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가 브랜드의 상징적인 유산을 뒤로하고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의 체질 개선을 공식화했다. 재규어는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등 최고급 럭셔리 마켓을 정조준한 대형 배터리 전기 세단 타이프 01(Type 01)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100년이 넘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그러나 프로토타입의 도로 주행을 앞두고 공개된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독특한 차량 외형은 시장의 엇갈린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강렬하지만 아름다움이 빠진 디자인의 한계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1999년부터 20년 동안 재규어의 디자인 부서를 이끌며 XF, XJ, F-타입 등을 탄생시켰던 이안 칼럼(Ian Callum) 전 디자인 총괄의 평가에 이목이 쏠린다. 그는 신형 전기차의 근간이 된 타이프 00 콘셉트에 대해 대담하고 드라마틱한 비례감을 갖췄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재규어 디자인의 본질이 빠져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안 칼럼은 차체의 극단적인 비례와 과감한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시각적인 '아름다움(Beauty)'이 결여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 재규어가 선보였던 마크 II나 초기 XJ 세단처럼 시대를 앞서가는 현대성과 역동성을 표현하는 것은 좋으나, 재규어라는 브랜드가 고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인 아름다움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가 전기차 시장의 한계와 타깃 고객층의 괴리
그는 차량 외관뿐만 아니라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을 채택한 전략 자체도 시장 안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글로벌 하이엔드 퍼포먼스 시장에서 고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는 현실을 반영한 시각이다.
슈퍼카나 초호화 럭셔리카를 소비하는 이들은 연료 효율성보다는 엔진의 배기음이나 기계적인 변속 체감 같은 감성적 요소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다. 주 소비층의 연령대가 대체로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엔진 소리가 배제된 무소음의 대형 전기차가 이들의 감흥을 자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부가티-리막이나 람보르기니 등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 완성차 경영진들 사이에서도 초고가 전기 하이퍼카 시장의 냉각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과감한 전동화 리부트를 선언한 재규어의 신형 모델이 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거둘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과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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