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이 기후 위기 대응을 넘어 에너지 안보라는 실존적 과제 아래 전기차 전환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뉴 오토모티브와 E-모빌리티 유럽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3월 유럽 주요 14개 시장의 배터리 전기차 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51% 급증하며 사상 유례없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유럽에서 등록된 신규 전기차는 22만 4,000대를 넘어섰으며, 이는 전체 신차 판매량의 약 22%에 달하는 비중이다. 2026년 1분기 전체로 보면 EU 국가들은 총 5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등록해 전년 동기 대비 33.5%의 견조한 성장률을 보였다.
급성장의 배경에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불안과 수입 석유 의존도에 대한 유럽의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크리스 헤런 E-모빌리티 유럽 사무총장은 올해 1분기에 등록된 전기차만으로도 연간 약 200만 배럴의 석유 수요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며, 전기차 전환이 단순한 정책 목표를 넘어 측정 가능한 국가적 회복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일부 국가에 국한됐던 전기차 열풍은 이제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5대 경제 대국 모두 연초 대비 4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지난해 5% 수준이었던 시장 점유율이 3월 8.6%로 껑충 뛰었으며, 독일은 새로운 인센티브 도입에 힘입어 신차 4대 중 1대를 전기차로 채우며 반등에 성공했다.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신차 등록의 98.4%를 전기차로 채우며 독보적인 위상을 과시했고, 덴마크와 핀란드 역시 각각 76.6%와 5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력 질주하고 있다.
현재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상황이 시장 데이터에 완전히 반영되기도 전에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와 기업들이 석유 경제의 불안정성을 피하기 위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2026년 하반기 유럽의 전기차 전환 속도는 더욱 가파른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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