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맞춘 새로운 브랜드 방향성과 중장기 리테일 전략을 공개했다. 단순한 가구 판매를 넘어 한국 소비자의 일상과 주거 환경에 밀착한 ‘라이프 앳 홈(Life at Home)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케아 코리아는 20일 서울 마곡에서 ‘이케아 홈 리이매진(HOME RE_IMAGINED) 미디어 데이’를 열고, 새 브랜드 슬로건 ‘집의 시작은 나로부터(Home Begins with You)’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도심형 매장 확대, 배송·픽업·상담 서비스 개편, 체험형 오프라인 접점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향후 리테일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사벨 푸치 이케아 코리아 대표 겸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는 한국 진출 11주년을 맞은 이케아 코리아가 이제 새로운 성장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오프라인 접점과 옴니채널 전략, 더 나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벨 푸치 이케아 코리아 대표 겸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
“한국인은 집에서 쉬고 싶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케아 코리아는 이번 브랜드 재정비의 배경으로 한국의 주거 현실과 소비자 인식 변화를 제시했다. 이케아가 장기간 진행해온 ‘라이프 앳 홈’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63%는 이상적인 집을 ‘긴장을 풀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답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실제 집에서의 생활을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43%에 그쳤고, 현재 집이 충분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고 느끼는 응답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와 공동주택 중심의 주거 구조, 제한된 공간, 바쁜 일상 등이 이러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케아 코리아는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대규모 이사나 결혼 같은 생애 이벤트보다 정리·수납, 분위기 전환, 공간 재배치 등 일상적인 계기를 통해 홈퍼니싱 소비를 이어가는 경향에 주목했다. 큰 공사보다 작지만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집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수요가 크다는 분석이다.
박유리 이케아 코리아 컨트리 마케팅 매니저가집에서의 생활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이에 따라 이케아는 공간 활용을 높이는 스마트한 솔루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제품군, 디자이너가 만든 우수한 디자인, 누구나 접근 가능한 합리적 가격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새 슬로건 역시 “좋은 집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취향과 루틴, 가치관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형 매장은 유지, 도심형 매장은 확대
이케아 코리아가 이번에 내놓은 가장 큰 변화는 도심형 매장 확대다. 그간 이케아는 대형 교외형 매장을 중심으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왔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보다 가까운 생활권 안에서 이케아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 주목해 새로운 포맷을 실험해왔다.
이사벨 푸치 이케아 코리아 대표 겸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
지난 2023년부터 운영해온 13개의 팝업 스토어를 통해 고객 반응을 살핀 결과, 약 1000㎡ 이하 규모의 도심형 매장이 한국 시장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광주 롯데백화점에 문을 연 ‘이케아 롯데 광주점’을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인천·대구·대전에 동일한 포맷의 도심형 매장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도심형 매장에는 이케아의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400개 이상 제품이 구성되며, 쇼핑몰 등 유동 인구가 많은 복합 상권에 들어서게 된다. 소비자들은 퇴근길이나 쇼핑 도중 부담 없이 들러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고, 매장 내 디지털 도구와 직원 상담을 통해 더 많은 제품을 주문하거나 배송·픽업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이케아 코리아는 도심형 매장 확대가 기존 대형 매장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형 매장은 여전히 이케아의 전 범위를 경험할 수 있는 핵심 공간이자 물류·풀필먼트 기능을 수행하는 중심축으로 유지된다. 즉, 대형 매장이 브랜드 경험과 공급의 기반이라면, 도심형 매장은 접근성과 접점을 넓히는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배송은 더 빠르게, 상담은 더 촘촘하게
서비스 전략도 한국형 소비 패턴에 맞춰 손질된다. 이케아 코리아는 택배 배송에 ‘내일 도착 배송’을 도입하고, 가구 배송은 수령 방식과 시간대 선택을 더욱 세분화할 예정이다. 온라인이나 전화로 주문한 뒤 매장에서 제품을 찾는 픽업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인다.
이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의 1대1 상담을 기반으로 한 공간 스타일링 서비스도 모든 도심형 매장에서 운영한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의 예산과 공간, 취향, 생활 방식에 맞춰 가구와 소품, 배치, 컬러 등을 제안하는 형태다. 이케아 측은 부담을 낮춘 가격대로 보다 많은 고객이 전문가 상담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방 가구와 관련해서는 설계부터 배송, 조립, 설치까지 이어지는 통합형 지원도 강화한다. 주방은 다른 가구군보다 구조 설계와 실측, 시공 연계가 중요해 구매 과정이 복잡한 만큼, 이케아는 이를 보다 심리스하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고객 편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향후에는 주방 외 다른 공간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케아 코리아는 한국 소비자들이 온라인만으로 구매를 결정하기보다, 실제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상담을 거친 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 온라인 강화보다도, 채널 간 경계를 줄인 옴니채널 경험이 한국 시장 공략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쇼핑을 넘어 ‘경험하는 이케아’로
이케아는 앞으로 매장을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집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얻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벤트와 워크숍, 계절별 푸드 메뉴,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그 일환으로 오는 5월 16일에는 광명점과 동부산점에서 매장 내 5km 러닝 이벤트 ‘헤이 런(Hej Run)’을 진행한다. 매장을 방문하는 이유를 쇼핑에만 국한하지 않고, 체험과 여가, 커뮤니티 경험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음식 역시 중요한 접점으로 제시됐다. 이케아는 한국 고객들이 홈퍼니싱뿐 아니라 스웨디시 푸드를 통해서도 브랜드를 경험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시즌 메뉴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식음 경험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디자인도, 지속가능성도 한국 고객 눈높이로
이날 행사에는 사라 파게르 이케아 제품 개발 및 생산 총괄 본부 시니어 디자이너도 참석해, 이케아 디자인 철학인 ‘데모크래틱 디자인(Democratic Design)’을 소개했다. 디자인, 기능, 품질, 지속가능성, 낮은 가격이라는 다섯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진정한 이케아 제품이 된다는 설명이다.
더 좋은 생활을 만드는 이케아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사라 파게르 이케아 제품 개발 및 생산 총괄 본부 시니어 디자이너
그는 이케아가 디자인을 단지 비용을 높이는 장식 요소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위한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해결책을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생활 속 불편과 욕구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 보다 기능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합리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케아 디자인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케아 코리아는 리테일 전략과 함께 지속가능성 행보도 이어간다. 2025회계연도 기준 온·오프라인 방문객 수는 약 6200만명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고, 이커머스 매출 비중도 13% 늘었다. 같은 기간 탄소 배출량은 18% 줄었고,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32%로 확대됐다.
앞으로는 수선과 재사용, 자원순환을 돕는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텍스타일 제품을 고객의 집에 맞게 손보거나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과 함께, 지역사회와 연계한 사회적 가치 창출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이케아”로 다음 10년 준비
이케아 코리아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매장 확장 계획을 넘어, 한국 시장에 맞춘 ‘현지화된 이케아’ 전략을 공식화한 것으로 읽힌다. 스웨덴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한국 소비자의 주거 환경과 생활 리듬, 서비스 기대 수준에 맞춰 경험을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교외형 대형 매장이 주는 풍부한 영감과 상품 경험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도심형 매장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배송·상담·설치 등 서비스를 촘촘히 연결해 고객의 일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새 브랜드 슬로건 ‘집의 시작은 나로부터’를 더해, 집을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나답게 살기 위한 공간’으로 제안하는 메시지도 한층 선명해졌다.
한국 진출 11년차를 맞은 이케아 코리아가 이제 ‘한국에서 잘 알려진 해외 가구 브랜드’를 넘어, 한국인의 집과 생활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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