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용으로 공개한 양산형 차량 ‘아이오닉 V’와 함께 공개했던 콘셉트 카 ‘비너스’ 이외에 ‘어스(Earth)’, 즉 지구라는 이름의 콘셉트 카도 있었습니다.
앞서서 비너스 콘셉트 카의 디자인에 관한 글을 썼지만, 어스 콘셉트에 관해서는 자료나 기사를 쉽게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스 콘셉트 카의 자료를 모아서 그 디자인을 한 번 살펴보는 글을 준비했습니다.
어스 콘셉트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2박스 구조의 SUV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체 조형은 앞서의 아이오닉 V와 비너스 콘셉트 등과 같이 마치 보석을 세공한 개념의 평면에 가까운 곡면과 곡면이 서로 만나면서 샤프한 모서리를 강조하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 ‘디 오리진(The Origin)’ 조형이 전체 디자인 원리로 적용돼 있습니다.
이 조형은 차량의 이름 그대로 ‘지구(Earth)’의 생명력과 균형을 주제로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차량 ‘어스’는 콘셉트 카 지만, 2027년 상반기에 양산형 모델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각을 세우는 이미지는 최근의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전반적인 스타일 경향이기도 하지만, 자연에서 만들어진 광물질의 결정(結晶) 같은 이미지도 주고 있습니다.
팽팽하게 당긴 곡면과 곡면이 만나면서 샤프한 모서리를 강조한 조형은 첨단적 인상과 함께 디지털 기술의 이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차체 측면 뷰를 보면 크게 누운 앞 유리와 A-필러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게다가 측면 출입문은 양쪽 방향으로 열리면서 B-필러가 없는 구조의 코치도어(coach door)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오랫동안 이런 구조의 도어를 개발해 왔고, 머지않아 등장하게 될 제네시스 브랜드의 초특급 고급 SUV 모델에 적용돼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세부 형태는 보조 유리창이 설치된 A-필러의 디자인입니다. A-필러는 차체 구조의 강성 확보와 운전자의 시야를 좌우하는 구조물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차체 안전성을 위한 강성을 높이기 위해 튼튼한 구조의 A-필러가 필요하지만, 반면에 운전자의 전면과 좌우 방향 시야 확보를 위해서는 되도록 가늘어야 합니다. 그러나 마냥 가늘게 만들 수는 없기에 고민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A-필러에 길쭉한 유리창이 설치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져서 전체적으로 매우 개방적 분위기의 실내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개방적 분위기와 아울러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중앙에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상징하는 플레오스 모니터가 설치된 미니멀 분위기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것이 공기가 주입된 튜브의 구조와 형태의 좌석 쿠션의 형태입니다. 글로벌 화학 기업 BASF와 협업으로 개발됐다는 에어 허그(Air Hug)라는 좌석의 공기 튜브 구조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새로운 시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것은 실내 디자인을 이루는 콘셉트 ‘작은 지구’라는 것과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8각형 형태로 디자인된 스티어링 휠의 전체 인상 역시 마치 공기가 주입된 튜브 같은 이미지로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크러시 패드 부분에 적용된 나뭇잎 그림자 효과를 내는 무드 조명입니다.
마치 숲 속에 비치는 햇살을 보는 듯한 이미지의 무드 조명은 차가운 느낌을 줄 수도 있는 디지털 기술의 미니멀 한 디자인의 실내에 자연 친화적이고 친환경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디자인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전기동력 차량이기에 가능한 평평한 바닥에 의해 자유로운 좌석 이동이나 변환에 의한 공간 확장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유리창으로 구성된 지붕 구조물은 실내에 햇살이 비치게 하는 역할을 할 걸로 보입니다. 물론 빛의 투과율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 봅니다.
혹은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적용된 나뭇잎 그림자 효과의 무드 조명과 비슷한 기술이 지붕의 유리창에도 적용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 보게 됩니다. 물론 그와 관련한 자료는 없지만…
이른바 ‘K-컬처’ 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문화적 특징은 오늘날에는 세계적인 위상과 파급력을 얻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오늘 살펴보는 어스 콘셉트의 내/외장 디자인에도 그런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세계 최대의 규모를 가진 곳으로 변모했습니다. 이제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된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 시대가 된 것에 당혹감이 드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지만, 한편으로 본다면, 우리만의 문화적 자신감으로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점 또한 사실입니다.
첨단의 자동차 기술에 디지털 기술과 독자적 문화 감성의 콘텐츠로 제품의 물리적 품질과 아울러 제품의 형태의 위에 존재하는, 이른바 형이상학적 요인에서 나오는 문화적 영향력과 그것을 반영한 고유성을 가진 디자인으로 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 전용 전기동력 모델이 새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의 전기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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