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1월, 독일 특허청에 접수된 특허번호 37435. 칼 벤츠가 세 개의 바퀴와 0.75마력짜리 내연기관을 얹은 탈것에 붙인 번호다. 같은 해 고틀립 다임러는 네 바퀴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완성했다. 두 사람은 서로 알지 못한 채 같은 해 같은 꿈을 현실로 만들었고, 그 꿈은 140년이 지난 지금도 멈추지 않았다.
올해 메르세데스-벤츠는 그 140년을 기념하는 글로벌 캠페인 "140 Years. 140 Places."를 진행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6개 대륙 140개 도시를 더 뉴 S-클래스와 함께 순회하는 여정이다. 지난 1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출발한 캠페인은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를 거쳐 오는 10월 다시 슈투트가르트로 돌아올 계획이다. 총 주행 거리는 5만 킬로미터 이상. 브랜드가 140년간 쌓아온 이야기를 직접 찾아가 나누는 여정에 서울이 있었다.
행사가 열린 곳은 압구정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지난해 7월 세계 최초의 마이바흐 전용 전시장 겸 서비스센터로 문을 연 공간으로, 그 자체로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한복의 치맛자락을 닮은 주름진 외벽, 한옥 처마를 연상시키는 기둥 지붕선. 독일 디자인 어워드에서 우수 건축상을 받은 이 건물은 한국의 미감을 현대적 공간 언어로 재해석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고른 140개 도시 중 서울이 포함됐다는 사실, 그리고 그 무대로 세계 최초의 마이바흐 전용 센터가 사용되었다.
행사에는 메르세데스-벤츠 AG 디지털&커뮤니케이션 및 IR 총괄 부사장 크리스티나 셴크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마티아스 바이틀이 함께 자리했다. 셴크 부사장은 140주년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혁신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일이라고. 에어백, ABS, ESP, 그리고 최근의 스티어 바이 와이어까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었다고 했다.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 된 적은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이틀 대표는 한국 시장이 메르세데스-벤츠에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를 수치로 설명했다. 전 세계 판매 기준 5위 시장이지만 S-클래스는 3위, 마이바흐 역시 3위다. 40년 전 처음 S-클래스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 누적 판매는 10만 대를 넘었다. 플래그십 세단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롭고도 깊은 안목 역시 한국시장의 위치를 가늠케 한다.
이날 함께 소개된 더 뉴 S-클래스는 부분변경 이상의 변화를 거쳤다. 전체 구성 요소의 절반 이상, 약 2,700개 부품이 새로 개발되거나 재설계됐다. 한 세대 안에서 이 정도 규모의 변화를 단행한 것은 S-클래스 역사상 처음이다.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조명 그릴이다. 기존 대비 20% 커진 전면 그릴에는 입체적으로 처리된 삼각별이 빛을 품고 있다. 트윈스터 헤드램프는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해 고해상도 조명 영역을 40% 이상 확장했다. 더 밝으면서 에너지는 덜 쓰는 구조다.
실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경험이다. 새로운 S-클래스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MB.OS가 탑재됐다. 인포테인먼트, 주행 보조, 차량 성능 전 영역이 하나의 운영체제 아래 연결된다. 4세대 MBUX는 챗GPT4o, 마이크로소프트 빙, 구글 제미나이를 동시에 품는다. 여러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 결합한 덕분에 차 안에서 대화다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이전 대화 맥락을 기억하고 연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며, OTA 업데이트를 통해 출고 이후에도 계속 진화한다.
편안함에 대한 집착은 구석구석 이어졌다. 뒷좌석에는 분리형 MBUX 리모컨 2개가 새로 적용됐다. 공조, 블라인드, 엔터테인먼트를 각 탑승자가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13.1인치 후석 디스플레이에는 HD 카메라가 통합돼 팀즈, 줌, 웹엑스를 통한 화상회의가 가능하다. 앞좌석에는 최대 44도까지 따뜻해지는 열선 안전벨트가 적용됐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벨트를 몸에 더 밀착시켜 착용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안락함과 안전을 함께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읽힌다.
파워트레인은 6기통과 8기통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구성된다. 모든 엔진에는 17kW 통합 스타터-제너레이터가 탑재돼 저회전 영역에서 지능형 보조를 제공한다. 에어매틱 서스펜션과 리어 액슬 스티어링(기본 4.5도, 옵션 최대 10도)의 조합은 크기에 비해 놀랍도록 유연한 주행감을 만들어낸다. 국내 출시는 올 하반기 예정이다.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는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세계 최초 공개됐고, 이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실물이 공개됐다. S-클래스가 도달할 수 있는 최상위 지점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외관에서 마이바흐임을 먼저 알아차리게 하는 것은 세부 디테일이다. 이전보다 20%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 로즈 골드 컬러 포인트가 들어간 헤드램프, 항상 동일한 방향을 향하도록 볼 베어링 메커니즘으로 정렬되는 단조 휠의 삼각별. 하나하나는 작지만, 전체가 모이면 S-클래스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어낸다.
실내는 '코쿠닝 효과'를 목표로 전면 재설계됐다. 탑승 순간부터 외부와 차단된 고요한 공간에 들어선 느낌을 주도록 대시보드, 도어 패널, 센터 콘솔 전체가 새로 구성됐다. 새로운 인테리어 컬러 비치 브라운은 하이 패션 세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후석 센터 콘솔에는 주행 중에도 샴페인 플루트를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전용 홀더가 설계돼 있다. 마이바흐가 추구하는 럭셔리가 어떤 종류인지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디테일이다.
후석은 최대 43.5도까지 눕혀지는 리클라이닝 시트와 확장형 레그레스트, 전용 마이바흐 쿠션으로 구성된다. 개별 리모컨으로 앰비언트 라이트, 공조 시스템, 프라이버시 기능을 독립 제어할 수 있어 뒷좌석은 사실상 완전한 개인 공간으로 완성된다.
파워트레인은 마이바흐 S 680의 경우 최신 V8 엔진(M 177 Evo)을 탑재해 450kW에 850Nm의 출력을 발휘한다. 현행 V12 엔진에 상응하는 수치다. 란체스터 밸런서 샤프트 2개가 진동을 흡수해 극도의 정숙성을 유지한다. 전용 주행 모드 '마이바흐 프로그램'은 탑승자가 차량의 움직임보다 여정 자체를 먼저 느끼도록 세팅된다. 강한 힘은 조용히 숨어 있다가 필요할 때만 아주 부드럽게 나타난다. 그것이 마이바흐가 퍼포먼스를 다루는 방식이다.
1886년의 특허 한 장이 오늘 압구정의 마이바흐 센터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에 자동차는 인류의 이동 방식을 바꿨고, S-클래스는 매 세대마다 그 변화의 방향을 먼저 가리켰다. 기술이 결국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에 메르세데스-벤츠가 140년째 내놓고 있는 대답이 이 두 대의 차 안에 담겨 있다. 서울이 그 여정의 한 페이지가 됐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이 브랜드를 선택해 온 한국 고객들에 대한 답례처럼 느껴졌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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