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자동차뉴스를 보면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BYD는 양왕과 덴자, 지리는 지커와 링크&코, 제일자동차는 홍치를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표방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산업의 입장에서 보만 아직은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으로 성능, 희소성, 독창성, 혁신성, 헤리티지, 프리미엄 마케팅 등이 언급되어 왔다. 이 종합적인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는 객관적 지표는 가격이다. 중국 브랜드들은 중국 내에서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모델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규모의 경제를 바탕을 멀티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 자동차업계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는 있다. 여기에서는 최대출력을 앞세우고 있는 전기차를 비롯해 중국 자동차업계의 브랜드 구분을 정리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전기차 시대에 출력을 이야기 한다. 주로 중국 자동차회사들이다. 출력은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이 각 세그먼트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다운사이징 시대에도 출력은 증가했다. 특히 하이엔드, 즉 슈퍼카 브랜드들은 2,000마력을 넘는 출력을 내세워 그들의 성능과 희소성을 더 강조했다.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하이퍼카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은 스웨덴 쾨닉세그의 제메라로 V8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 시 최대출력 2,300마력을 발휘해 현존 양산차 중 최상위다. 프랑스 부가티의 플래그십인 투르비용은 자연흡기 V16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해 최대출력 1,800마력을 발휘한다. 시론 슈퍼 스포츠는 W16 8.0리터 쿼드터보 엔진으로 1,600마력을 낸다. 미국 헤네시의 베놈 F5도 6.6리터 V8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1,817마력에 달한다.
전기차 시대에는 크로아티아의 리막 네베라가 4개의 모터로 최대출력 1,914마력을 발휘한다. 이탈리아 피닌파리나의 바티스타 역시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공유해 1,900마력의 낸다. 미국의 루시드 에어 사파이어도 3모터 시스템으로 1,234마력을 발휘한다.
물론 하이퍼카 영역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이나 양산 브랜드들과는 다르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독일 3사를 중심으로 출력 경쟁을 해왔다.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21세기 초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볼륨을 늘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독일 프리미엄 3사는 20세기 말까지는 연간 60만대 판매를 설정하는 희소성 전략을 구사했다. 21세기 초에는 세분화 전략을 구사했다. 세단은 물론이고 SUV까지 풀라인업을 구축해 희소성을 살렸다. 그 결과 연간 250만대 수준까지 올라갔다.
물론 그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이 있다. 성능이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최대출력과 토크를 높이며 제로백을 강조했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써키트에서의 최고속도 갱신을 통해 그들의 성능을 입증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BMW는 달리는 즐거움, 메르세데스 벤츠는 품위, 아우디는 기술을 통한 진보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하며 각자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그들이 제시한 디자인과 커넥티비티 기술은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 출력 경쟁과 커넥티비티 기술에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가세했다. 전기차로서의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 등에서 앞선데 이어 그들끼리의 출력 경쟁을 하고 있다. 출력 수치로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서구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달리 그 출력을 배경으로 일률적으로 가격을 높이지는 않는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독자 개발한 멀티모터 기술과 고전압 인버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1,000마력을 훌쩍 뛰어넘는 고성능 하이퍼카, 대형 SUV, 럭셔리 세단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BYD의 양왕 브랜드는 쿼드모터로 1,287마력을 발휘하는 U9을 필두로 1,180먀력의 U8, 1,306마력의 U7을 라인업하고 있다. 그룹 내 덴자 브랜드의 덴자 Z는 1,582마력, Z9은 1,156마력에 달한다. 덴자 Z 대해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랏은 중국의 선전포고라고도 했다.
샤오미의 첫 번째 전기차 SU7 울트라는 트라이모터로 1,548마력을 발휘한다. 샤오미는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독일 뉘르부르크링 써키트의 주파속도를 갱신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지리그룹의 지커 브랜드는 쿼드모터를 통해 1,265마력을 발휘하는 지커 001 FR이 있다. 니오도 쿼드모터로 1,360마력를 내는 EP9이 있다.
국영기업 중에서는 광저우자동차 그룹의 하이퍼 SSR이 3모터로 1,207마력을, 둥펑자동차는 쿼드모터로 1,088마력을 발휘하는 M-Hero 917이 있다.
대부분 단일 모터의 성능 향상보다 3개 또는 4개의 모터를 토크 벡터링 기술과 조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1,000마력 이상의 고출력을 제어함과 동시에, 트랙 주행 성능과 세밀한 차체 제어를 동시에 실현하는 방향으로 고성능 전동화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 자동차 경영 센터(CAM)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리자동차 그룹이 전기차 혁신지수는 가장 앞섰다. 종합 혁신지수는 BYD가 1위에 랭크됐다. 샤오미는 해외에서 더 주목을 끌고 있다.
지리자동차그룹은 볼보와 합병 이후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중국에서 멀티 브랜드 전략을 가장 정교하게 구사하는 대표적인 민간자본 업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지커와 볼보, 랭크&코, 로터스 등을 전면에 내 세우고 있다. 그리고 지리와 지오 메트리는 양산 브랜드다.
BYD 그룹은 배터리부터 반도체까지 수직계열화한 것이 특징이다. 샤오펑이 그렇듯이 테슬라를 벤치마킹한 대목이 있다. 양왕과 덴자, 팡쳉바오를 프리미엄으로 내 세우고 있고 BYD 브랜드에 다이내스티와 오션 시리즈로 글로벌 양산차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국영 자동차 회사들 중에서는 제일자동차그룹의 홍치 브랜드가 가장 도드라진다. 홍치는 과거 공산당 고위 간부들의 의전차로 시작한 중국의 롤스로이스 격 브랜드다. 여기에 최상위 럭셔리 라인업인 진쿠이화(황금 해바라기) 등을 앞세워 초 부유층 시장에서 서구 브랜드와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창안자동차의 아바타도 화웨이의 힘을 빌어 프리미엄임을 주장하고 있다. 양산 브랜드에서는 광저우자동차그룹의 아이온과 디팔 등이 두각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
스타트업 전기차 브랜드들이 IT 회사와 협업하는 예도 적지 않다. 전통적인 지동차회사들과 달리 스마트폰처럼 IT 기술과 자율주행, 셰어링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브랜드들이다.
중국에서 대표적인 프리미엄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평가되는 니오는 독자적인 배터리 스왑 인프라와 프리미엄 멤버십 서비스를 강점으로 고급 시장에 진입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주행거리 연장형(EREV) 에 장기가 있는 리 오토와 화웨이가 설계와 OS,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를 전담하고 세레스가 위탁 생산하는 스마트 브랜드 아이토 등도 중국 내에서는 존재감이 상승하고 있다.
자율주행 ADAS 소프트웨어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샤오펑은 테슬라와 유사한 포지셔닝의 양산과 준프리미엄 전동화 차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부각은 전통적인 서구업체들의 실적 하락과 대비되며 더 도드라져 보인다. 글로벌 내연기관 강자들의 구조적 침체와 중국계 신흥 완성차 기업들의 독주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들은 전기차 전환 지연, 막대한 투자 비용,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보다 더 큰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달러박스였뎐 중국에서의 입지 축소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중국시장 하락이다. 전통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높은 평균 판매 단가 덕분에 양산 브랜드보다 불황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5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BMW 그룹은 그나마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선방했다. 그럼에도 2025년 전체 영업이익은 약 10% 감소했다. 포르쉐 역시 2026년 상반기 판매가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중국 부유층에게 독일 프리미엄 카는 신분과 지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과 디지털 콕핏 등 소프트웨어 경험 측면에서 중국 현지 프리미엄 브랜드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선호도가 급변했다.
2025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 9,647만 대 중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사상 최고치인 35.6%로 3,435만 대였다. 물론 중국 내수시장이 절대적이지만 연간 수출 1,000만대를 바라보는 상황이 현재를 말해 주고 있다. 수출은 전동화차가 주도하고 있다. 2025년 중국의 전동화차(EV/PHEV) 수출은 70%나 증가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중국 내수 자동차 판매 톱 10은 이미 전동화차가 독차지하고 있다.
BYD는 내수 시장의 압도적인 1위를 기반으로 글로벌 전체 자동차 브랜드 점유율 5위(5.4%)에 올랐다. 신흥 시장인 브라질, 태국 등에서는 폭스바겐과 현대차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리는 7위, 체리는 10위로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수직 계열화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동남아, 유럽, 중남미, 중동 등 관세 장벽이 낮거나 우회 가능한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해 최대 실적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동남아를 시작으로 유럽과 브라질 등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장에 진출하며 서구 브랜드들을 밀어 내고 있다. BYD는 브라질 공장 가동 후 1년만에 누계 생산 10만대를 돌파했다.
전동화를 빠른 속도로 진행해 온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거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다. 지금은 내수시장의 부진 속에서 해외시장으로 더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서구 회사들이 중국차의 가격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며 상황은 더 달라지고 있다. 서구 자동차회사들은 중국 기업과 협력해 중국화된 자동차를 중국은 물론 세계시장으로 판매하고 있다.
단지 숫자만의 변화가 아니다. 고성능 ADAS 및 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 등에서 그들만의 독창성을 만들어내며 서구 브랜드들을 밀어내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고공 행진은 당분간 글로벌 시장 점유율 잠식 형태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관건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의 직접 경쟁이다. 중국 브랜드들은 자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까다로운 유럽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유로 NCAP 안전도 최고 등급 획득, 글로벌 디자인 센터 구축 등 체질 개선을 마쳤다.
유럽 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고율 관세 장벽이 변수지만, 지리와 BYD 등이 유럽 내 현지 생산 공장을 구축해 이를 무력화할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중국 업체들은 그들이 자랑하는 소위 차이나 스피드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 완성차 업계는 실차 검증 기간을 축소하고 인공지능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며 신차 개발 주기를 18~24개월 수준으로 대폭 단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안전성 공백과 품질 부실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BYD는 2025년 연간 200건이 넘는 무선 소프트웨어(OTA) 업데이트를 실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테슬라 16건, 토요타 8건, 폭스바겐 5건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업데이트 횟수를 기술력의 지표가 아닌, 완성도가 낮은 자동차를 출고한 뒤 시장에서 발생하는 하드웨어 아키텍처 오류와 제어 결함을 실시간으로 때우는 결함 은폐용 데이터라는 지적이 있다.
물리적 가혹 테스트를 건너뛴 부작용은 전기차 화재 및 급발진 의심 사고 통계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공급망 전반의 하드웨어 및 사이버 보안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중국산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규제 조치에 이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중국산 스마트카의 센서, 카메라, 통신 모듈 및 핵심 ECU에 대한 전방위적인 보안 조사에 착수했다.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나 중국계 칩셋 부품을 무분별하게 채택하면서, 차량이 수집한 민감 정보의 해외 유출 가능성과 원격 제어 취약성 등 보안 관점의 안전 문제가 글로벌 무역 시장의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차이나 스피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가 중국차가 글로벌 브랜드파워를 구축할 수 있을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650개의 신차를 쏟아낸 중국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차이나 스피드에 대한 스스로의 과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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