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인공지능(AI) 업무 활용 수준이 글로벌 상위권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반복 업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거나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고도화 단계의 조직 비중은 미국과 일본을 앞섰다. 다만 실무자의 AI 역량 자신감과 결과에 대한 신뢰는 상대적으로 낮아, 빠른 도입 속도와 현장의 체감 수준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AI 기반 협업툴 노션(Notion)은 전 세계 16개 시장의 기업 리더와 실무자 6,1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Notion 글로벌 AI 전환 연구 2026’ 결과를 바탕으로 인포그래픽 ‘글로벌 데이터로 본 한국 AI 시장의 특징’을 공개했다.
조사는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AI 도구 도입과 배포에 의사결정권을 가진 조직 리더 155명과 최근 한 달 동안 업무에서 AI 도구를 사용한 실무자 353명 등 총 508명이 참여했다.
AI 고도화 조직 15.7%…미국·일본보다 약 5%p 높아
조사 결과 한국은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고도화 단계의 조직 비중에서 글로벌 선두권을 기록했다. AI가 반복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거나 복잡한 업무를 실행하는 레벨 3~4 단계에 해당하는 한국 조직은 15.7%로, 글로벌 평균 12.4%보다 3.3%p 높았다.
시장별로는 싱가포르가 21%로 가장 높았다. 한국과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를 포함한 DACH 지역은 약 16%, 호주는 15.2%로 뒤를 이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1%로 한국보다 약 5%p 낮았다.
AI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감도 강했다. ‘AI 분야에서 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다’고 답한 한국 리더는 76.1%로, 글로벌 평균 61.9%보다 14.2%p 높았다.
반면 조직의 실제 AI 역량에 대한 자신감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높은 자신감을 보인 한국 리더는 34.8%로 글로벌 평균보다 10.4%p 낮았으며, 실무자 가운데 높은 자신감을 나타낸 비율은 15.3%에 그쳤다.
한국 실무자 46.7% “AI로 하루 1시간 이상 절약”
한국 기업은 AI를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보다 생산성과 비용 효율을 높이는 실무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AI 활용 목적으로 ‘일상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선택한 한국 응답자는 71.6%에 달했다. ‘운영 비용 절감’을 꼽은 응답자도 34.8%로 글로벌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업무에서 체감하는 시간 절감 효과도 컸다. 한국 실무자의 46.7%는 AI를 활용해 하루 1시간 이상을 절약한다고 답했다. 글로벌 평균 33.8%보다 12.9%p 높은 수치다.
업무별로는 ‘데이터 분석 및 인사이트 도출’과 ‘프레젠테이션 및 보고서 작성’에서 AI 활용이 고도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업무에서 레벨 3~4 수준의 활용 비율은 각각 40.5%와 39.4%로 글로벌 평균을 웃돌았다.
실무자 절반 이상 “AI 결과 신뢰하기 어려워”
AI 결과의 정확도와 신뢰는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혔다. 한국 실무자의 52.7%는 AI가 생성한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글로벌 평균보다 14.9%p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한국 실무자의 79.6%는 중요한 업무에서도 AI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면 AI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응답했다. AI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능이나 도구뿐 아니라 결과의 정확성과 검증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회사의 승인 없이 외부 AI 도구를 사용하는 ‘섀도우 AI’에 따른 보안·관리 문제에 대한 우려도 크게 나타났다. 관련 문제를 우려한 한국 응답자는 66.6%로, 글로벌 평균 40.4%보다 26.2%p 높았다.
도구 추가보다 업무 연결·관리 체계 구축해야
노션이 글로벌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AI 전환의 고도화 단계에 진입한 조직은 단순히 더 많은 AI 도구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AI를 기존 문서와 데이터, 업무 흐름에 연결하고 명확한 책임과 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구체적인 지표를 통해 성과를 측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한국 기업도 새로운 AI 도구를 계속 추가하기보다 현재 사용 중인 AI를 하나의 업무 환경 안에서 연결하고 관리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AI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를 확보하고, 승인된 도구와 데이터 사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오류율과 재작업 규모, 업무 처리 시간, 비용 절감, 매출 영향 등 구체적인 지표를 활용해 AI 도입 성과를 검증하는 체계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박대성 노션 한국지사장은 “한국은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레벨 3~4 조직 비중에서 미국과 일본보다 앞선 글로벌 선두권 시장”이라며 “그만큼 AI 결과의 정확도와 신뢰, 도구 난립, 리더와 실무자 사이의 인식 차이처럼 다른 시장이 앞으로 직면할 문제를 먼저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의 다음 과제는 AI를 조직의 문서와 데이터, 권한, 업무 흐름에 연결하는 것”이라며 “통합과 거버넌스, 명확한 성과 측정을 통해 초기의 AI 도입 우위를 지속 가능한 업무 경쟁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otion 글로벌 AI 전환 연구 2026’은 2026년 3월 19일부터 5월 19일까지 퀄트릭스(Qualtrics)를 통해 진행됐다. 노션은 응답자가 평가한 조직 내 일상적인 AI 활용 방식을 바탕으로 조직의 AI 성숙도를 레벨 1부터 레벨 4까지 분류했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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