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용으로 공개한 콘셉트 카 비너스와 양산형 차량 아이오닉 V는 독특한 차체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측면 뷰 이미지는 람보르기니 차량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합니다. 물론 앞 유리와 후드가 하나의 흐름을 가진 면으로 연결된 이미지는 그런 인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디자인은 엔진을 앞에 탑재한 승용차에서는 만들기가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전기동력 차량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너스 콘셉트의 측면 뷰 이미지와 새로운 아이오닉 V는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우주선이나 UFO 같은 인상도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팽팽하게 당긴 곡면과 곡면이 만나면서 샤프한 모서리를 강조한 조형은 첨단적 인상과 함께 디지털 기술의 이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뒤쪽에서 바라본 인상도 패스트백(fast back) 형태, 즉 뒤 유리와 뒤쪽 차체가 하나의 흐름을 가진 면으로 연결된 형태입니다. 물론 이 형태는 1975년에 출시됐던 현대자동차 최초의 고유 모델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이었던 포니 승용차의 형태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비너스 콘셉트와 아이오닉 V는 세부 형태는 포니와 다른 데도 전체적으로는 포니의 이미지가 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포니의 사진을 보면 51년 전의 차량임에도 정말로 간결하고 모던한 인상을 줍니다.
이런 패스트 백 형태의 차체 형태 때문인지 비너스 콘셉트와 아이오닉 V의 전면의 슬림한 램프와 주간주행등 디테일을 보면 분명히 포니와 같지 않은데도 어딘가 포니의 인상이 떠오릅니다.
뒷모습도 포니의 뒷모습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런 요인 이야말로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부 형태가 같지 않음에도 전체의 인상이 오리지널 모델의 인상이 떠오르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정체성일 것입니다.
헤드램프와 수평형의 슬림 라디에이이터 그릴, 그리고 슬림 테일 램프는 이미 양산형 차량으로 팔리고 있는 아이오닉5에서도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물론 아이오닉5는 좀 더 포니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현대가 지난 4월 초에 공개한 비너스 콘셉트와 양산형 아이오닉 V는 전체 디자인 이미지는 거의 같지만 세부 형태는 약간 다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디 오리진(The Origin)’ 이라고 명명된 전체의 디자인 철학은 공유합니다. 마치 보석을 깎은 것 같은 조형이 ‘디 오리진’의 조형 방법입니다.
이러한 조형은 비너스 콘셉트나 아이오닉 V의 차체 여러 부분에서 볼 수 있는데, 특히 아이오닉 V의 뒷부분의 C-필러에서 연결돼 내려오는 부분의 형태 구성은 50년 전의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의 조형과도 닮아 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저는 포니와 새로운 아이오닉 V가 같다는 이야기는 건 아닙니다. 50년의 시차만큼 차량의 기술은 발전했고, 무엇보다도 현대자동차의 위상은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만큼 달라져 있습니다. 사실 이건 우리나라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K-컬처’ 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과 문화의 위력은 5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위상과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위상을 만든 건 모든 한국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큰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기도 합니다. 단지 몇 사람이 잘 해서 나온 것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 잠재력이 우리나라의 상품과 영화, 노래, 음악, 등에 녹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오닉 V의 내/외장 디자인을 보면 그런 문화적 잠재력이 녹아 있는 인상을 보여줍니다.
이건 단지 물리적으로 잘 만드는 것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제품의 물리적 품질과 형태의 위에 존재하는, 이른바 형이상학적 요인에서 나오는 영향력과 그것을 반영한 상징성이기도 합니다.
최신의 비너스 콘셉트를 비롯한 새로운 아이오닉 V는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 전용으로 개발한 모델이고, 이들 차량을 계기로 현대자동차가 그간의 중국에서의 부침을 넘어서서 새로운 도약의 길로 가게 되기를 바래 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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