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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 보러 왔다가 한옥·시장·동네까지”…K-컬처, 한국행 여행의 엔진 됐다

    2026.04.29. 12:49:15
    읽음669

    K-팝과 K-드라마를 소비하던 글로벌 팬들이 이제 한국을 직접 찾아오고 있다. 단순히 콘서트를 보거나 드라마 촬영지를 둘러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시장에서 식재료를 보고, 궁궐의 단청과 지붕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한옥의 온돌과 마루를 경험하며, 동네 주민센터와 편의점, 찜질방 같은 일상 공간까지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28일 서울에서 ‘K-컬처, 여행의 시작이 되다’를 주제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K-컬처가 한국행 여행 수요를 어떻게 견인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글로벌 조사 보고서 ‘한국을 향한 발걸음: 새로운 세대의 여행객을 한국으로 이끄는 K-컬처의 힘’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는 K-컬처가 방한의 출발점이 된 현상을 짚는 데서 나아가, 이 수요를 어떻게 장기 체류와 재방문, 서울 외 지역 여행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콘텐츠를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K-컬처, 실제 방한 수요로 전환

    보고서 발표를 맡은 샤론 챈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K-컬처가 더 이상 콘텐츠 소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은 한국 콘텐츠를 보지만, 이제는 그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한다”며 K-컬처가 실제 여행 수요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에어비앤비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원폴에 의뢰해 2026년 3월 말레이시아, 미국,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태국, 호주 등 9개국의 한국 방문 경험자 및 방문 계획자 4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샤론 챈(Sharon Chan)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조사 결과 응답자의 94%는 K-컬처가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75%는 K-컬처를 한국 방문의 핵심 또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K-컬처에 동기 부여된 여행자는 그렇지 않은 여행자보다 1인당 평균 435달러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88%는 한국에서 3박 이상 머물렀거나 머물 계획이라고 답했고, 68%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여행했거나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K-컬처의 영향력은 더 강했다. 발표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80%는 K-컬처가 한국 방문 결정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Z세대만 놓고 보면 K-팝을 한국 방문의 주된 이유로 꼽은 비율이 36%로 전체 평균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들은 여행 방식도 달랐다. K-팝과 엔터테인먼트 체험을 우선순위에 둔 Z세대 응답 비율은 35%로, 고연령 여행자보다 훨씬 높았다.

    K팝 팬도 음식·역사·자연을 원한다

    흥미로운 점은 K-팝이 한국 여행의 출발점이 되더라도, 실제 여행 욕구는 훨씬 넓은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91%는 한국 여행에서 ‘진정한 현지 문화 체험’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K-팝에 동기 부여된 여행자의 92% 역시 음식, 역사, 자연 등 K-팝 이외의 폭넓은 경험을 원한다고 밝혔다.

    샤론 챈(Sharon Chan)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샤론 챈 총괄은 이를 “팬들이 오랜 기간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쌓아온 개인적·정서적 연결이 여행의 강력한 동력이 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나 예능, 뮤직비디오 속 음식과 장소, 의상, 라이프스타일을 화면 밖 현실에서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는 “여행자들은 단순히 체크리스트를 완수하듯 관광지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 안으로 몰입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 변화는 숙소 선택에도 반영된다. 공유숙박 이용자의 65%는 현지 동네에 머물기 위해 공유숙박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절반가량은 공유숙박이 주요 관광지 밖 지역을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봤다. 숙소가 더 이상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한국의 일상과 가까워지는 여행 경험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관심은 서울 밖으로 향하지만, 발걸음은 여전히 서울에 머문다

    K-컬처가 만든 방한 수요의 다음 과제는 ‘서울 집중’을 어떻게 완화하느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외 지역을 여행했거나 여행에 관심이 있는 응답자의 74%는 드라마와 영화가 서울 밖 지역 방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방문객의 66%는 여전히 서울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조건이다. 잠재 여행자의 83%는 서울 외 지역의 적절한 숙박 옵션 여부가 예약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MZ세대 잠재 여행자의 53%는 공유숙박 등 적합한 숙소 가용성이 방한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라고 답했고, 34%는 적합한 숙소를 찾지 못하면 여행을 미루거나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샤론 챈 총괄은 “K-컬처가 한국을 향한 강력한 관심을 만들었지만, 이를 실제 여행 행동으로 바꾸려면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는 이 지점에서 ‘지속가능하고 분산된 여행’의 가능성을 봤다. 한국 방문을 희망하는 수요는 강하지만, 이 수요가 재방문과 지역 방문으로 이어지려면 더 다양한 여행지 선택지, 지역 숙박 인프라, 현지 체험 콘텐츠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응답은 높지만, 에어비앤비 데이터상 재방문 게스트 비율은 최근 다소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K-컬처 관심을 완성된 여행으로”…에어비앤비의 세 가지 방향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는 이날 간담회에서 “K-컬처는 이제 한국 여행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라며 에어비앤비의 역할을 “글로벌 팬들의 뜨거운 호기심이 단기적 화제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여행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더 긴 체류, 서울을 넘어선 전국 여행, 한국 문화와의 깊은 교감으로 이어지는 것이 에어비앤비의 목표라고 말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

    에어비앤비가 제시한 첫 번째 방향은 K-팝 팬덤의 체류 경험 확장이다. 최근 공개된 코르티스(CORTIS) 협업이 대표 사례다. 에어비앤비는 코르티스 미니 2집 ‘GREENGREEN’의 타이틀곡 ‘REDRED’ 발매를 기념해 서울에 ‘Green vs. Red’ 콘셉트의 비밀공간을 선보였다. 4월 28일에는 최대 30명의 게스트가 코르티스 멤버들을 직접 만나 공간을 체험하는 오리지널 체험이 진행됐고, 4월 29~30일에는 게스트 1명과 동반인 1명에게 같은 공간에서 1박을 보내는 숙박 기회가 제공됐다. 5월 1일부터 7일까지는 1000명 이상이 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팝업도 운영된다.

    에어비앤비의 K-팝 팬덤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인더숲 BTS편 시즌2’ 촬영지인 평창 숙소를 선보였고, 2024년에는 세븐틴 뮤직비디오 속 공간을 구현한 숙소를 공개했다. 2025년에는 세븐틴 데뷔 10주년을 기념한 체험을 진행했다. 서 매니저는 “팬들이 스크린으로만 보던 순간을 실제 현실로 옮겨왔다”며 이러한 시도가 팬심을 체류 경험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방향은 한국의 상징적인 공간을 숙박과 연결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2024년 서울시와 협력해 한강교량 위 구조물을 한강뷰 숙소로 탈바꿈시킨 ‘스카이 스위트, 한강브릿지, 서울’을 선보였다. 2023년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숙소로 개방해 게스트가 랜드마크 내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서울 패션위크 무대 뒤편의 분위기까지 경험하도록 했다. 서 매니저는 “한강을 단순히 바라보는 풍경에서 머무는 여행지로 확장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방향은 팬덤 여행의 다변화다. 에어비앤비는 2025년 하이브·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세븐틴 콘서트 시기에 맞춰 서울, LA, 도쿄에서 테마 체험을 선보였다. 콘서트 관람만이 아니라 K-뷰티, 메이크업, 보컬, 리스닝, 댄스 클래스 등 팬의 관심사를 따라 여행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에어비앤비는 올해에도 K-팝 이벤트를 위해 한국을 찾는 여행객을 위한 숙박 편의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궁궐·주민센터…전문가들이 꼽은 ‘진짜 한국’의 장면

    K-컬처가 촉발한 여행 수요를 재방문과 지역 확산으로 이끌 방법에 대해 패널 토론도 이어졌다. 진행은 임희윤 문화평론가가 맡았다. 박성배 온지음 레스토랑 헤드셰프, 관광통역안내사 겸 방송인 파비앙, 채보영 한국민박업협회 회장,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가 참여해 K-컬처 여행이 ‘여행의 시작’을 넘어 ‘여행의 완성’으로 가기 위한 조건을 논의했다.

    (왼쭉부터) 임희윤 문화평론가, 관광통역안내사 겸 방송인 파비앙, 온지음 레스토랑 박성배 헤드 셰프, 한국민박업협회 채보영 회장,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

    토론의 출발점은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와서 단 하루의 자유 시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함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다. 박성배 셰프는 노량진수산시장, 마장동 축산물시장, 경동시장을 꼽았다. 외국 셰프 친구들에게 한국의 신선한 수산물과 한우, 각 지역에서 모인 나물과 식재료를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경동시장의 국밥과 한옥 다실의 한국 차, 한의원 체험까지 언급하며 “음식만이 아니라 식재료와 생활 문화까지 연결된 경험”을 제안했다.

    파비앙은 궁궐 산책을 추천했다. 그는 17년 넘게 한국에 살며 외국인 친구와 가족이 한국 여행을 마칠 때 가장 인상 깊은 장소로 궁궐을 자주 꼽았다고 말했다. 특히 경복궁에서 북악산과 인왕산이 지붕선 너머로 이어지는 풍경, 목조 건축과 단청, 사극과 영화로 익숙해진 전통 공간의 스토리텔링이 외국인 여행객에게 강하게 다가간다고 설명했다. 궁궐에서 서촌과 북촌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한국의 역사와 일상, 전통 문화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코스라는 것이다.

    채보영 회장은 예상 밖으로 ‘주민센터’를 꼽았다. 그는 게스트하우스 인근 주민센터의 작은 카페에서 외국인 친구에게 차를 사주고, 동네 주민들을 소개해준다고 말했다. 한국의 행정 시스템이 얼마나 빠르고 친절한지, 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상 공간이 외국인에게는 흥미로운 여행지가 된다는 설명이다. 서가연 매니저는 서촌의 한옥 스테이 경험을 떠올렸다. 한옥의 마루와 온돌, 안과 밖이 이어지는 공간감은 서울에 사는 한국인에게도 특별한 기억이 됐고, 그 경험이 자신을 직접 호스트가 되게 만든 계기였다고 말했다.

    K-드라마 할머니부터 편의점 좋아하는 조카까지

    파비앙은 최근 관광통역안내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K-팝이나 K-드라마, 태권도 같은 특정 관심사로 한국에 입문한 외국인들이 이제 훨씬 다양한 영역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고 봤다. 한 가족을 만났을 때는 아이들이 K-팝을 좋아해 한국에 온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할머니가 K-드라마 팬이어서 가족 전체를 한국으로 이끈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왼쭉부터) 관광통역안내사 겸 방송인 파비앙, 온지음 레스토랑 박성배 헤드 셰프, 한국민박업협회 채보영 회장,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

    그가 주목한 키워드는 ‘한국인처럼 해보기’다. 외국인 여행객들은 문구점에서 노트와 연필을 사고, 편의점에서 드라마 속 라면 조합을 따라 해보고, 찜질방에 가고, 한강에서 배달 음식을 먹는 일상적 경험을 즐거워한다. 파비앙은 앞으로 여행자들이 콘텐츠를 통해 본 장면을 한국 현지에서 직접 해보려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민화, 한지, 단청 같은 전통 요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한국인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전통문화가 외국인에게 새로운 여행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식도 ‘먹방’에서 ‘철학’으로 깊어진다

    박성배 셰프는 한식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지음은 의식주를 함께 연구하는 공간으로, 전통 반가 음식과 궁중 음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선보이고 있다. 박 셰프는 외국인 손님들이 한국에서 떡볶이와 순대 같은 대중 음식을 경험한 뒤, 한국의 더 깊은 음식 문화와 조리법, 발효의 지혜에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일본 손님은 온지음 예약을 먼저 한 뒤 항공권을 예매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장 문화에 대한 반응을 강조했다. 메주를 기반으로 한 된장과 고추장, 젓갈, 참기름과 들기름 같은 재료는 외국 셰프와 미식가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영역이다. 지난해 에어비앤비와 함께 진행한 ‘한국의 장 배우기’ 체험도 빠르게 마감됐고, 한 해외 손님은 체험 이후 직접 고추장을 만들어봤다고 전했다. 박 셰프는 “여행자들은 미식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철학과 미감까지 원한다”며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 시간을 들여 발효시키는 태도, 손님을 배려하는 방식이 기억에 남는 여행 경험을 만든다고 말했다.

    토론 말미에 그는 “맛있는 맛은 담백한 맛”이라는 자신의 요리 철학을 소개했다. 처음에 강하게 자극하는 맛보다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담백함이 진짜 맛이라는 뜻이다. 그는 한국 문화 역시 눈에 보이는 화려함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이해할 때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스트는 첫 번째 한국인 친구”…공유숙박이 만든 동네 여행

    채보영 회장은 현장에서 K-컬처가 여행 수요를 바꾸는 장면을 일찍부터 목격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2019년 무렵, 폴란드에서 온 여행객들이 K-팝 공연을 보러 계속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는데, 정작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그룹을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K-팝 팬덤이 기존 방한 관광의 패턴을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음을 체감했다고 했다.

    채 회장은 마포와 홍대 일대의 관광 상권 성장에도 공유숙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호텔이 제공하기 어려운 한국적 일상, 즉 동네 골목과 카페, 쓰레기 분리수거, 보일러 사용법, 간단한 예절, 잘 알려지지 않은 주변 명소를 호스트가 직접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호스트들이야말로 여행자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관광 가이드이자,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한국인 친구”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수요가 커지는 만큼 제도적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제도 아래에서는 주민 동의, 건물 연식, 실거주 요건 등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채 회장은 주민 동의 제도가 실제 갈등 예방보다는 창업 허들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전 동의보다 현실적인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준공 30년이 지난 주택의 안전성 입증 기준이 모호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 호스트와 게스트가 함께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이 프라이빗한 숙소를 원하는 최근 여행 수요와 맞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지역 확산의 걸림돌도 있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기본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만큼, 아직 외국인 방문이 많지 않은 지방 소도시에서는 숙소 공급이 늘기 어렵다. 채 회장은 “외국인이 오지 않는데 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을 하느냐”는 지역 현장의 반응과 “외국인이 쉽고 안전하게 올 수 있는 숙소가 있어야 외국인이 온다”는 논리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해 공유숙박 제도 개편이 더 건설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태계가 필요하다”…숙소에서 체험으로 이어지는 여행

    서가연 매니저는 플랫폼의 역할을 ‘생태계 구축’으로 설명했다. 예컨대 K-드라마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가족을 이끌고 한국에 왔을 때, 그 가족이 호텔방을 나눠 쓰는 대신 거실과 주방이 있는 독채나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머물며 밥을 해 먹고 담소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숙소는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니라 한국에서 살아보는 듯한 일상감을 제공하는 거점이 된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

    그 다음은 경험의 확장이다. 음식에 관심이 있다면 장 문화 체험으로,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전문 해설과 지역 문화유산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서 매니저는 “숙소와 체험, 이 모든 생태계를 여행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플랫폼의 역할”이라며 “궁극적으로 해외 여행객들이 한국과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에어비앤비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K-컬처는 시작점, 여행의 완성은 지역과 일상에 있다

    K-컬처는 전 세계 여행자를 한국으로 이끄는 강력한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여행의 지속가능성은 팬심을 얼마나 깊은 체험과 재방문, 지역 확산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파비앙은 내년 한국 여행 트렌드로 ‘데일리케이션’, 즉 한국인의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흐름을 예상했다. 박성배 셰프는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담백한 깊이가 더 많이 알려지기를 기대했다. 채보영 회장은 지방 도시에서도 공유숙박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가연 매니저는 “내년에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의 지방 여행 예약이 10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향한 경쟁은 더 이상 방문객 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한국에 오느냐, 어디까지 가느냐,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 어떤 관계를 맺고 돌아가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K-컬처가 문을 열었다면, 그 문 너머에서 여행자를 붙잡는 것은 한옥의 온돌, 시장의 식재료, 궁궐의 지붕선, 동네 주민센터, 호스트의 안내, 그리고 서울 밖 지역에서 만나는 또 다른 한국이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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