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럭셔리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23일(현지시간) 중동 지역 내 군사적 충돌과 공급망 방해로 인해 차량 판매와 인도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혔다. 현재 주요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을 비롯한 걸프 지역 대부분의 국가로 향하는 차량 출고가 막혀 있는 상태다.
윙켈만 CEO는 "주요 판매 대리점들이 문을 닫았고 물류 경로가 차단되어 차량을 전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심각성을 전했다. 특히 중동은 혹독한 폭염을 피해 여름 전후에 자동차 구매 수요가 집중되는 강한 계절성을 띠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연중 최대 성수기를 놓칠 위험이 커졌다. 람보르기니 측은 이번에 놓친 판매 기회를 연내에 만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문 취소는 없으나 장기화 시 타 지역 물량 전환 고려
현재까지 수개월 전 접수된 주문들에 대한 대규모 취소 사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차량 인도 지연이 계속되면서 고객들의 불만과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있다. 빈켈만 CEO는 "단기적으로는 버틸 수 있지만 분쟁이 길어진다면 이는 분명히 경영상의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람보르기니는 분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중동 지역으로 배정된 물량을 수요가 견조한 다른 국가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물류 시스템의 특성상 즉각적인 전환은 불가능하며 일정 기간의 준비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인 요소다.
수익성 높은 시장 타격에 따른 실적 변수 발생
중동 지역은 람보르기니 연간 전체 판매량의 약 5%인 450대 내외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수치상 비중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으나, 고가의 옵션 선택 비중이 높고 대당 마진이 큰 모델들이 주로 판매되는 요충지다. 따라서 판매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브랜드 전체 수익성 지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베이징 모터쇼 등에서 미래 기술을 뽐내며 도약을 준비하는 가운데, 람보르기니는 예기치 못한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관리의 시험대에 올랐다. 럭셔리카 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중동 시장의 공백이 람보르기니의 올해 전체 실적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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