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인포멀 스퀘어에서 현대차의 팝업 이벤트를 열었다. 더 뉴 그랜저에 담긴 기술을 주제로 삼은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다.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는 현대차가 최초로 기술을 주제로 마련한 팝업 스토어로, 대한민국 대표 플래그십 세단인 더 뉴 그랜저에 적용된 주요 기술을 고객들이 보다 쉽고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서울숲 인근의 이곳에서 4개 층으로 나뉜 공간을 하나씩 오르며 그랜저에 숨겨진 기술의 맥락을 짚어봤다.
입구에 들어서면 더 뉴 그랜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공간 한쪽 끝에는 1986년 출시된 1세대 그랜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40년의 시차를 두고 마주한 두 차량이지만, 뒷좌석 유리창 하단부의 시그니처 라인은 세대를 건너 이어지고 있었다. 그랜저를 그랜저답게 만드는 디자인 요소가 신형에도 살아 있다는 뜻이다.
2층으로 오르면 이번 신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과 섀시 기술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2열 리클라이닝 시트였다. 기존 하이브리드 세단은 배터리와 제어부가 좌석 하부를 차지하면서 좌석을 크게 눕히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더 뉴 그랜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트 프레임이 차체에 고정되는 위치를 앞쪽으로 37mm 옮기고, 배터리 프레임 높이를 32mm 낮추는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어냈다. 배터리 냉각 경로도 기존 도어 스커프 방향에서 트렁크 후방 방향으로 바꿔, 시트를 눕힌 상태에서도 냉각 성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를 다시 짰다고 한다. 하이브리드 세단 최초로 2열 리클라이닝과 통풍 시트를 동시에 구현한 배경에는 이런 레이아웃 재설계 작업이 있었던 셈이다. 현장의 배터리 설계팀 연구원은 "배터리가 있는 상태에서 리클라이닝 시트를 확보하기 위해 부서 간 레이아웃 협의를 여러 차례 거쳤다"고 설명했다.
주행 정숙성을 잡기 위한 장치도 눈에 띄었다. P1, P2 두 개의 모터가 엔진 진동과 반대 방향으로 토크를 발생시켜 진동을 상쇄하는 역위상 제어 기술이다. 엔진이 재시동되는 순간의 진동을 줄이는 정지각 제어 기술과 더해져 실내 부밍 소음을 약 3dB 낮췄다는 것이 현장 설명이었다. 하이브리드 스테이 모드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정차 중 엔진 없이 전장 기능을 쓸 수 있는 기능이지만, 배터리 잔량 30%까지만 작동하며 남은 사용 가능 시간은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승차감과 관련해서는 유압 제어 리바운드 스토퍼가 적용돼 노면 충격 흡수 방식이 기존과 달라졌다. 전면부의 액티브 에어 플랩도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실링 가이드를 더해 공기 누설을 최소화한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이었다. 공력 개발팀 연구원은 내연기관이 아닌 하이브리드에만 이 기술이 적용된 이유에 대해 "파워트레인의 발열량과 냉각 요구 성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3층은 탑승객이 직접 만지고 조작하는 인터페이스 위주로 구성됐다. 스티어링 휠은 기존의 원형 스포크 구조에서 위아래가 잘린 더블 디컷 형태로 바뀌었고, 버튼 조작 영역이 넓어져 엄지로 다루기 편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이오닉 브랜드에서 익숙했던 변속 레버 대신 상하 조작 방식의 전자식 변속 레버를 채택한 점도 조작계 정리 차원의 변화로 읽힌다.
무선 충전 패드는 맥세이프를 지원해 주행 중 스마트폰이 고정되는 것은 물론, 공기 유입량을 늘려 냉각 효율을 높인 점이 실제로 체감됐다. 전동식 에어벤트는 실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이면서 동시에 송풍량에 따라 방향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무풍 에어컨과 원리를 헷갈리기 쉽지만, 미세한 바람을 분산하는 무풍 방식과 달리 풍량 자체를 확보해 빠른 냉각에 초점을 맞춘 기술이라는 설명이 더해졌다.
이번 팝업에서 가장 눈에 띈 기술 중 하나는 스마트 비전 루프였다. 고분자 분산형 액정(PDLC) 필름으로 투명도를 전기 신호만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라, 기계식 블라인드가 필요했던 기존 파노라마 선루프보다 오히려 구조가 단순해졌고 그 덕분에 개구 면적을 기존보다 42%가량 넓힐 수 있었다. 루프를 6개 영역으로 나눠 절반만 불투명하게 하거나 전체를 개방하는 등 조합이 가능했다. 1열은 물론 2열까지 개방감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도 패밀리 세단을 지향하는 그랜저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었다.
현대차 최초로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기반의 개방형 구조를 택해 서드파티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픈 마켓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 탑재된 앱 수가 많지 않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구체적인 확인 사항도 있었다. 배터리 셀 공급사는 SK온이 맞다는 것이 배터리 설계팀 연구원의 답변이었고, 플레오스 앱마켓에는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이 조만간 등재될 예정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플레오스 커넥트에 들어가는 AP는 퀄컴 스냅드래곤 8 젠 시리즈 계열이며, PMIC를 포함해 퀄컴과 하드웨어 단에서 협업하고 있다는 답변도 이어졌다.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의 음성 인식률에 대한 아쉬움 섞인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음성 설계 담당 연구원은 내비게이션 길안내, 전화 걸기, 차량 제어 등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어 명령까지 인식하도록 구현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자율주행 연동이나 주행모드 변경처럼 안전과 직결된 기능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향후 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첫 적용 차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보완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번 팝업을 통해 확인한 것은 더 뉴 그랜저의 신기술이 대부분 '고객이 실제로 느끼는 불편'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시트 리클라이닝을 위해 배터리 레이아웃을 다시 짜고, 무선 충전 발열을 줄이기 위해 냉각 구조를 손보고, 선루프 개구부를 넓히기 위해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꾼 흐름이 그렇다. 출시를 전후해 가격 인상폭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결과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인상된 가격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이번 팝업 공간에서 각 기술의 작동 원리를 미리 체험해보는 것도 차량을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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