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한국 진출 23년 만에 자동차 판매 사업에서 물러난다. 4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는 "환경 변화와 환율 변동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방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며 2026년 말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 종료를 공식화했다. 모터사이클 사업은 계속한다고 했지만, 어코드와 CR-V로 한국 수입차 시장의 문을 처음 두드렸던 브랜드의 퇴장 소식은 예고된 결말이었음에도 씁쓸하게 느껴진다.
혼다코리아의 철수를 단지 한 브랜드의 사업 정리로 보기엔 무게감이 남다르다. 지금 일본 자동차 산업 전반은 갈림길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2025년 글로벌 신차 판매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총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약 2,700만 대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 브랜드 합산 판매량은 2,500만 대 미만으로 떨어지며 선두 자리를 내주었다. 일본 자동차가 세계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2000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토요타만이 예외로 남았다. 토요타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 1,130만 대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고, 판매는 전년보다 4.6% 늘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동화 전략과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 시장에 걸친 균형 잡힌 판매 구조로 충격을 흡수했다. 반면 나머지 일본 메이커들의 성적표는 차이가 컸다.
혼다는 중국 내 판매 급감의 여파로 전년 대비 8% 하락한 352만 대에 그치며 글로벌 9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시장 부진과 전기차 관련 손실로 인해 이번 회계연도에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인 6,900억 엔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957년 상장 이후 처음 맞는 연간 적자다. 닛산은 전년 대비 4% 감소한 320만 대 판매에 머물며 글로벌 11위로 추락했고,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상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일본 내수 판매가 15% 감소하는 등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닛산은 장기 전략을 내놓으며 글로벌 차종 수를 56개에서 45개로 줄이겠다고 밝혔고, 인력 15% 감축과 생산거점 정비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한때 혼다와의 합병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결렬되며 독자 생존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마쓰다는 북미 의존 구조의 부담이 드러났다. 2025년 4월부터 12월까지 전 세계에서 92만 대를 팔았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 줄어든 수치다. 미국에서는 멕시코산 CX-30 감산 영향이 컸고, 유럽에서는 마쓰다2 내연기관과 마쓰다6 단종, 신형 출시를 앞둔 CX-5 교체기 영향이 겹쳤다.
공통점이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 전동화 전환 실기, 그리고 특정 지역에 치우친 판매 구조다. 토요타가 지역 분산과 하이브리드라는 카드로 위기를 버텨내는 동안, 다른 일본 메이커들은 전략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혼다코리아의 연간 판매량 추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쇠락 곡선이다. 2017년 1만299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18년 7,956대, 2019년 8,760대, 2020년 3,056대, 2021년 4,355대, 2022년 3,140대, 2023년 1,385대, 2024년 2,507대, 2025년 1,951대로 이어졌다. 수입차 시장 최초로 연간 1만 대를 돌파했던 브랜드치고는 가혹한 숫자들이다.
추락의 첫 번째 계기는 2019년의 일본 불매운동이었다. 한때 연간 1만 대를 넘었던 혼다의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2019년 8,760대에서 2020년 3,056대로 65.1% 감소했다. 토요타와 렉서스가 불매운동의 파고를 넘어 회복세를 탔던 것과 달리, 혼다는 그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다.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한국 소비자 취향에 부합하는 라인업과 상품성 부족, 가격 인상, 경영진 세대교체 실패 등이 맞물렸다. 토요타와 렉서스가 하이브리드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까지 폭넓은 라인업으로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동안, 혼다의 국내 판매 차종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중심의 6종에 머물렀다. 신차를 내놓으면서도 이전 모델 대비 600만~900만 원 비싸졌지만 동급 국산차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우영 전 대표이사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장기 집권하면서 바통을 이을 임원진이 대거 회사를 이탈했고, 그 뒤를 이은 재무통 출신 경영진 체제에서 시장 대응력은 더욱 무뎌졌다.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23년 도입한 '100% 온라인 직판'과 '원 프라이스(정찰제)' 제도는 투명성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출발했고, 플랫폼 구축에만 55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혼다의 주 고객층인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온라인 전용 구매 방식은 낯설었고, 가격 일원화로 할인 여지가 사라지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가 늘었다. 쏟아낸 돈만큼 판매는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올해 2월에는 역대 최저 판매량인 월 23대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에도 월 판매량이 23대까지 떨어진 적은 없었다. 반등의 발판을 찾지 못한 채, 결국 퇴장을 선택하게 된 셈이다.
혼다코리아의 퇴장 배경에는 브랜드 자체의 실패 외에 국내 수입차 시장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도 자리하고 있다. BYD는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1년여 만에 2026년 1월 한 달간 1,347대를 판매하며 BMW, 벤츠, 테슬라, 렉서스에 이어 수입차 판매 5위를 기록했다. 혼다코리아가 연간 1,951대를 팔며 생존을 고민하던 그 시간에, BYD는 한 달에 그 수의 70%에 달하는 판매를 올린 것이다.
BYD는 2025년 4월 고객 인도를 시작한 지 약 11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75대를 달성했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서 같은 고지를 밟는 데 3년 이상이 걸렸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가격 경쟁력과 충분한 상품성이 결합된 중국 브랜드의 진입은, 이미 체력이 바닥난 혼다코리아에게 치명적인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지금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동화 전환에 뒤처지고, 라인업 경쟁력마저 약해진 브랜드가 서 있을 자리는 좁아졌다. 2020년 한국에서 먼저 물러났던 닛산의 뒤를 혼다가 따라가는 모양새가 됐다. 토요타를 제외한 일본 메이커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흔들리는 지금, 혼다코리아의 퇴장은 한 브랜드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환기를 버텨내지 못한 브랜드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남게 될 것 같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저작권자(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