그러나 이 차가 제시하는 방식의 올라운드 퍼포먼스, 가속, 핸들링, 일상성, 내구성이 하나로 묶인 듯한 특징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그리고 신형은 그 기준을 다시 한 번 끌어올렸다.
글, 영상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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