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이 2026 테크데이를 통해 에너지 밀도와 충전 인프라 등에서 초 격차를 선언하며 전기차 시장 게임 체인저를 예고했다. 배터리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신제품과 통합 충전 인프라를 대거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 독주 체제를 굳히고 나선 것이다. 주행거리 1,000km 시대 개막과 더불어 하이브리드 시장의 패러다임까지 바꾸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아직은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없지만 배터리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CATL의 신기술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CATL이 발표한 자료를 정리하고 현대차그룹의 대응, 그리고 관련한 시장 상황을 간략히 전망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CATL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5년 말 기준 39.1%다. 다음으로 BYD가 16.4%, LG에너지솔루션이 9.2% 등이다. CALB 5.3%, 와 고숀 4.5%, SK온이 3.7%, 파나소닉 3.7%, EVE 에너지 2.6%, 삼성 SDI, 에스볼트 2.4% 등으로 상위 10위 업체 중 여전히 중국 업체가 6개, 한국 3개, 일본 하나다. 당연히 CATL이 독보적이다.
지금 CATL은 K 배터리 3사뿐 아니라 BYD와도 경쟁하고 있다. BYD는 지난 3월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를 출시했 9분 충전을 선언했다. 영하 30도 극한 환경에서도 20%에서 97%까지 12분만애 충전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CATL은 삼원계(NCM)의 압도적 경량화와 1,500km급 주행거리로 하이엔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BYD는 LFP의 한계를 깨는 초고속 충전으로 대중화 시장의 주도권을 지킨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에 CATL이 충전하면서 돈을 버는 수익형 스왑 스테이션 인프라까지 들고 나온 것은 배터리 판매를 넘어 에너지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할만하다.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지만 상용화와는 별도로 수율 등의 문제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당장에 주어진 조건에서 가능한 기술력을 개발하고 있다.
CATL의 3세대 키린 배터리는 NCM 이다. 125kWh급 배터리 팩 기준 무게를 625kg까지 줄였다. 이는 기존 LFP 배터리 대비 255kg이나 가벼운 수치이다. CATL은 무거운 배터리 팩은 자원 낭비라며 경쟁사 BYD를 겨냥했다.
배터리가 가벼워지자 가속 성능이 0.6초 단축됐고, 제동 거리도 1.44m 감소했으며 차체 롤 각도와 비상 회피 능력 등 주행 안정성도 크게 개선했다. 섀시 부품 및 타이어 수명을 30~40% 연장시켰고 차체 하중이 줄어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 주요 부품의 수명이 40%나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750kg 이상의 배터리는 자원 낭비라는 CATL의 발언은, 무거운 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CATL도 가성비와 초 고속충전을 내 세우는 LFP인 셴싱 배터리가 있다.
키린 배터리는 부피를 112L 줄여 승객 헤드룸 공간을 18mm 이상 추가 확보했다. 1회 충전 1,500km 주행이 가능한 응집물질 배터리도 선보였다.
2세대 프리보이 배터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배터리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컨셉이다. EV 모드 주행거리가 600km에 달한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장을 겨냥한 2세대 프리보이 배터리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EREV)가 배터리 전기차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모델이었다면, CATL은 이를 완전한 전기차 대안으로 격상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FP와 NCM 입자를 섞은 슈퍼 하이브리드 기술로 에너지 밀도를 230Wh/kg까지 끌어올렸다.
EV 모드 600km는 배터리 전기차를 능가하는 것이다. 일상 주행 시 엔진 가동 확률이 1% 이하로 떨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엔진을 포함한 총 주행거리는 2,000km에 달한다. 일상 주행의 99%를 전기로만 소화하게 함으로써, 하이브리드 사용자가 엔진을 켤 필요가 거의 없는 전기차 같은 하이브리드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엔진은 비상용으로만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배터리 아래에 초 고강도 코팅을 적용하고 수심 2m에서 200시간을 버티는 방수 성능을 확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하드웨어를 넘어 슈퍼충전+배터리 교체 통합 네트워크를 통해 생태계 장악에 나선다는 점이다. 배터리 교체와 초고속 충전을 하나로 합친 통합 스테이션이다. 2026년 말까지 중국 내 190개 도시에 4,000곳의 통합 스테이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모든 스테이션에는 배터리 교체 설비와 600kW급 초고속 충전기가 기본 탑재된다.
사용자가 피크 시간대에 완충 배터리를 교환소에 제공하면 일일 최대 40위안(약 6달러)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배터리 임대료를 상쇄할 수 있는 수익 구조다. 변환 과정을 단일화해 전력 손실을 13% 줄였으며, 이는 동일 전력량 대비 65~120km의 주행거리를 더 확보하는 효과를 낸다.
무거운 배터리를 비판하며 255kg을 덜어내고,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엔진 가동률을 1% 미만으로 한 CATL의 공세는 전동화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사용자가 인프라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형 스왑 스테이션은 초기 보급의 가장 큰 장벽인 유지비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주목을 끄는 것은 1,500km 를 주행할 수 있는 응집물질 배터리다. 반고체 배터리로 분류되는 것으로 350Wh/kg의 높은 밀도가 특징이다. 이미 eVTOL에서 검증을 마쳤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 중간 단계인 응집물질 배터리를 먼저 상용화해 프리미엄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CATL의 슈퍼 하이브리드는 우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그 중에서도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게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의 목표 사양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 주행거리뿐 아니라 가격과 성능에서도 기존 기술들보다 높은 사양이다. 이는 자체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추진 중인 현대차에 비용 대비 성능 측면에서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대차가 CATL의 프리보이를 채택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중국 시장 및 글로벌 수출형 모델에서 빠른 시장 선점이 가능하지만, 기술 종속도가 높아진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물론 이는 현대차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그룹도 포스코 퓨처엠, SK온 등과 협력해 LFP 배터리를 자체 개발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을 둘러싼 관세 정책이 현대차의 반격 카드가 될 수 있다.
현대차는 단순한 LFP 배터리가 아닌, 초 고용량 LFP와 미드 망간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CATL의 슈퍼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300Wh/kg급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는 현재 CATL이나 BYD의 LFP 밀도 200Wh/kg 50%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CATL이 LFP와 NCM을 섞는 복합 방식으로 230Wh/kg 달성했다면, 현대차는 순수 LFP 소재 혁신으로 이를 압도하겠다는 계산이다. 우선은 EREV 모델에 탑재가 예상된다. 올 하반기부터 보조금 정책이 국산 고밀도 배터리에 유리하게 개편될 예정이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중국시장용 전기차에도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LFP의 가격 경쟁력과 NCM의 주행거리를 동시에 잡기 위해 현대차는 미드 망간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값싼 망간 비중을 45% 이상 높인 기술로, 중국산 LFP 대비 에너지 밀도가 40~65% 높다. 관련 공정 및 소재 배합 특허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CATL의 슈퍼 하이브리드에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터리 셀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현대차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내재화를 통해 하이브리드 주행 시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는 알고리즘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는 CATL의 범용 배터리를 쓰는 경쟁사들보다 최적화된 주행 성능을 내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CATL에게는 북미 시장에서 기술적 장벽보다 더 높은 정치•경제적 방어막이 높다는 것이다. USMCA 체제 하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차량 부품의 75% 이상을 북미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에 들어가는 수백 개의 배터리 팩과 인프라 장비가 중국산일 경우, 징벌적 관세 최대 25% 이상이 부과된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산 커넥티드 카 및 인프라의 데이터 유출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차량의 위치와 배터리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스왑 스테이션은 미 당국의 강력한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CATL이 관세와 안보 이슈로 북미 인프라 구축에 난항을 겪는 사이, 현대차는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를 기반으로 현지 생산 배터리를 탑재한 EREV와 전기차를 무관세로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지킬 수 있는 골든 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더불어 현대차그룹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 한편 CATL의 슈퍼 하이브리드와 현대차그룹의 미드 망간 LFP배터리는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와도 경쟁할 수 있다. 최근 다임러와 볼보의 합작 수소 동맹에 토요타가 가세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전기 생태계가 CATL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셀센트릭은 디젤 엔진 자리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스택으로 10년 수명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트럭 아키텍처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빠른 충전과 가벼운 시스템 무게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에 많은 공을 들여 온 토요타의 합류로 제조 단가 하락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비해 CATL은 배터리 교체로 5분 만에 완충하고, 남는 전기는 팔아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CATL은 무거운 배터리 무게를 초경량 3세대 키린으로 극복하고, 충전 대기 시간은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론적으로는 500km 내외의 중단거리에는 인프라 접근성과 경제성을 앞세운 전기 생태계가 유리할 수 있다. 반면 1,000km 이상의 에너지 밀도와 적재 효율이 중요한 장거리 트럭 분야에서는 수소 시스템이 여전히 강력한 우위에 있다. 다만, CATL의 1,500km 주행 응집물질 배터리'가 상용차에 본격 이식될 경우 수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
물론 모든 기술은 성숙도 높은 인프라를 통해 구현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승부는 누가 더 빨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CATL은 이미 4,000개의 통합 스테이션을 예고하며 강력한 인프라 구축에 나섰고, 셀센트릭은 단일 제품 전략으로 제조 복잡성을 40% 줄였다.
독자적으로 수소 연료전지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온 현대차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와 초고용량 LFP와 미드 망간이라는 투 트랙 전략 등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하고 있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현대차그룹은 예상 외로 많은 투자를 통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을 위해 건설한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공장에서 발빠르게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생산한 것도 그 중 하나다.
CATL의 새로운 배터리 기술과 그것을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생태계 구축도 중국의 시장을 배경으로 세계화에 나설 수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뿐 아니라 AI 데이터 센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분석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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