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가 올해 2월 배터리 전기차사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전략 조정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안토니오 필로사 CEO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아우르는 파워트레인의 유연성을 확보해 고객에게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었다. 대형 SUV와 픽업트레인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키기 위해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를 지속해서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스텔란티스는 유럽 시장용 미래 소형차 세그먼트에서만큼은 이 같은 다중 에너지 전략에 예외를 두기로 전격 결정했다. 에마누엘레 카펠라노 스텔란티스 확장 유럽 지역 책임자는 브뤼셀에서 열린 오토모티브 뉴스 유럽 총회에서 차세대 소형차 제품군에는 배터리 전기 구동계만 탑재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환경 규제 대응 비용과 중국발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소형차급에 유로 7 등 미래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내연기관 기술을 매칭하는 비용이 배터리 시스템 구축 비용보다 비싸다는 계산이다. 폭스바겐이 내연기관 폴로를 단종하고 완전 전기차인 ID.폴로로 대체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텔란티스의 이 같은 급선회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추진 중인 마이크로 전기차 전용 차량 클래스 M1E(일명 E-Car) 규제 도입과 맞물려 있다. 전장 4.2미터 미만의 소형 배터리 전기차를 대상으로 하는 M1E 클래스는 자동차 제조사의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계산할 때 1.3배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슈퍼 크레딧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마진이 박한 소형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대형 내연기관 SUV가 뿜어내는 탄소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상쇄할 수 있는 규제적 동기부여가 생기는 셈이다.
E-Car 프로젝트의 선봉에는 시트로엥의 전설적인 명차 2CV의 현대적 부활이 자리 잡고 있다. 시트로엥은 지난 5월 새로운 2CV 전기차 출시 계획을 확정하며, 과거 프랑스의 민주화된 모빌리티를 이끌었던 2CV의 대담하고 낙관적인 진보 사상을 차세대 전기차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산 라벨을 달아 유럽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면서도 내부 핵심 기술은 중국계 자본과 협력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2CV 부활 프로젝트와 함께 피아트의 헤리티지를 잇는 마이크로 시티카 라인업을 2028년부터 출시해 고비용 구조로 고사 직전에 몰린 유럽 A·B 세그먼트 보급형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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