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가 오늘(17일) 2일 차를 맞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글로벌 흥행작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림월드'의 개발자 타이난 실베스터(Tynan Sylvester)가 직접 '내가 만드는 시스템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림월드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설명하는 세션이 진행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대담에서 타이난 실베스터는 자신을 소설가나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System Crafter)'이라고 소개했다. 고정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게임이라는 매체의 가장 큰 매력으로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이라는 점을 꼽았다. 영화나 음악, 소설과 달리 게임은 여전히 새로운 장르와 표현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넓게 남아 있으며, 개발자들이 지금도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창작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림월드의 대표 확장팩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타이난은 이데올로기가 특정한 정치적 메시지나 도덕적 정답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을 원한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실에서도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활 방식, 사회 규범이 존재하듯 게임 속 식인이나 종교, 공동체 문화 역시 절대적인 선악이 아닌 다양한 가치관의 충돌을 보여주는 장치라는 것이다.
특히 게임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매체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타이난은 영화나 소설은 하나의 결론을 전달하기 쉽지만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하고 결과를 경험하는 매체인 만큼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진행자는 림월드를 상징하는 식인과 장기 적출, 전쟁범죄 플레이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타이난은 게임을 "감정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하며, 플레이어들이 금기와 도덕적 경계를 넘나드는 행동을 시도하는 것 역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선택을 게임 안에서 시도하며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확인한다"며 "이러한 감정 실험 역시 게임이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경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일명 '전쟁범죄 시뮬레이터'라는 림월드의 별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극단적인 플레이 사례가 화제가 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결국 협력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플레이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타이난은 "사람들은 호기심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결국 신뢰와 가족, 협력과 같은 가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림월드 역시 그러한 인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인상적인 발언은 인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대목에서 나왔다.
그는 "인간은 우주에서 가장 흥미롭고 강력하며 사랑스러운 존재인 동시에 가장 무서운 존재"라며 "인간 안에는 선함과 폭력성, 따뜻함과 어두움이 모두 존재한다. 림월드는 그런 인간의 복잡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한 림월드를 자신 혼자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이용자와 모더(Modder), 커뮤니티가 게임을 해석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 역시 창작의 일부이며, 게임은 개발자와 이용자가 함께 완성하는 공동 창작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대담 말미에는 최근 게임 업계 최대 화두인 AI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그는 현재 AI는 코드 생성과 업무 보조 도구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어떤 감정을 전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개발자의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타이난은 마지막으로 "플레이어가 실제로 경험한 것이 곧 게임의 결과"라며 "게임 개발자는 정답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감정이 탄생할 수 있는 세계를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대담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