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자동차 탄소 배출 규제를 완화할 경우 향후 10년 내 유럽 배터리 산업의 3분의 2가 붕괴되고 수조 원대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의 환경 교통 전문 NGO인 T&E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의 요구대로 CO2 목표치를 축소할 경우 발생할 산업 기회비용을 경고했다.
T&E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EU 규제를 약화시켜 2030년 목표치를 평균화하라는 자동차 업계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 유럽 내 전기차(BEV) 생산량은 당초 전망치인 740만 대에서 370만 대로 절반 가량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더 심각한 것은 배터리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력이다. 보고서는 전기차 수요 감소가 현지 배터리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2030년까지 잠재적 배터리 생산 능력의 3분의 2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스웨덴 노스볼트 규모의 기가팩토리 34개가 사라지는 것과 같으며 약 4만 7,000개의 고숙련 일자리가 상실될 위기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규제 완화는 경제적 안보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다. T&E는 전기차 보급이 늦어질 경우 유럽이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약 20억 배럴의 석유를 추가로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따른 추가 석유 수입 비용만 500억 유로(약 7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현행 규제를 유지하며 강력한 현지 공급망을 구축할 경우 유럽의 배터리 수입 의존도는 7%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배터리 핵심 부품인 양극재의 경우 강력한 규제 하에서는 유럽 수요의 3분의 2를 현지 생산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규제가 약화되면 단 5개의 프로젝트만 생존해 수요의 10% 남짓만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기차는 이미 중국부터 칠레까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성장 엔진이 됐다. 유럽 제조사들이 당장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CO2 목표 완화를 외치는 것은 결국 안방 시장을 중국에 고스란히 내주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배터리 공장 34개의 기회비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유럽이 지난 100년간 누려온 내연기관 종주국의 지위를 포기하고 신생 에너지 패권 다툼에서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격이다.
유럽의회 의원들이 2030 목표를 후퇴시킨다면 훗날 2026년은 유럽 자동차 산업 몰락의 원년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자료 출처 : 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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