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초 CES2026을 통해 나트륨 이온 기반 고체 배터리 기술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도넛 랩이 사실은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제시됐다. 배터리 전문 조사 기관 지로스(Ziros)가 20여 명의 독립 전문가와 함께 수행한 종합 조사 결과, 도넛 랩이 주장한 배터리는 전기화학적 특성이 기존 리튬이온 셀과 완벽히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독일의 기술 제공사인 CT 코팅에서 시작된 기술의 뿌리를 추적하며, 전압 곡선과 셀 팽창 데이터를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배터리의 50% 충전 상태 전압은 3.7~3.8V로 고니켈 리튬이온(NCM) 화학 구조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동일 조건에서 3.5V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백한 모순이다. 결정적으로 충전 시 발생하는 셀 팽창 데이터에서 흑연 음극 특유의 변곡점이 발견됐는데, 이는 나트륨 이온이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 없는 흑연 구조를 사용했음을 의미하며 곧 리튬이온 배터리라는 확증이 됐다.
도넛 랩은 CES 2026에서 에너지 밀도 400Wh/kg, 10만 회 사이클 수명, 5분 초 급속 충전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사양을 발표하며 기업 가치를 약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까지 부풀렸다. 하지만 실제 측정된 에너지 밀도는 약 298Wh/kg으로 준수한 성능의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 수준에 그쳤다. 조사 과정에서 기술 제공사인 CT 코팅 측이 리튬은 희토류가 아니므로 우리 배터리에는 리튬이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는 등 전문성 결여 문제도 드러났다.
가장 큰 피해는 소규모 개인 투자자들에게 집중됐다. 도넛 랩은 정밀한 기술 실사를 수행하는 벤처 캐피털 대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등을 통해 1,300명 이상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약 2,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도넛랩 마르코 레티마키 CEO는 단기 내 10배 수익을 약속하며 투자를 독려했으나, 조사 결과 고객에게 인도했다는 생산용 오토바이조차 실제로는 배터리 사양 증거가 없는 사전 제작 차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태는 과거 수소 트럭 사기극으로 불렸던 니콜라 사태나 바이오 벤처의 몰락을 보여준 테라노스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이 실제 상용화를 앞둔 토요타나 삼성SDI 등 주요 기업들의 고체 배터리 기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할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핀란드 금융당국과 형사 당국은 도넛 랩의 허위 주장과 투자금 유치 과정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저작권자(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