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자율주행이 미래의 희망으로 부상해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인공지능으로 모든 것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과 삼라만상의 복잡성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뉴스는 넘치는데 아직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로보택시의 확대 속도도 뉴스의 분량만큼 빠르지 않다. 그럼에도 방향성은 정해져 있다. 언제쯤 보편화될지는 알 수 없다.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낙관적으로 보아도 2035년경이 되어야 레벨3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자동차회사들은 2020년대 말을 거론한다. 지금의 상황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현재 자율주행 관련 뉴스를 주도하는 것은 레벨 4 기반의 로보택시와 엔드투엔드 AI 월드 모델의 실전 배치다.
로보택시 부문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웨이모다. 중국의 바이두와 포니에이아이 등도 빠른 속도로 세를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호언과는 달리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데이터 투명성이 가장 문제다. 테슬라는 카메라 센서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엔드투엔드 방식을 선도했지만 도로에서의 성적은 좋지 않다. 영국의 웨이브도 정부와 협력해 로보택시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자주 강조하는 것이지만 로보택시의 레벨4는 한정된 지역과 조건 하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현재 레벨2++가 가장 앞선 것이다. 레벨3를 표방하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조건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로보택시와 셔틀, 고속도로 트럭, 중장비와 농기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중장비와 농기계 등은 빠른 속도로 자율주행 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로보택시 사업도 수익화 국면에 접어 들었다는 뉴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아진 것이 배경이다.
웨이모는 올해 2월 160억 달러(한화 약 22조 원)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1,26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완전 무인 상업 운영을 제공하는 도시는 총 11개 지역으로 늘어났다.
기존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오스틴에 이어 올해 1월 마이애미, 2월에는 달라스, 오를란도, 휴스턴, 샌안토니오를 추가했고 4월 7일에는 11번째 시장인 내슈빌에서 공식 서비스를 론칭했다. 아울러 시카고, 샬럿 등지에서 고정밀 지도 매핑 작업을 개시했다. 영국의 런던과 일본 도쿄 진입을 위한 수동 매핑 및 기초 조사를 진행하며 첫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웨이모 로보택시의 주간 유료 운행 건수는 40만 회를 넘어섰다. 그러나 운행대수는 약 3,000대에 불과하다. 미국의 택시 등록대수는 10만대에서 13만대로 추산되고 있다.
웨이모의 연간 반복 매출은 올해 초 기준 약 3억 5,500만 달러(약 4,8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말 기준 약 1억 2,50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3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건당 평균 운임이 15~17달러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실질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막대한 영업 손실을 기록 중이다.
중국 바이두의 아폴로 고의 무인택시 승차 건수는 올 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3배 증가한 320만 건을 기록했다. 4월 기준 누적 승차 건수는 2,200만 건을 돌파해 작년 말 2,000만 건을 기록한 웨이모를 앞질렀다. 올해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첫 해외 서비스를 시작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니 AI는 올해 1분기 로보택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395.4%) 폭증하며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대폭 상향했다. 로보택시 규모도 급격히 늘려 올해 말까지 글로벌 운행 대수를 3,500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며, 유럽의 크로아티아 시장까지 진출해 상업 운행을 개시했다.
여기에 샤오펑이 라이다와 고정밀 지도를 배제하고 자체 칩과 VLA 2.0 모델 기반의 순수 비전 기술만을 활용한 레벨 4 양산형 로보택시를 광저우에 전격 출시하는 등 제조사들의 직접 참여가 늘고 있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측면에서는 인간의 인지 구조를 모방한 월드 모델의 도입이 대세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가상 공간에서 3D 재구성과 비디오 생성을 통합해 예측 경계를 넓히는 이 기술은 니오에 이어 최근 샤오미 EV가 샤오미 오토 월드 모델을 공식 발표하며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우븐 바이 토요타 역시 방대한 양산 차량에서 올라오는 리얼 월드 데이터와 AI 시뮬레이션을 연결하는 액티브 러닝 루프를 가동 중이다. 이러한 월드 모델 기법은 자율주행의 최대 난제였던 악천후나 돌발 동물 침입 같은 롱테일(특이 케이스) 상황을 가상 시나리오로 완벽히 구현해 학습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당국의 승인을 얻어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서 감독형 FSD 가동을 위한 대규모 인력 채용과 인프라 구축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탑티어 업체 간의 엔드투엔드 AI 기술 전면전이 예고된 상황이다.
그런 뉴스와 달리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낙관적이지 않다.
웨이모가 기상 악화와 고속도로 주행 중 발생한 기술적 문제로 미국 내 주요 도시의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극한 기상 조건과 복잡한 도로 환경에 완전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고속도로 주행 환경에서도 추가적인 기술 결함이 발견됐다. 고속도로 내 건설 공사 구간에서 로보택시의 인식 및 주행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예방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 도쿄 등 글로벌 시장을 포함해 총 21개 도시로의 확장을 추진하던 웨이모의 급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테슬라의 상황은 일론 머스크의 호언과는 달리 후퇴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추진 중인 무감독 로보택시 프로그램이 본격적인 확장 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실제 운행 차량 수가 도리어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로보택시 전문 추적 플랫폼 로보택시 트래커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텍사스주 오스틴, 댈러스, 휴스턴 등 3개 도시에서 운행 중인 테슬라의 활성 무감독 로보택시 수는 지난 4월 말 기록했던 누적 25대에서 현재 20대로 줄어들었다.
캘리포니아주 베이 에어리어에서 안전 운전자가 탑승한 채 운행되던 감독형 FSD 차량을 포함한 테슬라의 총 활성 라이드헤일링 차량 수도 지난 4월 165대에서 현재 34대로 줄었다. 특히 한때 107대에 달하며 테슬라 호출 서비스의 중추 역할을 했던 베이 에어리어에서는 9대만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론 머스크는 작년에 1년 내 100만대를 공급할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그가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한 이슈 제조기라고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다.
이 같은 축소의 배경으로는 안전성 검증의 병목 현상이 지목된다. 테슬라 로보택시 서비스의 고질적인 문제로 언급되어 온 긴 대기 시간, 이면도로 중심의 제한적 경로 설정, 좁은 지오펜스 등은 기술적 편의성 문제를 넘어 안전 확보를 위한 통제 장치로 분석된다.
일론 머스크 역시 투자자들에게 안전성 검증이 확대의 가장 큰 제약 요인임을 인정한 바 있다. 테슬라의 무감독 차량 사고율은 인간 운전자 대비 약 4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사고 발생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구조 속에서, 테슬라가 무리한 확장 대신 운행대수 축소를 선택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도 로보택시 작동 오류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3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중심가에서 아폴로 고 차량 100여 대가 시스템 장애로 인해 간선 도로 한복판에 일제히 멈춰 서는 대규모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심각한 도심 교통 정체와 추돌 위험이 유발됐다.
차량 내부의 SOS 비상 버튼과 원격 콜센터 연결마저 먹통이 되면서 승객들이 도로 위 차 내에 최장 2시간 동안 갇히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 현지 경찰 당국은 통신 및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시스템이 이상을 감지하고 안전 규정에 따라 정차했으나, 도심 한복판이라는 장소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아 오히려 위험을 키웠다고 공식 발표했다.
레벨 4 무인 모빌리티의 무서운 점은 자동차 한 대의 센서 오류가 아니라, 중앙 관제 및 통신 네트워크가 찰나의 순간 마비되었을 때 도심 전체를 마비시키는 대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자동차가 이상을 감지하고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는 설계는 얼핏 안전 우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속으로 달리는 간선 도로 위에서는 그 자체로 거대한 흉기가 된다. 더구나 승객을 지켜야 할 SOS 버튼과 콜센터 백업 라인까지 동시에 먹통이 되었다는 것은, 바이두가 양적 스케일을 키우는 속도 전형 인프라 구축에만 혈안이 되어 정작 보이지 않는 안전핀 설계에는 소홀했음을 보여 준다.
이번 사태로 중국 정부가 신규 라이선스 발급을 동결하는 등 운행 구역 확대 전반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샤오펑과 포니에이아이 등도 영향을 받는다. 중국 특유의 선 허용, 후 규제라는 전폭적인 정책 지원 아래서 성장해 온 중국 로보택시 생태계가 처음으로 거대한 규제의 벽에 부딪힌 셈이다.
이 사태에 대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안전 신뢰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중동을 시작으로 계획 중이던 해외 영토 확장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로보택시는 공공 인프라라는 점에서 정부 당국의 규제는 중요하다.
이때문에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아폴로 고 뿐만 아니라 시장에 참여한 모든 자율주행 업체를 대상으로 사고 발생 시 긴급 대응 체계에 미비점이 없는지 전수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현지 지자체별로 무인택시 시험 운행 구역의 신규 인가를 무기한 동결하거나, 특정 위험 구간의 운행 허가를 전격 취소하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테슬라가 FSD 중국 출시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고 운전 보조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쓰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현행 하드웨어로는 진정한 자율주행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율주행 솔루션 공급업체 이노비즈는 오늘날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대부분의 소비자용 자동차는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며 이 문제는 차량의 연식이나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관계없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BYD 가 신의 눈 5.0 버전을 기존 차와 신차에 모두 제공하는 등 듀얼 책임 보장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레벨 3나 레벨4로 진화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4나노 반도체를 개발한 것은 화웨이와 함께 엔비디아 등 서구 업체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진정한 레벨 4 자율주행은 감지, 계산, 제어, 전력, 안전 시스템 전반에 걸쳐 이중화(중복성)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이미 출고된 차량에 이를 사후 개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웨이모는 그런 문제점 해결을 위해 지커가 차체를 제작한 로보택시 전용 미니밴을 개발해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인간 운전자를 기준으로 설계된 기존 차량의 기하학적 구조 때문에 센서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기 어렵고, 고성능 컴퓨팅에 필요한 열적, 전기적 전력 제약과 악천후 시 센서의 환경적 견고성 부족도 치명적인 한계로 꼽았다. 반면 처음부터 자율주행을 목적으로 맞춤 설계된 트럭, 셔틀, 로보택시 플랫폼은 물리적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노비즈 측은 통제된 고속도로나 물류 통로처럼 명확히 경계가 정해진 실용적 사례에 집중하며 양산 준비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광범위한 레벨 4 배치는 예측 가능한 환경과 확실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갖춘 고속도로 트럭 운송, 지오펜스 기반 도시 셔틀, 물류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2020년대 말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것을 자율주행이라는 한마디로 말해 버리면 안된다. 기술적, 규제적 검증이 선행되는 고부가가치 도메인을 시작으로 향후 일반 소비자용 레벨 4 배포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의 시작은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점이 시작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안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다. 아직은 한정된 지역과 조건에서만 운행이 가능한 레벨4의 로보택시도 다양한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율주행으로 가는 길은 아직은 멀다. 지금은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즉 ADAS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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