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가 양자 네트워크 구축의 핵심 난제로 꼽혀온 서로 다른 양자 인코딩 방식 간 연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프로토타입 ‘시스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Cisco Universal Quantum Switch)’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실제 작동하는 연구 프로토타입으로, 수년간의 기초 연구와 현장 검증, 확장 중인 파트너 생태계를 바탕으로 추진해 온 시스코의 양자 네트워킹 프로그램의 최신 성과다.
양자 컴퓨터는 제조사와 구현 방식에 따라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양자 정보 손상 없이 주요 인코딩 방식 사이를 변환할 수 있는 스위치가 없었다. 시스코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가 이 문제를 세계 최초로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시스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
시스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는 기존 통신 광섬유 위에서 상온으로 작동한다. 핵심부에는 시스코 특허 기반 변환 엔진이 탑재돼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인코딩 방식을 실시간 변환하고, 양자 정보를 보존하도록 설계됐다.
비조이 판데이(Vijoy Pandey) 시스코 이머징 테크놀로지&인큐베이션 조직 ‘아웃시프트(Outshift)’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이번 발표는 시스코의 양자 프로그램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자, 양자 네트워킹이 가진 혁신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양자 시스템들을 연결하는 것이 진정한 확장성을 실현하는 핵심 열쇠임을 오래전부터 인식해 왔으며, 이제 그 비전을 향한 결정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이번 성과는 분명 중대한 이정표이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양자 시대의 네트워크 레이어 구축
시스코는 현재 양자 컴퓨터가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양자 컴퓨터는 수백 큐비트(qubit)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헬스케어·금융·항공우주 등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 혁신을 구현하려면 수백만 큐비트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시스코는 이 간극을 좁히는 핵심 요소로 네트워킹과 연결성을 제시했다. 양자의 미래는 특정 기업이나 단일 기술만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스템을 연결할 때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시스코는 인터넷의 확산이 클래식 스위치에 기반했던 것처럼, 양자 세계에서도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가 유사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양자 컴퓨터가 정보를 주고받을 때 신호가 어떤 방식으로 오든 이를 받아들이고 공통 언어로 변환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양자 정보는 손실 없이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시스코 특허 기반 변환 엔진이다. 출력 방식은 입력 방식과 동일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를 수도 있다. 해당 변환 엔진은 애초에 서로 통신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양자 시스템들도 연결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는 서로 다른 제조사와 기술 기반의 양자 시스템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데 중요한 기능이다.
주요 양자 인코딩 방식 지원
시스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는 양자 정보를 전달하는 주요 인코딩 방식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지원 대상에는 빛의 파동 방향을 활용하는 편광(Polarization), 광 펄스의 타이밍을 이용하는 시간-빈(Time-Bin), 빛의 색상 또는 주파수를 활용하는 주파수-빈(Frequency-Bin), 물리적·공간적 경로를 활용하는 경로(Path) 방식이 포함된다.
현재까지 시스코는 편광 방식에 대한 실험 검증을 마쳤다. 시간-빈과 주파수-빈 방식은 설계에 이미 포함돼 있으며, 다음 단계 검증 과제로 추진 중이다.
시스코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얽힘 광원과 단일 광자 검출기를 활용해 스위치를 직접 테스트했다. 실험 결과, 양자 정보를 손상하지 않고 시스템 간 빠르고 정확하며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주요 성과로는 양자 상태 충실도 및 얽힘 저하율 4% 미만을 기록해 양자 네트워크 운용에 필요한 결맞음(coherence)을 유지한 점이 제시됐다. 또 서브 나노초(ns)급 전기 광학 스위칭을 통해 최소 1나노초 이내 연결 전환이 가능했으며, 소비 전력은 1밀리와트 미만으로 나타났다.
시스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 웨이퍼
상온 작동·기존 광섬유 활용
양자 네트워킹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현재는 양자 시스템을 연결하는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고, 대부분의 시스템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시스템끼리만 통신할 수 있다.
시스코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가 이와 다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스위치가 대체로 한 가지 인코딩 방식만 처리하는 것과 달리, 시스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는 주요 방식을 지원하고 특허 기반 빌트인 변환 기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온 작동도 주요 특징이다. 대부분의 양자 하드웨어는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지만, 시스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는 일반 실온에서 작동한다. 이에 따라 별도 냉각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도입 비용과 운용 복잡성을 낮출 수 있다.
또 현재 인터넷 트래픽 전송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광섬유를 통해 표준 통신 주파수로 작동한다. 특수 장비 없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제시됐다.
시스코는 제조사 경계를 넘는 연결성도 강조했다. 특정 벤더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고 서로 다른 제조사의 양자 기기들이 함께 작동할 수 있어, 기존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최적의 양자 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풀스택 양자 네트워크 비전
시스코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는 시스코가 추진하는 분산형 양자 네트워크 아키텍처의 일부다. 시스코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전 레이어를 엔드-투-엔드로 아우르는 전체 스택 설계를 지향하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 40년간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양자 컴퓨팅의 미래가 수십 년이 아니라 수년 안에 상호 연결된 양자 기기들의 분산 네트워크를 통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유니버설 양자 스위치는 시스코의 양자 네트워킹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해당 포트폴리오에는 양자 네트워크에 필요한 얽힘 광자를 생성하는 시스코 양자 네트워크 얽힘 칩, 여러 양자 프로세서에 걸쳐 알고리즘을 분산 실행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네트워크 인식형 양자 컴파일러(Quantum Compiler)가 포함된다.
세 제품은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시스코 전용 양자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됐다. 여기에 퀀텀 싱크(Quantum Sync), 퀀텀 얼러트(Quantum x-alert) 같은 응용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시스코는 양자 정보를 생성하고 전달하는 하드웨어부터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양자 네트워크 비전을 구축하고 있다.
시스코는 IBM, 큐넥트(Qunnect), 아톰 컴퓨팅(Atom Computing) 등 파트너들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해당 비전을 현실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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