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디자인 이슈로 가장 주목받는 자동차 브랜드는 페라리인 것 같습니다. 이유는 얼마 전에 공개된 페라리의 첫 전기동력 모델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페라리는 그에 앞서서 우아한 차체 디자인의 GT 쿠페 아말피(Amalfi)도 공개했습니다. 이 모델은 우리나라에서는 6월 초에 공식적으로 발표됐습니다.
‘아말피(Amalfi)’는 이탈리아 남서부의 나폴리 남쪽 지역의 해안지역 이름이며, 도시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페라리의 GT 모델 차량 중에서 지명 이름을 가진 몇몇 차종의 시리즈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페라리 ‘아말피’ 쿠페는 앞서서 나왔던 페라리 ‘로마(Roma)’를 대체하는 모델이라고 합니다. 물론 페라리의 ‘로마’ 역시 지명으로 이름을 지었으면서 여전히 최신 모델이긴 하지만, 벌써 6년 전인 2020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참 시간이 빠릅니다.
페라리 로마는 쿠페와 컨버터블 등의 두 가지 차체로 나왔었고, 새로 나온 아말피 역시 그와 같은 두 가지 형태의 차체로 나올 걸로 보입니다. 즉 아말피도 고정된 철제 지붕을 가진 쿠페와 소프트 톱이 열리는 컨버터블의 두 가지 차량을 볼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페라리 로마도 그렇고 오늘 살펴보는 아말피는 GT형 차량, 즉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로 불리는 형태의 차량입니다. 대부분의 페라리 차량이 엔진을 객실 뒤에 탑재한 미드십 구조, 또는 리어 엔진 구조의 레이싱 머신 개념의 고성능 차량입니다. 이 구조는 당연히 주행성능이나 운동성능에서는 뛰어나지만, 엔진 룸이 좌석 바로 뒤에 설계돼 실내 공간 확보나 정숙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말피나 로마처럼 앞에 엔진을 탑재하고 뒷바퀴를 굴리는 FR 방식의 쿠페는 실질적으로 3박스 세단과 같은 구조이므로 거주성이나 정숙성에서 장점을 가지므로 장거리 여행용 차량, GT카라고 불립니다. 따라서 페라리의 GT카는 바꾸어 말하면 좀 더 안락한 스포츠카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페라리 브랜드의 정체성은 도로를 달리는 경주용 차량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페라리의 차량 중에는 GT카 역시 대다수이므로 GT카는 페라리 역사의 또 다른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날의 고가의 고성능 차량 브랜드 페라리에게 GT카는 더 중요한 차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고성능의 안락한 GT카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디자인 요소로써 팽팽하게 당긴 곡면과 곡면이 만나면서 샤프한 모서리를 살린 근육질 조형으로 페라리의 특징과 기능을 나타내는 디자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전면의 슬림 그래픽의 블랙 가니시와 그 속에 감추어진 헤드 램프는 슬림 주간주행등으로 앞서의 로마 모델과는 또 다른 감각을 제시하고 잇습니다.
게다가 아말피 쿠페의 차체는 크게 누운 앞 유리와 A-필러를 지나 뒤 펜더의 볼륨으로 연결되면서 샤프한 캐릭터 라인으로 강조한 도어 패널의 모서리 등이 좀 더 곡선적이었던 로마보다는 직선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패스트백(fast back), 즉 매끈한 후면에 만들어진 뒤 유리와 별도의 트렁크 리드는 해치백이 아닌 정통 3박스 구조로 객실을 구조적으로 구분한 모습이지만, 트렁크 리드에 검은색 가니시를 넣어 쿠페의 역동성도 강조한 이미지입니다. 여기에 네 개의 원형 테일 파이프와 슬림한 네 개의 LED 테일 램프로 페라리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조금 아쉬운 건 페라리의 상징과도 같은 둥근 테일램프를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테일 램프와 테일 파이프를 모두 4개씩 붙여 놓아서 페라리의 조형 요소 숫자는 유지했습니다.
페라리 아말피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듀얼 콕핏 형식으로 운전석만이 아니라 동승석에도 디스플레이 패널을 설치해서 주행 정보와 아울러 몇 가지 설정을 확인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D-컷 형태의 스티어링 휠에 엔진 시동 버튼과 주행 모드, 라이트, 와이퍼 스위치 등 물리 버튼을 집중하는 등 레이싱 머신의 감각을 가진 페라리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패들 시프트 레버도 설치돼 있습니다.
한편 운전석 속도계와 센터 패시아 패널에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가 있습니다만, 좌석과 콘솔 등은 레이싱 머신 이면서도 안락한 승용차에 가까운 분위기로 디자인돼 있습니다.
페라리 엠블럼이 자리잡은 앞 콘솔에는 세 개의 슬라이더로 구분된 변속 조작장치가 있습니다. 가장 왼쪽이 후진, 가운데가 수동과 자동 모드, 오른쪽이 저속 모드 슬라이더에, 콘솔의 양쪽에는 좌우 앞 문의 파워 윈도 스위치가 각각 설치돼 있습니다.
아말피 쿠페는 공식적으로는 2+, 즉 2인승에 추가 공간이 있는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그래서 헤드 레스트 일체형의 1열 좌석 두 개와 그 뒤에 2열 좌석이 마련돼 있습니다. 2열은 좌석 등받이와 쿠션, 그리고 안전띠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다리 공간이 그다지 넓지는 않아서 어린이가 앉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정서에서는 승용차의 뒷좌석 공간은 거의 모든 차급에서 언제나 중요하지만, 서구에서 쿠페는 그야말로 2인승 차량이기에 쿠페 뒷좌석은 최소한의 수준에서 마무리되는 게 당연합니다.
페라리 아말피는 페라리가 추구하는 고급 GT 쿠페의 안락하고 높은 질감의 실내와 V형 8기통 3,855cc의 고성능 엔진을 탑재해 가장 페라리다운 특징의 성능과 내/외장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페라리의 상징과도 같은 이탈리안 레드(Italian Red)의 빨간색 대신 라임(lime)의 인상이 있는 녹색과 진주색 등의 차량으로 대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동안 빨강으로 대표해오던 페라리가 홍보 색을 녹색 계열의 색, 즉 정확히 대비를 이루는 반대색의 보색(補色; complementary color)인 녹색으로 설정한 것은 앞으로 나타날 페라리의 변화된 모습을 색채로도 나타내려는 의도인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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