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본질은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연결된다.’가 추가됐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아날로그 세계가 디지털 세계로 바뀐 것이다. 당연히 그동안 자동차 문화를 지배해 왔던 즐거움(Fun), 또는 감성(Emotion)의 포인트가 바뀌고 있다. 달리는 즐거움을 모토로 하는 물리적인 감성에서 이제는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된 즐거움을 자동차를 통해 만끽하고자 하는 흐름이 자동차의 본질적인 특성이 되어 가고 있다. 이것을 커넥티비티라고 통칭한다. 더 발전해서 우리말로는 초 연결성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 내용은 2017년 6월 칼럼의 전문이다. 그 이후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엄청난 발전을 했다. 스마트폰과의 미러링을 통해 해결하던 기능들을 하나 둘 직접 처리하더니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어도 대부분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수준에 달한지도 오래됐다. BMW의 커넥티비티 역사를 간략히 정리하고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자율주행차로의 연결까지 짚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커넥티비티의 시작은 GM의 온스타다. 1997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국내에도 들어와있다. 그 이듬해 BMW는 텔레매틱스라는 이름 아래 BMW 어시스트 패키지를 처음 선보였다. 1990년대 후반 텔레매틱스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부터 BMW는 하드웨어와 디지털 생태계의 융합을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아날로그 인터페이스에 머물러 있던 자동차를 지능형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진화시킨 것이다.
BMW 텔레매틱스는 비상 호출 및 기본 차량 진단 데이터를 외부로 송수신하는 아날로그 기반 지원 서비스로 시작됐다. 2001년 뮌헨에서 데뷔한 4세대 7시리즈의 1세대 iDrive를 통해 전혀 새로운 제어 인터페이스 를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현대 인포테인먼트 UI/UX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벤치마킹했고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려 발전시켜왔다.
2004년에는 내장형 SIM 카드를 최초로 탑재해 외부 기기 연결 없이도 모바일 네트워크에 상시 연결되는 환경을 구축했다. 그 때 등장한 것이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라는 브랜드다. 실시간 교통 정보, 자동차 원격 상태 점검 서비스인 텔레서비스, 차 내 이메일 및 뉴스 확인 오피스 기능 등이 차례로 도입됐다. 컨트롤러도 단축키와 터치 패드 기능이 추가됐다. .
2012년부터 커넥티드 솔루션은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 단계로 진입했다. 2014년에 커넥티드 드라이브 스토어를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화면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필요한 디지털 기능 및 앱을 직접 구매해 설치할 수 있는 스토어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그때 등장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의 무선 연결을 비롯해 My BMW 앱을 활용한 공조, 도어 잠금, 차량 위치 확인 등 원격 차량 제어가 본격화됐다.
당시부터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지금은 그냥 빅테크라고 한다. 빅테크의 기술력이 없으면 자동차회사들은 운영체제를 완성할 수 없다. 빅테크의 생태계 속으로 자동차회사들이 들어간 것이다.
2018년부터는 OS 7과 OS8에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가 하나로 연결된 커브드 디스플레이 및 음성 인식 인텔리전트 퍼스널 어시스턴트가 탑재됐다. 5G 통신이 가능하게 된 것이 발전을 가속화했다.
그리고 2019년부터 무선 업그레이드를 통해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도 제어기, 주행 보조 시스템, 배터리 관리 시스 등 차량 전반의 소프트웨어를 원격 업데이트하는 환경을 완성했다. 스마트폰을 소지하는 것만으로 자동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는 디지털 키 2.0 시스템을 양산차 최초 수준으로 적용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 OS 9에서는 터치 중심의 퀵셀렉트 제어 구조를 바탕으로 게이밍, 스트리밍, 음악 등 서드파티 앱과 내비게이션 검색 환경을 개편했다.
지금은 노이어 클라쎄를 통해 전면 유리 하단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BMW 파노라믹 비전과 차세대 콕핏 통신 구조를 도입했다. 인터페이스는 물론이고 사용자 경험 부문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 커넥티비티 기술은 차별화된 상품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초고속 실시간 데이터 통신을 바탕으로 한 차량 내 인공지능 에이전트 적용, 차세대 온보드 네트워크 전환, 그리고 클라우드 생태계와의 통합이 글로벌 커넥티비티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이다.
5G를 시용한 기능 구현은 생각만큼 빠르지 않았다. 기존 LTE 기반 통신 환경에서 5G 기반 5G-V2X 네트워크로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과정이다. 이것이 완벽해야 차량 대 차량(V2V), 차량 대 인프라(V2I), 차량 대 보행자(V2P) 간 초저지연 데이터 교환을 통해 레벨 3 및 레벨 4 자율주행까지 완전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 지금 판교 일부지역에서 시범 가동인 실시간 교통 데이터 연동기술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AI 에이전트 및 생성형 AI 인포테인먼트가 적용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단순한 음성 명령 수용을 넘어, 운전자의 의도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온보드 AI 에이전트를 대거 도입하고 있다. 물론 실제 사용해 보면 아직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자율주행까지 범위를 넓히면 더 복잡해 진다.
BMW 와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브랜드는 아마존 알렉사 플러스 등 거대언어모델(LLM) 및 온디바이스 AI 아키텍처를 기존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에 통합해 내비게이션, 차량 제어, 스트리밍, 결제 서비스를 한 번의 복합 명령으로 처리하는 환경을 구축 중이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의 중앙 집중형 아키텍처 및 무선 업데이트가 중요하다. 기존 수십 개의 ECU로 분산되어 있던 영역별 구성을 중앙 집중형 도메인 컨트롤러 및 구역 아키텍처로 단순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량 구동계, 배터리 관리 시스템, 자율주행 기능,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를 공중파 무선 통신으로 상시 업데이트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가 표준화되었다.
오늘날 자동차 사용자들은 차 안에서 자동으로 결제하는 인카페이먼트 시스템 등을 사용하며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 더불어 단기적인 옵션 판매를 넘어 구독형 서비스, 정비 및 충전 연계 컨시어지 경험 등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변모했다. 본격적인 스포트웨어 정의 자동차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지만 미래를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완성차회사들은 독자적인 운영체제 개발 및 전용 앱스토어 구축을 통해 빅테크 기업들에게 데이터 주권 주도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중국산 커넥티드카의 진입을 막고 있기도 하다. 빅테크 및 통신, 클라우드 기업 등 소위 파괴적 경쟁자들이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과 가상 비서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 내 디지털 접점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커넥티드카 데이터 관리 기업 및 글로벌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이 합작해 국가별 모바일 네트워크, 클라우드 환경, 결제 시스템 간의 복잡성을 흡수하는 상호운용성 인프라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그래서 현대차그룹이 대 전환의 시대 걸맞는 전혀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완성차나 로봇 파운드리로의 전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 한편 자동차용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실시간 연결성, 안전한 데이터 교환,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간 상호 운용성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낳고 있다. 원활한 상호 운용성을 위해서는 국가, 이동통신 네트워크, 클라우드 제공업체, 결제 시스템에 관계없이 운전자가 요청한 작업이 끊김 없이 작동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자체의 성능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의 안정성이 대규모 확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한 시장에서 검증된 AI 서비스가 다른 국가의 규제나 결제 파트너 불일치로 실패할 경우, 소비자는 이를 제3자 서비스가 아닌 차량 자체의 고장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업체들은 외부 디지털 생태계와의 연결로 발생하는 종속성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안을 위해 모든 데이터 이동 경로에 인증과 암호화를 내장하고 실시간 이상 탐지가 가능한 제로 트러스트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동시에, 자동차와 가까운 곳에서 민감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엣지 컴퓨팅을 활용해 지연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자동차 AI 생태계는 연결성과 서비스 통합에 대한 글로벌 공유 표준이 부족하다. 제3자 서비스 장애 시에도 시스템이 원활하게 백업 모드로 전환되는 관리형 통합 아키텍처를 확보하는 기업이 향후 디지털 모빌리티 시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외부 클라우드, 충전 인프라, 제3자 서비스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외부 사이버 공격 위협이 늘고 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차량 내부 엣지 컴퓨팅 기반의 실시간 이상 탐지, 인증 및 암호화 강화, 자격 증명 유출 시 자동 대응 체계를 갖춘 제로 트러스트 보안 모델 도입이 글로벌 규제 충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필수가 됐다.
가끔씩 차 안에 두터운 방석을 시트 위에 두고 내리면 ‘어린이가 감지됐다’는 문자가 메시지 앱을 통해 전달된다. 물론 자동차는 경고음을 울린다.
결국 커넥티비티가 완벽하고 안전하게 기능해야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그 바탕에 OS가 있고 그를 위해 반도체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반도체까지 내재화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을 자율주행까지 넓히면 더 복잡해 진다. 공격적 운전이나 주의 산만함이 없는 AI는 안전하기는 하겠지만, 표준을 벗어난 예외 사례 처리는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악천후, 도로 공사, 불분명한 차선 표시, 돌발 보행자 등 공공 도로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 앞에서 인간은 직관과 맥락을 발휘하지만, 데이터 모델에 의존하는 AI 알고리즘은 오작동 위험을 안고 있다. 레벨 5의 완전한 상용화가 여전히 장기적 목표에 머무는 이유다. 커넥티비티가 완전하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클라우드, GPS, 자동차와 •사물간 통신(V2X) 네트워크와 끊임없이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 특성상 원격 해킹, 센서 및 내비게이션 조작 등의 사이버 보안 취약점도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해 있다.
그래도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업체가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가 등장했을 때 예상했던 일이다. 지금은 그 싸움의 한 복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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