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USMCA 재검토를 앞두고 관세 유지와 원산지 규정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기아)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미국이 북미 자유무역 체계의 핵심 축인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재검토를 앞두고 관세 유지와 원산지 규정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북미 자동차 산업 전반의 공급망 전략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북미 자동차 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를 하나의 생산 거점처럼 활용하는 구조로 운영돼 왔고, 엔진과 변속기, 차체 부품이 국경을 넘나들며 조립되는 체계가 정착한 만큼 무역 규칙 변화는 단순한 관세 이슈를 넘어 완성차 제조원가와 생산 계획 전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미국 정부가 기존 자유무역 체계 유지보다 자국 생산 비중 확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포함한 교역 상대국에 대해 일정 수준의 관세를 유지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USMCA 개편 과정에서도 자동차와 산업재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을 최근 내비쳤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포함한 교역 상대국에 대해 일정 수준의 관세를 유지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기아)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북미 생산 체계 특성상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부품 이동 과정에서 관세 부담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완성차 가격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멕시코 생산 비중이 높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전략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완성차 업계는 협정 해체보다 기존 체계의 예측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업계 단체들은 최근 미국 정부에 USMCA 연장을 요청하며 협정 구조가 흔들릴 경우 공급망 복잡성과 행정 비용 증가로 북미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USMCA는 자동차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차량 가치의 75%를 북미 지역에서 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노동가치 기준과 철강·알루미늄 조달 조건 등 추가 요건까지 적용돼 이미 높은 수준의 지역 생산 조건이 요구된다. 이 기준이 더 강화될 경우 일부 제조사는 조달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USMCA는 자동차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차량 가치의 75%를 북미 지역에서 조달하도록 규정하고, 노동가치 기준과 철강·알루미늄 조달 조건 등 추가 요건까지 적용되어 있다(현대차)
자동차 산업 특성상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수년 단위 계획이 필요한 만큼 정책 불확실성 자체가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협상 결과에 따라 특정 생산 거점의 경쟁력이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부분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규칙 변경 자체보다 예측 가능한 제도 유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자국 제조업 회복과 공급망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생산비 상승 부담이 결국 차량 가격과 투자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미 자동차 시장의 무역 질서가 단순한 제도 점검을 넘어 구조 재편 국면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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