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동력은 전기차지만,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움직이는 힘은 여전히 일론 머스크 그 자신이다. EV 보조금 축소, 정치적 논란,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테슬라의 성장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에 반발한 불매운동이 실제 판매 수치에 그림자를 드리웠고, 중국에서는 BYD를 비롯한 현지 브랜드들이 테슬라의 가격 경쟁력을 정면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가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오늘의 실적보다 내일의 가능성에 배팅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지금의 테슬라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1분기 실적에는 긍정적인 대목도 있었다. 배출권 판매를 제외한 매출총이익률은 19%를 넘어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웃돌았고, 전년 동기 13% 초반이라는 바닥권에서 상당 폭 회복했다. 미국 EV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다시 50%를 넘어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테슬라의 독주를 위협하는 듯했던 리비안, GM, 현대차그룹의 추격이 아직은 결정적인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나쁘지 않은 신호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려했던 것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문제는 판매 모멘텀이다. 1분기 글로벌 인도 대수는 약 35만8,000대로, 지난해 3분기에 기록했던 약 50만 대 수준에서 뚜렷하게 미끄러졌다. 모델3와 모델Y로 대표되는 현재의 라인업은 사실상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신선함이 옅어진 제품군만으로 시장의 구매 의욕을 다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보도된 초저가 모델 출시 계획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솔직히 타이밍이 마뜩잖다. 저가 전략은 한때 머스크의 핵심 로드맵이었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경쟁사들이 2만 달러대 EV를 속속 내놓는 동안, 테슬라는 여전히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의 중심에는 자동차가 없다. 자율주행 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캡,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그리고 머스크의 AI 기업 xAI와 연계한 반도체 사업까지. 투자 스토리는 현재의 수치를 들여다보기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 특히 옵티머스는 머스크 스스로 테슬라의 장기 가치를 좌우할 핵심 자산으로 지목한 프로젝트다. 공장 자동화에서 가정용 서비스까지, 잠재적 시장 규모는 자동차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아직 가능성의 언어로만 존재한다. 투자자들이 사고 있는 것은 지금의 테슬라가 아니라, 머스크가 약속한 테슬라의 내일이다.
흥미로운 건 시장의 태도다. 실적 추정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그 낮아진 미래 이익에 오히려 더 높은 배수를 부여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은 물론, 빅테크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약속이 늦어질수록 믿음이 강해지는 역설적인 구도다. 그러나 그 약속들이 현실로 이어지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비전 실현에 필수적이라고 했던 투자 집행이 실제로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있어서다.
설비투자는 20억 달러 수준으로, 월가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연간 2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과는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는 숫자다. AI 인프라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는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과 나란히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그나마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FCF)가 간신히 플러스를 유지한 것은, 지출을 줄인 덕분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어 흑자를 지켰다는 건데, 미래를 향한 투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기업의 모습과는 어딘가 어긋나 보인다.
그리고 지금 테슬라 앞에는 더 큰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xAI와 통합한 스페이스X가 이르면 6월, 시가총액 1조7,500억 달러 규모로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위성 발사 시장에서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전속 AI 연구 조직까지 품은 스페이스X는 그 자체로 완결된 성장 서사를 갖추고 있다. 테슬라가 '머스크 프리미엄'을 공유해온 유일한 상장사였다면, 앞으로는 그 프리미엄을 두 회사가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같은 사람이 이끄는 두 회사가 동시에 이 정도의 밸류에이션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 낙관이 두 방향으로 나뉘어 버틸 수 있을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머스크가 두 회사를 아예 하나로 묶어버리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 테슬라는 이미 xAI의 출자자다. 황당한 발상처럼 들리지만, 지금까지의 머스크라면 충분히 그럴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머스크는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는 실적보다 기대로 굴러가고, 그 기대는 점점 더 자동차와 멀어진 곳에 쌓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아직 그를 믿고 있다. 그 믿음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머스크가 그 믿음에 언제 실체를 얹어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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