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QS는 S클래스의 전기 버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경쟁 모델들이 충전 속도와 항속거리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동안, 400V 아키텍처와 다소 과감했던 디자인 언어는 EQS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거론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진행했다. 2027년형으로 등장한 페이스리프트 EQS는 전체 부품의 4분의 1 이상을 교체했다. 개선된 기술과 달라진 고객경험을 중심으로 이번 변화의 의미를 전한다.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EQS는 400V에서 800V 아키텍처로 전환했다.충전 속도 수치만 올라간 것이 아니라, 전기차로서의 기본 체질이 바뀐 셈이다. 최대 충전 출력은 350kW로, 새로운 EV 전용 플랫폼을 얹은 신형 전기 GLC의 330kW보다 높다. 800V 충전기를 이용하면 10분 만에 WLTP 기준 320km를 주행할 수 있고, 400V 환경에서도 175kW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 용량은 118kWh에서 122kWh로 늘었고, 리어 모터에는 2단 변속기가 새롭게 조합됐다. 효율 향상의 결과는 항속거리 증가로 이어졌다. 단일 모터 사양인 EQS 450+는 WLTP 기준 최대 925km를 주행할 수 있다. WLTP 수치가 국내 전비 측정 기준보다 낙관적으로 산출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플래그십 전기 세단다운 숫자임에는 틀림없다. 회생제동 출력 역시 385kW까지 높아졌다. 신형 전기 GLC가 300kW 회생제동으로 마찰 브레이크 없이 제동의 99%를 처리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을 떠올리면, EQS의 회생제동 시스템이 실제 주행에서 어떤 감각으로 작동할지 짐작이 간다.
이번 EQS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옵션은 스티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이다. 기계적 연결 없이 전기 신호로만 조향을 구현하는 이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 대신 요크 스티어링이 적용되었다. 적은 조작량으로 차를 움직일 수 있어 도심 저속 구간에서의 피로감이 현저히 줄어든다. 이 시스템을 선택하면 리어 스티어링 각도도 기존 4.5도에서 10도로 확대된다. 스티어 바이 와이어 없이 10도 리어 스티어링만 별도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직접 경험해보면 날카롭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운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스티어 바이 와이어는 이미 닛산 인피니티나 렉서스 일부 모델에서 시도된 기술이고 테슬라 사이버트럭에도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플래그십 전기 세단에 이를 정식 탑재했다는 점은 상징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이전 EQS와의 체감 차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이 조향 시스템이다.
실내는 이미 EQS의 대표 이미지로 자리 잡은 55인치 하이퍼스크린이 그대로 유지된다. 단, 이를 구동하는 운영체제가 새로운 MB.OS로 교체됐다. CLA와 전기 GLC에서 먼저 적용된 시스템으로, 멀티에이전트 AI와 구글 맵 통합,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센서와 카메라도 27개로 늘었고, 장애물을 자동으로 회피하는 조향 보조 기능도 옵션으로 추가됐다.
S클래스에서 먼저 선보인 열선 안전벨트도 EQS에 더해졌다. 탑승자가 두꺼운 외투를 벗도록 유도해 안전벨트의 효과를 높인다는 숨은 기능도 있는데, 실용적인 동시에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세밀한 감각이 담긴 기능이다.
페이스리프트임에도 실루엣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면부 그릴의 존재감이 커졌고, 메르세데스 스타를 품은 주간주행등과 50% 효율이 개선된 디지털 라이트 기술이 적용됐다. 후면 테일램프는 나선형 LED 요소로 정돈되어 럭셔리 세단다운 시각적 폭을 강조한다. 하지만 초대 EQS부터 이어진 달걀형 실루엣은 이번에도 유지됐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 형태가 여전히 구매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벤츠코리아가 전기 GLC에 이어 EQS 페이스리프트를 주요 모델로 적극 전개할 가능성은 높다. 국내 플래그십 전기 세단 시장은 BMW i7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900km대 WLTP 항속거리와 350kW 급속충전이라는 수치는 이 세그먼트에서 분명히 유효한 무기다.
초대 EQS가 '전기차의 S클래스'라는 이름값을 채우는 데 아쉬움을 남겼다면, 이번 세대는 기술적으로 그 간격을 좁혔다. 800V 전환과 스티어 바이 와이어, 그리고 925km 항속거리. 수치만 보면 플래그십이라는 자리가 어색하지 않아졌다는 인상이 든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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