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성 김 사장, 해양수산부 황종우 장관, 극지연구소 신형철 소장이 업무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오토헤럴드 정호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남극과학기지의 전력 생산 방식을 바꾸는 대형 프로젝트에 나선다. 디젤 발전에 의존해 온 남극 연구시설에 수소 생산과 저장, 발전을 아우르는 '그린수소 그리드'를 구축해 친환경 에너지 자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해양수산부, 극지연구소와 함께 남극과학기지 그린수소 그리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오는 2028년 설립 40주년을 맞는 세종과학기지의 에너지 체계를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현재 남극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는 전체 전력의 약 97%를 디젤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외부 전력망과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환경, 악천후와 물류 제약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도입하는 그린수소 그리드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하고, 여기서 얻은 수소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연료전지로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순환 시스템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남극의 특수한 환경에 맞춘 운영 방식이 눈길을 끈다. 여름철 백야 기간에는 풍부한 태양광 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해 저장하고, 겨울철 극야나 악천후로 태양광 발전이 어려운 시기에는 저장된 수소를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수전해기와 수소 저장 장치, 연료전지 발전기 등 핵심 설비를 구축하고 태양광 발전 시설 확충에도 참여한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현지 설치와 운영을 맡고, 수소·태양광·디젤 발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력 운영 체계를 구축해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이 추진해 온 '지산지소(地産地消)' 수소 생태계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델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그룹은 국내 청주와 파주 수소도시 사업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홍콩 등에서도 지역 맞춤형 수소 생태계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남극 프로젝트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극한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한 수소 에너지 기술의 실증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하 수십 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환경에서 수소 생산과 저장, 발전 시스템의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남극 그린수소 그리드 프로젝트는 남극과학기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수소 전 주기 기술을 바탕으로 극한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모델을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인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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