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이 공간과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올린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기아와 현대자동차는 각각 목적 기반 모빌리티를 통한 공간의 혁신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통한 지능의 혁신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이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보여주는 전시가 현장에서 진행되었다.
기아는 이번 모빌리티쇼에서 PV5의 신규 라인업 3종과 다수의 산업 맞춤형 협업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아가 주창해 온 글로벌 전기차 선도 브랜드로의 도약이 PV5를 통해 구체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기아가 공개한 PV5 신규 라인업은 철저하게 사용자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패신저 7인승 모델은 다인승 패밀리카와 렌터카, 셔틀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2-3 시트 구조를 채택하여 3열 승하차 편의성을 높이고 후석 공조 시스템 등 편의사양을 추가했다. 프리미엄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컨버전 모델인 프라임은 후석 독립 시트와 통풍 시트, 전용 외장 색상과 엠블럼을 더해 상품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밴형 전기화물차 수요에 맞춘 카고 하이루프 모델은 기존 카고 대비 실내 높이를 295mm 높이고 운전석과 작업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워크스루 기능을 옵션으로 제공하여 라스트마일 배송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기아 PBV 비전의 핵심은 플랫폼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생태계 확장이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위에 다양한 상부 모듈을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전통적인 특장차 시장의 한계를 깨고 있다. 대한민국 경찰청과 협업한 AI순찰차는 4K급 AI 카메라와 드론 스테이션을 탑재해 지상과 공중을 연계한 입체적 순찰을 지원한다. 반려동물 플랫폼 핏펫과 협업한 이동형 펫 팝업 스토어는 차량 측면을 개방형으로 설계해 찾아가는 리테일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또한 파트너사 케이씨모터스위와 개발한 모바일 뱅크는 실내 직립 활동이 가능한 이동식 사무실 개념으로 회전형 데스크와 추가 배터리를 적용해 금융 소외지역 수요에 대응한다. 바이크 브랜드 두카티 코리아와 협업한 바이크 수송차는 내부에 다양한 레일과 랙을 적용해 이륜차를 안정적으로 적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외에도 아이버스와의 어린이 통학차량, 프리모와 제작한 아이스크림 트럭 등 하반기 이후 순차 출시될 다양한 협업 모델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러한 기아의 행보는 물류 및 B2B 시장에서 맞춤형 운송 수단에 대한 갈증을 점차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기존 내연기관 밴을 개조할 때 발생하던 비용적, 구조적 한계를 완성차 공정 수준에서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 차량 구입 비용과 모듈 커스터마이징 비용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장벽이 될 수 있는 만큼, 향후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의 안착 여부가 PV5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SUV의 강세 속에서 글로벌 세단 시장이 축소되는 흐름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는 8세대 아반떼를 통해 세단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국민차 아반떼의 완전변경 모델인 디 올 뉴 아반떼는 크기를 키웠을 뿐만 아니라, 차세대 AI 기술을 대거 투입해 스마트 디바이스로 탈바꿈했다.
신형 아반떼는 물리적인 크기에서 이미 준중형의 한계를 넘어섰다. 전장 4,765mm, 전폭 1,855mm, 휠베이스 2,750mm의 제원은 과거 중형 세단에 필적하는 거주성을 제공한다. 외장은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아트 오브 스틸을 바탕으로 정교한 선과 강인한 면의 조화를 담아냈으며, 전면부의 H-엣지 라이팅 주간주행등과 측면의 리프트업 플러시 도어 핸들, 슬림넥 아웃사이드 미러를 통해 공기역학적 효율과 미래지향적 감성을 동시에 잡았다. 실내 역시 가구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안락한 감성의 디자인과 최대 14.6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조화롭게 배치하고 있다.
이번 신형 아반떼의 가장 큰 혁신은 신형 그랜저에서 처음 선보인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 기반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의 탑재다. 스마트폰 연결 없이도 차량 자체가 하나의 스마트 기기로 작동하며, 플레오스 앱마켓을 통해 원하는 외부 서비스 앱을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다. 특히 대형 언어 모델 기반의 차세대 생성형 AI 에이전트인 글레오 AI는 복합적인 자연어 명령과 연속 대화를 이해하여 운전자에게 상황에 맞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제공하는 지능형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2.0과 1.6 하이브리드 두 가지로 운영된다. 주력 모델인 하이브리드는 시스템 합산 최고 출력 157PS를 확보함과 동시에 전방 교통 흐름을 반영하는 스마트 회생 제동 3.0과 하이브리드 계층형 예측 제어 시스템을 탑재해 효율을 높였다. 정차 중 일정 시간 동안 무시동 상태에서도 공조와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테이 모드는 내연기관 차량의 사용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요소다. 아울러 자사 최초로 적용된 일반도로 대응형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2와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등 촘촘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갖춰 주행 안전성을 높였다.
아반떼라는 이름이 가진 대중성은 이 차의 가장 큰 무기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혁신적인 AI 기능과 커진 차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높지만, 결국 가장 큰 관심은 ‘가격’이다. 첨단 사양 탑재에 따른 가격 상승폭을 어떻게 최소화하여 출시할 것인가가 올해 3분기 계약 개시 시점에 공개될 가격에 달려 있다. 그랜저의 경우 400만원의 가격 인상에도 초기 판매는 고무적인 실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반떼와 같은 대중적인 세단은 높은 수준의 가격인상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기아의 PBV가 하드웨어와 공간의 초개인화를 이끌어낸다면, 현대차의 SDV 플랫폼과 AI 에이전트는 소프트웨어와 경험의 초개인화를 구현하고 있다. 이동형 팝업스토어나 모바일 뱅크에서 볼 수 있듯 유통, 금융,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최전선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된다. 형태는 다르지만 고객 중심의 완벽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달리는 두 브랜드의 혁신이 실제 소비자들의 일상과 산업 현장에 어떤 거대한 물결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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