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공개된 차량 중에서 눈에 띄는 차량 하나가 롤스로이스의 전기동력 2인승 차량 ‘나이팅게일’ 입니다. 이 차량은 100대만 한정 생산으로 제작되는 ‘프로젝트 나이팅게일(Project Nightingale)’ 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최고급 모델이라고 합니다.
물론 모든 롤스로이스의 차량은 처음 설립된 120년 전의 1906년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계속해서 맞춤 생산의 최고급 승용차로 존재해왔으므로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는 아니었습니다.
차량 제작 방법 자체도 완전히 맞춤 주문생산, 즉 비스포크 코치 빌트(bespoke coach built) 방식이었고, 193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세계의 자동차 기업이 대량생산방식으로 바뀐 뒤에도 롤스로이스는 그런 주문생산방식을 계속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나이팅게일 프로젝트는 100대만 주문제작방식으로 생산한다고 합니다.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사용된 ‘나이팅게일(Nightingale)’은 ‘밤을 노래하는 새’를 뜻하는 프랑스어 ‘로시뇰(Rossignol)’의 영어 명칭입니다. 이 이름은 롤스로이스의 공동 창립자인 ‘헨리 로이스 경(Sir Henry Royce)’이 차량 개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의 업무를 위해 마련했던 별장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즉 과거에 롤스로이스 개발 팀은 이 별장에 모여 아이디어를 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코치 빌드 프로젝트를 그 장소와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작명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나이팅게일’은 롤스로이스 브랜드의 차량 개발이 이루어진 장소이면서 그 역사를 담고 있는 이름인 것입니다.
물론 이런 브랜드 역사 이야기는 지구상에서 최고급이라는 브랜드 다운 일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살펴보는 나이팅게일 차량은 2인승 로드스터(roadster) 입니다. ‘로드스터’란 본래부터 지붕이 없는 구조의 차량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유형의 컨버터블(convertible) 차량은 본래 지붕이 있던 승용차에서 지붕을 잘라내고 여닫을 수 있는 구조의 지붕으로 개조한 차량을 지칭합니다.
결과적으로 똑같이 지붕이 열리는 모습의 차량을 이렇게 구분하는 건 일견 조삼모사(朝三暮四)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두 유형의 특징은 다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양산형 승용차의 차체는 지붕이 하나의 차체 구조로 제작된 일체구조식 차체(일명 모노코크)이지만, 20세기 초에는 거의 모든 차량이 사다리형 프레임 위에 실내 바닥과 좌석을 놓고 그 위에 소프트 탑 지붕을 씌운 형식의, 그야말로 마차 구조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여닫는 구조의 지붕은 당연히 부품이 많고 복잡하며 제작도 까다로워서 차량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1920년대에 롤스로이스가 제작한 두 종류의 2인승 고급 쿠페 16EX와 17EX 역시 모두 로드스터 차체에 개폐식 지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20년대 이후에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대량생산하면서 생산 속도를 높이고 제작 단가는 낮추기 위해 더 단순한 구조의 고정된 지붕의 차체로 바꾼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실상 ‘태초에 모든 차는 오픈카였다’ 라고 할 것입니다.
한편, 양산차의 고정된 철제 지붕을 잘라내서 만드는 컨버터블 차량도 별도로 차체를 보강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는 건 물론이고, 컨버터블 지붕 구조는 당연히 복잡하므로, 사실상 오늘날의 모든 오픈카, 즉 컨버터블이나 로드스터는 모두 보통의 양산차보다는 당연히 제작비가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롤스로이스 나이팅게일로 돌아와서 살펴보겠습니다. 새로운 나이팅게일은 완전 전기동력 차량이므로 엔진에 필요한 냉각장치로서 라디에이터가 없으므로 당연히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지만, 파르테논 신전을 모티브로 한 롤스로이스의 정교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브랜드의 상징으로 여전히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체 형태가 뒤로 갈수록 낮아지면서 뾰족하게 되는 형태의 마치 요트와 같은 분위기의 이른바 보트 테일(boat tail)입니다. 이런 스타일 테마는 1920년대의 오리지널 클래식 모델 16EX와 17EX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모티브를 그대로 이어받아 보트의 선체와 같은 이미지로 디자인된 데크와 트렁크 리드, 테일 램프 등이 호화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클래식 카의 와이어 스포크 휠의 이미지로 디자인된 295/35R24 규격, 무려 24인치 규격의 커다란 휠과 타이어는 바퀴 회전과 상관없이 항상 직각 위치로 멈추어 있는 휠 허브의 롤스로이스 심벌 배지와 함께 존재감을 강조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롤스로이스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 팬텀(Phantom) 세단과 똑같은 무려 5.76m 길이의 긴 차체에,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스티어링 휠 등도 최고급 모델과 같은 사양이 적용되면서도, 실내와 좌석은 딱 두사람만을 위한 구조에 더 이상의 여분 공간이 없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지난 주에 살펴본 페라리의 최신형 쿠페 아말피 역시 2인승 최고급 쿠페였지만, 어린이를 태울 수 있을 정도 공간의 뒷좌석을 만들어 놓아서 일상의 실용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모습이었습니다만, 오늘 살펴보는 나이팅게일은 그야말로 오직 두 사람만을 위한, 그야말로 극상의 호화로움을 추구한 공간 구성입니다.
나이팅게일은 100대 한정생산 예정의 차량이지만, 보다 완성도 높은 차체 디자인을 내놓기 위해 클레이 모델까지 만들었습니다. 코치 빌트의 한정 생산이지만, 그것을 위한 디자인 작업의 공정과 금형 제작, 구조 설계 등 자동차 기술의 모든 공정을 철저히 거쳐 개발된 것입니다.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최고급의 전기동력 차량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전의 엔진 동력의 고급승용차가 안락함을 위해 엔진 소음과 진동을 억제하는 것에도 기술적 역량을 쏟아야 하던 것에서, 이제는 오직 감성과 질감 등 취향의 충족에만 집중하게 된 결과를 보여줍니다.
미래 모빌리티의 모습이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자동차가 지향했던 하드웨어적 기계 성능이나 매끄러움보다는 실내공간에서 승객의 사용성과 감성에 더 높은 비중을 두게 되는 것이라고 할 때, 롤스로이스와 같은 지구상 최고급 브랜드의 승용차는 극적인 수준의 개별 맞춤과 안락성을 자동차를 타는 사람의 취향의 관점에서 충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저작권자(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