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그룹이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동,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 신흥 시장으로 대거 수출하기로 했다. 중국 내수 시장의 수요 둔화와 현지 브랜드와의 치열한 가격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여유 생산 능력을 수출로 전환해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샤오펑,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파트너사와 공동 개발한 현지 최적화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역수출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이미 중국산 자동차를 중동과 베트남으로 선적하기 시작했다. 중국 기술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으로도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폭스바겐 그룹 CEO 올리버 블루메는 “완전한 현지화 접근법이 회사를 더 빠르고 경쟁력 있게 만들었으며, 중국 밖에서도 더 높은 회복력을 갖추게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서구권과의 무역 갈등을 의식한 듯, 중국산 차량을 유럽이나 미국 시장으로 수출할 계획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폭스바겐이 이처럼 중국산의 글로벌화를 선택한 배경에는 급격한 수익성 악화로 인한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분석했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중국 내 영업이익은 약 9억 5,8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45%나 급감했다. BYD와 지리 등 중국 로컬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무섭게 잠식하면서 내수 판매만으로는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중국 내에 50종의 전동화 모델을 출시하고, 여기서 확보된 생산 여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흥 시장에서의 가솔린 차량 의존도를 낮추는 In China, for China 전략의 확장판을 실행할 방침이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2020년 100만 대 미만에서 2025년 710만 대 규모로 폭증한 가운데, 폭스바겐의 가세는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의 허브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상징한다.
독일 본사의 브랜드 파워와 중국의 저비용·고효율 생산 시스템이 결합된 폭스바겐의 수출 공세가 동남아와 남미 등지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제조사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의 위기를 중국 기술의 글로벌 확산이라는 기회로 반전시키며 포스트 내연기관 시대의 새로운 생존 공식을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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