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이나 로보택시 관련 뉴스들을 접할 때마다 각 기업들의 화려한 발표 자료나 미래 비전 데크에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자율주행 업계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지표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로드 투 오토노미 인덱스(The Road to Autonomy Index)'다.
기업들의 보도자료를 걷어내고 실제 매주 청구되는 유료 승객 탑승 횟수, 무인 주행 거리, 주정부 등록 현황 같은 철저한 팩트 데이터만을 모아 12시간마다 실시간으로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이다. 과연 지금 이 순간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을 진짜로 지배하고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지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판도를 짚어봤다.
이번 지수 산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구글 알파벳 계열의 웨이모가 바이두를 제치고 글로벌 전체 1위 자리를 탈환한 점이다. 웨이모는 지난 일주일간 지수가 2.1점 상승하며 종합 점수 79.0점을 기록, 미국의 독보적인 자율주행 맹주 자리를 굳혔다.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내 핵심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료 운행 구역을 가파르게 넓히고 있으며, 우수한 안전성 기록과 정교한 인프라 융합 기술을 바탕으로 상업적 신뢰도를 쌓아 올린 결과다.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중국의 바이두 아폴로 고는 78.0점을 기록하며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자리했다. 바이두 아폴로 고 역시 일주일 새 2.0점의 상승세를 보이며 견고한 실적을 입증했다. 우한을 비롯한 중국 주요 대도시에서 수백 대 규모의 완전 무인 로보택시를 연중무휴 유료로 운행하며 압도적인 주간 운행량과 누적 주행거리를 확보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포니에이아이(Pony.ai)와 위라이드(WeRide)가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단순히 중국 내수 시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동이나 유럽 등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들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으며 상업화 점수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우버나 그랩 같은 거대 플랫폼에 차량을 연동시키는 영리한 전략이 통한 것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 법인이자 현재 혼다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모셔널이 지수를 1.1점 끌어올리며 종합 32.0점으로 상위권 추격 발판을 마련했다. 모셔널은 미국 시장 내에서 우버(Uber) 플랫폼과의 강력한 상업적 파트너십을 활성화하며 실제 유료 무인 운행 볼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기술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차량 호출 서비스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메이저 플레이어들과의 격차를 좁혀가는 모습이다.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테슬라는 41점대로 5위에 랭크되었다. 주행 데이터 수집력이나 전기차 제조 역량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지만, 운전석에 사람이 아예 타지 않는 '진짜 무인 유료 로보택시'의 주간 운영 규모가 아직 미미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현재 오스틴이나 달라스 등에서 무인 픽업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며 기초 체력을 다지고는 있으나, 경쟁사들처럼 도심 전역에서 매주 수만 건씩 유료 승객을 나르는 실전 배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은 셈이다.
다만 해당 지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이른 측면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규제 환경과 도시 밀도가 다르고 운영 중인 로보택시의 정의도 국가마다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운행 허용 기준이 느슨한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업자가 규모 항목에서 유리해질 수 있는 데다, 12시간 주기 갱신 구조 역시 장기 추세보다 단기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금의 자율주행 트렌드는 "우리가 이런 기술이 있다"고 자랑하는 단계를 지나, "이번 주에 무인으로 몇 명의 승객을 태워 돈을 벌었는가"를 겨루는 철저한 상업성 서바이벌로 접어들었다. 양산 역량이 뛰어난 테슬라가 무인 운행 볼륨을 확대해 판을 뒤집을지 혹은 웨이모와 아폴로 고의 성벽이 더 견고해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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