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의 주가가 지난 26일 8% 이상 급락했다. 투자자들과 자동차 평론가들이 페라리의 새로운 전기차(EV) 루체(Luce)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브랜드 특유의 아이덴티티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영향이다. 이탈리아어로 빛을 뜻하는 루체는 55만 유로(약 64만 달러)의 가격에 4도어 5인승 구조를 갖췄다. 브랜드 상징인 도약하는 말(프랜싱 호스) 문장을 달고 나온 차량 중에서는 급진적인 변화를 담았으며, 애플 출신의 스타 디자이너 조나산 아이브와 그의 크리에이티브 집단이 협력해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가 하락이 시장의 광범위한 우려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페라리가 디자인적인 실망감으로 인해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에 앞서 제품 라인업을 전기차로 확장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설명이다. 소셜 미디어(SNS) 상에서도 차량 외관에 대한 비판과 비관적인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현직 인사들의 쏟아지는 혹평과 유서 깊은 유산 논란
정치권과 브랜드 전직 수장마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페라리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이것을 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지, 창립자인 엔초 페라리가 무엇이라 말할지 모르겠다며 혹평했다. 전통적으로 고성능 내연기관과 고유의 배기음으로 명성을 쌓아온 페라리에게 루체를 통한 전기차 시장 진입은 중대한 기로다.
특히 과거 20년 이상 페라리를 이끌다 2014년 퇴임한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전 회장은 새 모델이 페라리의 역사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신차에서 도약하는 말 로고를 떼어버렸으면 좋겠다며 전면적인 거부감을 표시했다.
신흥 부호 겨냥한 전략, 독점성과 전동화 사이의 딜레마
논란의 중심에 선 루체는 4분기부터 본격적인 인도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급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중국 등 신흥 시장과 실리콘밸리의 테크 분야 자산가를 포함한 젊은 부유층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기존의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넘어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를 포섭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이 신제품이 틈새시장 고객층의 수요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며 차분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시장의 냉랭한 반응은 페라리가 전동화 흐름에 발맞추는 과정에서 고유의 독점성과 가격 결정력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까다로운 과제인지를 보여준다. 고급차 제조사들이 고가 전기차 수요의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페라리 역시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의 출시 계획을 최소 2028년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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