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발표한 2025 글로벌 완성차 전동화 평가 점수. 현대차·기아가 처음으로 추격 그룹에 진입했다. (참고=ICCT)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세계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경쟁에서 중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과 일본, 유럽의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목표치를 낮추거나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완성차 전동화 평가(Global Automaker Rating 2025)'에 따르면 테슬라가 83점으로 1위를 유지했고 BYD가 72점으로 뒤를 이었다. 지리(56점), 창안자동차(53점), 상하이차(SAIC·52점)가 뒤를 이으며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4곳을 중국 제조사가 차지했다.
ICCT는 올해 보고서에서 세계 전기차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전 세계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25%로 높아졌다. 2024년 19%에서 1년 만에 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시장 성장과 달리 주요 글로벌 제조사들의 전략은 점차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전동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업체와 단기 시장 변화에 따라 전략을 수정하는 업체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텔란티스와 혼다, GM은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하면서 평가 점수가 크게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 제조사 상당수는 배터리 전기차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범용 플랫폼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BYD는 2년 연속 세계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앞질렀고 지리와 상하이차는 자체 전동화 목표를 예정보다 1년 이상 앞서 달성한 것으로 평가했다. 창안자동차도 전기차 판매 비중과 차급 다양성을 빠르게 확대하며 상위권에 안착했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 2025 글로벌 완성차 전동화 평가 점수. 토요타를 포함한 대부분의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CCT)
현대차·기아는 올해 평가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든 업체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총점 35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후발주자(Laggards)' 그룹에서 '추격 그룹(Transitioners)'으로 올라섰다. ICCT는 한국과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차급을 확대한 점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올해 상위 그룹으로 이동한 제조사는 현대차·기아가 유일하다.
유럽 브랜드 가운데서는 BMW(51점)와 메르세데스 벤츠(50점)가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했다. 다만 스텔란티스는 52점에서 42점으로 10점이 하락하며 가장 큰 폭의 점수 감소를 기록했다. 폭스바겐 역시 전동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 계획과 목표 조정 영향으로 점수가 소폭 낮아졌다.
일본 브랜드들의 성적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토요타는 28점으로 19위, 혼다는 25점으로 20위에 머물렀다. 닛산은 30점으로 소폭 개선됐지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쓰다(23점)와 스즈키(15점)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ICCT는 미국과 일본 제조사 대부분이 조사 대상 차급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차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전기차 시장의 중심축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고 베트남은 37%, 태국은 24%에 도달했다. 반면 미국은 9% 수준에 머물렀다. ICCT는 전기차 전환이 더 이상 중국과 유럽만의 경쟁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신흥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CCT의 아이렘 코크(Irem Kok) 선임 연구원은 "전 세계 시장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선도 업체와 전동화 전략을 주저하는 업체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라며 "일부 전통 제조사가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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