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다.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자동차는 영하의 혹한보다 폭염에 더 약해 세심한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보다. 폭염은 자동차에게도 치명적이다. 기온이 35℃를 넘나드는 날씨가 계속되면서 보험사의 긴급출동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엔진 과열과 배터리, 냉각계통 이상으로 도로 한복판에서 멈춰 서는 차량도 적지 않다.
자동차는 영하의 혹한보다 폭염에 더 약하다. 외부 기온이 높아질수록 엔진과 전기·전자 시스템에 가해지는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특히 냉각계통이나 전기장치가 노후한 차량은 평소 드러나지 않던 문제가 폭염 속에서 한꺼번에 나타난다.
폭염 자체가 자동차의 시동을 꺼뜨리는 것은 아니다. 높은 온도로 인해 이미 약해진 부품의 내구성이 크게 떨어지게 되고 이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엔진 과열이다. 외부 기온이 높으면 라디에이터와 냉각팬은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뿐 아니라 에어컨 콘덴서의 열까지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특히 정체 구간에서는 주행풍이 없어 냉각팬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냉각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냉각수 부족이나 라디에이터 막힘, 냉각팬 고장, 워터펌프 이상 등이 겹치면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최신 차량은 엔진 손상을 막기 위해 ECU가 출력을 제한하거나 심한 경우 엔진을 정지시키기도 한다.
운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하는 증상은 에어컨 냉방 성능 저하다. 이후 수온 게이지가 상승하고 출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심하면 경고등과 함께 차량이 멈춰 설 수 있다.
배터리 성능도 크게 떨어진다. 여름철 고온은 배터리 내부 화학반응을 가속해 수명을 단축시킨다. 엔진룸 온도가 60℃ 안팎까지 올라가면 전해액 증발과 내부 열화가 빨라지고 노후 배터리는 전압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배터리와 함께 발전기(알터네이터)까지 이상이 생기면 ECU와 각종 전장장치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해 시동 꺼짐이나 경고등 점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더위에 약한 것은 전기차도 예외가 아니다. 장시간 폭염에 노출되면 배터리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서 충전 속도와 출력을 자동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오토헤럴드 DB)
고온에서는 연료펌프와 점화코일도 영향을 받는다. 노후 차량은 연료펌프가 과열되면서 연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점화코일 역시 열에 의해 성능이 떨어지면서 실화(Misfire)와 출력 저하를 일으킨다.
과거 기화기 차량에서 흔했던 베이퍼록(Vapor Lock)은 최근 차량에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연식이 오래된 고령차의 연료계통에서 유사한 증상이 언제든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도 폭염에서 자유롭지 않다.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 인버터 온도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는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TMS)을 갖추고 있어 주행 중 갑자기 멈추는 사례는 거의 없지만 배터리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충전 속도와 출력을 자동으로 제한한다.
특히 급속충전을 반복하거나 장시간 고속주행을 한 뒤 외부 기온까지 높으면 배터리 보호를 위한 출력 제한이 작동할 수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폭염을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로 표현한다. 평소 문제가 없던 차량도 냉각수 부족, 배터리 노후, 냉각팬 이상 같은 작은 결함이 고온 환경에서 치명적인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이 이어질 때는 냉각수와 엔진오일 상태를 확인하고 배터리 수명이 3~4년 이상 됐다면 점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장시간 정체 구간에서는 수온 게이지를 수시로 확인하고 경고등이 점등되거나 보닛에서 증기가 발생하면 즉시 안전한 곳에 정차한 뒤 엔진을 식혀야 한다.
자동차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더위에 지친다. 기록적인 폭염이 일상이 된 지금, 작은 점검 하나가 도로 위 갑작스러운 시동 꺼짐과 수백만 원의 수리비를 막는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 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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