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아 리무진이 첫 선을 보였다. 아마도 두 가지 화두가 앞설 것이다. 첫번째는 OEM이 애프터마켓 시장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 보호론이고, 두번째는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인 스타리아가 리무진이라는 장르에 걸맞는 승차감과 NVH를 실현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것은 스타리아라는 모델 자체의 가치다. 스타리아는는 독특한 모델이다. 그리고 시대 정신을 담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모델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타리아 리무진은 이른바 스타리아 유니버스의 확장, 아니 팽창의 한 방향일 뿐이다. 그만큼 스타리아 유니버스는 다양한 관점에서 확장과 컨버젼스
스타리아는 태생부터 외연 확장의 DNA를 갖고 태어났다. 상용 플랫폼인 스타렉스의 후속이지만 상용차의 범주에 안주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이것을 알고 스타리아의 방향성을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미니밴 혹은 미니버스 장르가 대세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엔진룸이 필요 없는 전기차, 바닥에 배터리 팩을 깔아야 하는 전기차 특성 상 차체 길이 대비 실내 공간의 길이가 가장 긴 미니밴, 차 바닥이 높아도 충분한 실내 높이로 거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미니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리아는 여러 방면에서 스타렉스의 전통적 상용차 이미지를 탈피, 확장하려고 했다. 그 첫번째는 디자인이다. 현대차 디자인의 아이콘인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최초로 선보인 차가 상용 디비젼의 스타리아였다는 점 자체가 의미심장했다. 이전에는 세 조각이어서 아쉬웠던 것을 지난 연말 상품성 개선을 통하여 일체형인 진정한 ‘심리스’로 완성된 것이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또 하나는 극단적으로 아래로 넓은 유리창 면적이다. 그래서 운전자는 넓은 시야로 안심감을, 승객은 넓은 공간보다도 더 넓은 느낌의 개방감으로 상용차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마지막으로 마치 SF 영화의 스페이스 셔틀을 닮은 듯한 매끄러운 차체 실루엣이다. 이 역시 투박한 상용차의 이미지와의 연결고리를 희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
사실 이와 같은 디자인 혁신이 없었다면 스타리아 리무진은 아마도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출시 초기부터 고급 승용의 향기가 느껴지던 라운지 트림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정규 라인업의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거친 노면을 만날 때마다 느껴지는 바디 온 프레임 특유의 거친 승차감은 아직 상용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따라서, 이번 스타리아 리무진은 단순히 가장 고급스럽고 값비싼 스타리아의 배리에이션이라는 단순 해석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것은 글 머리에 언급했던 미니밴의 미래 전동 모빌리티에서 승용 장르로서의 적합성의 외연을 위로 밀어 올리는 테스트베드의 역할도 함께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6인승 모델의 2열 이그제큐티브 시트, 그리고 고급 가구나 G90 블랙과 같은 최고급 세단에만 사용하던 세미 아닐린 가죽을 사용하는 등 승용으로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승차감과 거주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리무진 장르이다.
실제로 연구원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시트의 내부 구조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트 안의 한층 부드러운 소프트 폼이 세미 아닐린 가죽 아래에서 안락함을 제공하는 반면 그 아래의 더욱 밀도가 높아진 PU 폼으로 신체의 지지력을 높여 장시간 탑승에도 피곤하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했다고 한다. 시트와 관련하여 두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시트의 전후 슬라이딩 기구와 넥 서포트였다. 처음에는 4인승인 줄 알았는데 3열 시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2열 시트 옆면의 손잡이로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것이 전동식과 기계식 2단계였다. 상대적으로 짧은 전동식 구간은 2열 승객이 시트의 앞뒤 위치를 조절할 때 사용하는 목적이고, 그리고 시트 레일 전체를 앞뒤로 움직이는 기계식 구간은 3열 승하차를 위한 목적이었던 것. 기능도 기능이지만 투박한 기계를 만지는 것 같던 상용 승합차 시트 슬라이딩 레버와 차별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여서 인상적이었다.
넥 서포트는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점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확대 적용이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승용차는 쉬기 위해 등받이를 뒤로 눕히면 헤드레스트가 너무 높아지고 목 뒤를 아무 것도 받쳐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아예 헤드레스트를 뽑거나 위로 올려서 등받이 상단에 목을 받치는 대신 헤드레스트의 안전 기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스타리아 리무진의 2열 이그제큐티브 시트는 등받이를 눕히는 릴랙션 모드에서 목 뒷부분을 받치는 넥 서포트가 헤드레스트와 별도로 45mm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 리무진의 고급 시트가 단순히 고급스러움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호라이즌 램프 이후 또 하나의 스타리아 발 향후 확대 적용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사실 내가 스타리아 리무진에서 기대했던 것은 NVH의 원천적 해결을 위한 새시 설계의 차별점이었다. 아무리 시트에서 잘 걸러내고 잡아준다고 해도 노면에서 새시 – 바디를 거쳐 전달되는 소음 진동의 원천을 억제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변화의 폭은 생각보다 작았다. 요즘 현대차가 많이 사용하는 하이드로 부시의 확대 적용, 전자 제어식도 아닌 주파수 감응형 쇼크 업소버가 대부분이었고, 리어 트레일링 암 서스펜션의 강성을 높여 진동과 소음원을 줄이는 강성 부재의 추가, 현가 하 질량을 줄이고 주파수 회피 성능을 위한 알루미늄 너클과 휠 캐리어 등의 후륜 서스펜션 구조 변경, 그리고 트레일링 암으로부터의 소음 진동이 차체로 전달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서스펜션 마운트의 강성 변경 정도였다. 마운트 강성 변경은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적용되며 배터리 팩의 추가로 차체 강성 자체가 향상된 EV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내가 기대했던 특별한 후륜 서스펜션은 없었다. 이전 내가 근무했던 독일 브랜드의 경우 미니밴 기반의 리무진을 위하여 최고급 대형 세단의 에어 서스펜션을 이식하는 등 고급 하드웨어를 아낌없이 적용했었다. 커스터마이징 산업과 귀족 문화, 고급 코치의 헤리티지를 가진 유럽이었기에 가능했던 조합이었다.
성능은 최고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 따라서 시장이 극히 제한된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스타리아 리무진의 접근법이 이해가 된다. 즉, 시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의 하드웨어 및 개발비 추가 투입만으로 승용차, 아니 리무진에 어울리는 승차감을 실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 시장성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스타리아 리무진에만 적용된 새시의 전용 설계 부품이 앞으로 스타리아 승용 모델들에게 확대 적용될 수 있다면 스타리아가 샹용의 이미지를 씻고 승용, 더 나아가 전동 모빌리티 시대에 최적인 모델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스타리아 리무진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6인승 뿐만 아니라 9인승 모델도 있다. 9인승 모델은 시트 자체는 기존 라운지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그 대신 스타리아 리무진 전용 승차감과 NVH 향상 대책이 그대로 모두 적용되며 파노라믹 스카이 루프와 17.3인치 인포테인먼트 등 리무진의 실내 요소도 그대로다.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해 보면 옵션을 감안할 때 가격차이가 1천만원 내외 수준이다. 시승을 통해 확인해야 하겠지만 만일 현대차 관계자의 자신감만큼 승차감이 우수하다면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리무진은 스타리아의 승용 모델로서의 외연을 극단적으로 밀어 올린 스타리아 유니버스의 한 방향일 뿐이다. 또 다른 스타리아 유니버스의 외연 확장 방향은 ST1이 책임지고 있다. ST1은 단순한 전기 화물밴이 아니라 현대차의 미래 상용 모빌리티의 테스트 베드였다. 스타리아와는 달리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 기반의 AVN을 적용하여 상용 앱을 개발, 탑재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처음으로 적용하였다.
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스타리아 기반의 ST1은 현대차에 두 가지 미래를 위한 포석이 되었다. 첫번째는 현대차가 곧 도입할 플레오스 커넥트가 사용할 AAOS를 최초로 도입한 현대차그룹의 모델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하여 차량의 다른 전자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의 통합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두번째는 최근 4월 20일에 현대차가 발표한 완전 개방형 생태계인 ‘현대 컨버젼+’의 소프트웨어 단의 테스트 베드가 되었다. 승용차용 플레오스 커넥트가 사용자 경험의 확대를 위한 개방형 생태계라면 상용 플랫폼의 개방형 생태계는 차량의 운행 데이터를 이용한 플릿 매니지먼트 앱의 개발 등 보다 심도 높은 상용 생태계의 구현을 위한 개방이었다.
이 상용 시장을 위한 개방형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더하여 하드웨어의 개방형 생태계도 최초로 시도한 것이 ST1의 플랫베드 모델이었다. 하드웨어의 앵커 포인트, 전기 및 전자 인터페이스의 표준화 등을 통하여 서드 파티의 특장 개발을 가속화하며 동시에 사용자의 품질 문제를 최소화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꾀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생태계의 개방과 인증 데이터 등 법적 대응 부분까지도 개방한 것이 바로 ‘현대 컨버젼+’인 것이다.
이것은 기아가 PBV, 즉 목적 기반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유연성을 꾀한다면, 현대차는 기존 상용 모델들의 데이터 및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적극적, 그러나 체계적으로 개방하여 보다 현실적이면서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방향의 생태계 진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스타리아는 상용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 그리고 ST1은 현대가 바라보는 PBV의 습작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대 컨버젼+의 발표와 스타리아 리무진, 그리고 스타리아 일렉트릭의 등장을 통하여 현대가 그리는 그림은 기아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기아는 반 끗 다른 메인스트림이라고 나는 자주 말한다. 라이프스타일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PBV 전략에서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일종의 패기가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하여 현대는 확실한 메인스트림이다. 현실에 뿌리를 두고 실효성 높은 전략을 추구한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스타리아 유니버스의 확장이다.
그리고 그 첨단에 스타리아 리무진, 스타리아(+ST1) 일렉트릭, 그리고 현대 컨버젼+가 있는 것이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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