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독일 자동차 산업은 불과 4주 사이에 네 건의 구조조정 발표를 연달아 내놓았다. 7월 9일 폭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의 결정을 시작으로 27일 포르쉐의 노사 합의, 28일 메르세데스-벤츠의 2분기 실적 발표와 전망 하향, 그리고 29일 BMW의 8,000명 감원 발표까지 이어졌다. 독일을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 전체가 같은 달, 같은 방향의 결정을 내놓은 셈이다.
그동안 독일 완성차 업계의 위기는 폭스바겐그룹만의 개별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온 BMW까지 감원 대열에 합류하면서 이야기의 성격이 달라졌다. 이제는 개별 기업의 경영 판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출발은 6월 16일의 전망치 하향이었다. BMW는 자동차 부문 EBIT 마진 전망을 4~6%에서 1~3%로, ROCE 전망을 6~10%에서 1~5%로 낮췄다. 세전이익은 15% 이상 감소, 인도량은 소폭 감소로 수정했다. 회사가 제시한 근거는 중국 시장의 급격한 냉각과 중동 전쟁의 여파였고, 여기에 에너지 비용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이 함께 작용했다.
이 발표로 주가는 하루 최대 8% 하락하며 5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5월 올리버 칩세에서 밀란 네델코비치로 CEO가 교체된 직후 나온 경고였던 만큼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네델코비치는 급격히 악화된 시장 환경에 맞춰 기존 구조와 프로세스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7월 29일 공개됐다. BMW는 노사협의회와 합의해 전 세계 약 8,000명, 전체 인력의 5%를 감축하기로 했다. 2026년 10월부터 2027년 말까지 희망퇴직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며 생산직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관리, 연구개발, 기획 등 본사 기능 부문에 집중된다. 독일 직원 8만4,000여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희망퇴직 선택권을 받게 되는 규모다. 회사는 이를 통해 2028년부터 연간 10억 유로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노사 협상은 6주 만에 마무리됐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은 판매 구조다. BMW의 상반기 인도량은 약 115만 대로 4.2% 줄었지만, 유럽은 오히려 5.4%, 미국은 3.9% 증가했다. 감소분은 사실상 중국에서 모두 나온 셈이다. 노이에 클라세의 첫 모델 iX3는 유럽 신차 주문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 2교대를 추가하게 만들었다. 그런 기업이 동시에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제품 경쟁력 저하에 따른 감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폭스바겐그룹의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했다. 6월 말 독일 매체들은 올리버 블루메 CEO가 전 세계 직원 65만7,000명 가운데 약 10만 명, 15%를 감축하고 독일 4개 공장의 생산을 순차 중단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상으로 거론된 곳은 하노버, 엠덴, 츠비카우와 아우디 네카줄름이었다. 일간 빌트는 감원 목표를 12만 명으로까지 보도했는데, 이는 1991년 GM의 7만4,000명을 뛰어넘는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7월 9일 감독이사회에서 이 안은 12대 7로 부결됐다. 독일의 공동결정제 아래에서는 감독이사회 절반이 노동 측 인사로 구성되며, 20% 지분을 보유한 니더작센주 정부도 거부권을 갖고 있다. 회의 직후 나온 공식 발표문에도 감원과 공장 폐쇄는 언급되지 않았다. 같은 날 볼프스부르크를 포함한 20여 사업장에서는 IG메탈의 시위가 열렸고,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블루메에게 하루 안에 직원 앞에 설 것을 요구했다.
대신 통과된 안은 12개 이니셔티브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2030년까지 그룹 전체 모델 라인업을 최대 50% 축소한다. 현재 브랜드를 합쳐 약 150개 모델 라인을 운영 중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폭이다. 둘째, 잔존 모델의 사양과 옵션 조합을 최대 75%까지 줄인다. 셋째, 연간 생산능력을 900만 대로 낮춘다. 팬데믹 이전 목표가 1,200만 대였고 이미 중국과 유럽에서 200만 대를 감축한 상태였던 만큼, 이번 조정으로 감축 폭은 더 커지게 됐다. 여기에 플랫폼과 전기전자 아키텍처, 소프트웨어를 서구와 동아시아 시장에 걸쳐 통합하는 항목도 포함됐다.
투자 계획 역시 조정 대상에 올랐다. 보도된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향후 5년 투자 규모를 약 15% 축소해 1,300억 유로 초반대로 맞출 계획이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은 실적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1분기 순이익은 15억6,000만 유로로 28% 감소했고, 2분기 그룹 인도량은 8.6% 줄었다. 특히 중국 인도량은 1분기 14.8% 감소에서 2분기 36.6% 감소로 낙폭이 크게 확대됐다. 독일 공장의 평균 가동률도 2026년 81%에서 2030년 73%까지 하락할 전망이며, 폐쇄 후보로 거론되는 츠비카우는 88%에서 42%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연초 대비 30% 이상, 3년 기준으로는 5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7월 2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321억 유로로 3% 감소했지만, 그룹 EBIT는 약 15억 유로로 오히려 22% 증가했다. 다만 그 증가분은 밴과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나온 것이었고, 정작 승용 부문의 조정 영업이익은 9억900만 유로로 26% 줄었다. 판매 대수도 전년 45만3,674대에서 41만7,765대로 감소했으며, 그중 중국 판매는 30% 줄었다.
이에 따라 연간 판매 전망은 전년과 동등한 수준에서 소폭 하회로 낮췄다. 다만 수익성 목표인 조정 매출이익률 3~5%는 그대로 유지했고, 전동화 비중 전망은 21~23%에서 23~25%로 오히려 상향했다. BEV 판매가 51% 증가하고 유럽 BEV 수주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결과다. 올라 켈레니우스 CEO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궤도를 지키며 모델 공세를 가속화했다고 자평했다.
인력 조정은 이미 3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회사는 노사협의회와 희망퇴직 및 임금인상 폭 절반 축소에 합의하는 대신, 생산직 정리해고를 배제하고 2034년까지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목표는 2027년까지 생산비 10% 절감이며, 6월에는 브리타 제거 인사총괄이 기존 협약과는 별도로 추가 경쟁력 조치를 협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AI 활용 확대 역시 절감 수단으로 제시됐다.
그 과정에서 노사 마찰도 빚어졌다. 월급의 18.4%에 해당하는 특별 보너스 지급이 2027년으로 일방 연기되면서 약 9만 명이 영향을 받았고, 에르군 뤼말리 노사협의회 의장은 이를 두고 설득력 있는 미래 구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판매 조직을 900명 수준에서 600명 미만으로 30% 이상 축소하고, 위로금 기준도 N+11에서 N+6으로 낮췄다. 2025년 순이익은 53억3,000만 유로로 48.8% 감소했으며, 주가는 연초 대비 29% 하락한 상태다.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압박이 가장 큰 곳은 단연 포르쉐다. 7월 27일 노사는 5,000명 추가 감원에 합의했고, 이로써 2035년까지 누적 감원 규모는 약 9,000명, 전체 인력의 5분의 1 수준에 이르게 됐다. 앞서 2025년 2월에도 3,900명 감원과 자회사 폐쇄에 따른 500명 감원이 있었던 만큼, 감원의 강도는 계속 누적되는 모양새다. 다만 정리해고 없이 자연감소와 확대된 부분정년 프로그램으로 처리하기로 했고, 그 대가로 회사는 2035년까지 전 사업장 유지를 보장하고 추펜하우젠 공장과 바이사흐 연구소에 21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바이사흐 개발 역량의 30% 정도는 재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원인은 역시 중국이다. 상반기 중국 인도량은 32% 감소한 1만4,501대로, 독일 내 판매량 1만4,938대에도 못 미쳤다. 2022년 정점의 약 9만5,000대와 비교하면 붕괴에 가까운 수준이다. 상반기 전체 판매는 16%, 매출은 6% 줄었다. 올해 취임한 미하엘 라이터스 CEO는 10월 7일 열리는 자본시장의 날에서 전체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며, 아우디 역시 네카줄름 공장이 그룹 폐쇄 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 모든 발표의 공통 원인은 결국 중국으로 수렴한다.
2분기 중국 판매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나란히 30% 감소했고, 폭스바겐그룹은 36.6% 감소했다. 포르쉐도 상반기 32% 감소를 기록했다. 특정 기업의 제품 실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규모다. 실제로 독일의 대중국 자동차 및 부품 수출은 1~5월 사이 25% 이상 줄었다.
다만 주목해야 할 점은 이것이 중국 시장 자체의 축소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국 내수 판매는 상반기 21.1% 감소했지만, 수출은 오히려 65.3% 증가해 509만6,000대에 달했다. 결국 중국 브랜드가 자국 시장에서 독일 3사의 점유율을 흡수한 뒤, 그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수십 년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마진을 지탱해 온 것은 중국 시장의 높은 가격 수용도였다. 그 구조가 사라지면서 회복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전략의 유효성도 함께 사라졌다. 네델코비치가 뮌헨 직원 총회에서 산업의 규칙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원인은 관세와 지정학이다.
미국은 2025년 7월 합의를 통해 유럽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정리했다. 그런데 2026년 5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EU의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25% 인상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다시 흔들렸고, 이후 EU가 6월 25일 이행 규정을 채택하면서 7월 1일부터 15% 상한이 다시 발효됐다. 결과적으로는 15%로 정리됐지만, 두 달 사이 세율이 두 차례나 흔들린 환경 자체가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5%도 결코 가벼운 부담은 아니다. 무역분쟁 이전 2.5%의 여섯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폭스바겐그룹은 2025년 관세로 40억 유로를 부담했고, 25%가 적용될 경우 독일 자동차 산업의 추가 비용은 연 25억 유로, 업계 영업이익 감소는 26억 유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북미 생산 거점이 없는 아우디와 포르쉐가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여기에 중동 전쟁까지 겹쳤다. BMW가 가이던스 하향 요인으로 직접 명시한 항목이며, 에너지 비용과 소비 심리 양쪽에 영향을 미쳤다. 제프리스는 BMW의 구조 개편이 독일에서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부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조립 모델을 정조준할 것으로 전망했고, 블루메 CEO 역시 독일 자동차 산업을 지탱해 온 수출 모델이 사실상 종료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독일에서 설계하고 생산해 세계에 판매하는 방식이 이제 주요 시장 전반에서 한계에 도달한 셈이다.
2025년 12월 EU는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규정을 완화했다. 2021년 대비 100% 감축이라는 기존 목표를 90%로 낮추면서 하이브리드와 PH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에도 판매 여지를 남겨준 것이다. 유럽의회에서는 이보다 더 완화된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업계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긴 하지만, 재무적으로는 오히려 복잡해 졌다. 전동화 전용 체계로 단순화할 수 있었던 계획이 다시 내연기관과 전동화를 병행하는 계획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파워트레인 두 갈래를 동시에 유지하려면 개발비와 생산 유연성, 재고까지 모두 이중으로 필요해진다. 폭스바겐그룹이 플랫폼과 전기전자 아키텍처 통합을 12개 이니셔티브에 포함시킨 것도, 메르세데스-벤츠가 내연기관 모델의 상품성을 개선해 수명을 연장하는 전략을 병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선택이다.
결국 규제 완화는 기업들에게 시간을 벌어줬을 뿐, 비용 구조 자체를 가볍게 만들어주지는 못한 셈이다.
네 번째 원인은 고정비다.
VDA 집계에 따르면 유럽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5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힐데가르트 뮐러 회장은 앞으로 모든 생산 거점이 독일에 남을 수는 없다고 언급했는데, 수년간 공장 폐쇄에 반대하며 로비해 온 단체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인건비 격차도 상당하다. 2025년 독일의 시간당 인건비는 평균 45유로로 EU 평균보다 10유로 높았고, 단위노동비용은 27개 비교국 평균을 22%나 초과했다.
발표된 감원안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형태를 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리해고 대신 희망퇴직과 자연감소를 활용하고, 생산직은 대상에서 제외하며, 그 대가로 고용 보장 기간을 늘려주는 구조다. BMW는 생산직을 제외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2034년까지, 포르쉐는 2035년까지 고용을 보장했다. 결국 공동결정제 아래에서 경영진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수단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마지막 원인은 유럽 시장 자체의 변화다.
5월 유럽 신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10.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BYD, 지리, SAIC, 체리, 립모터 5개 그룹을 기준으로 하면 12.0%까지 올라가는데, 이는 일본 브랜드의 11.3%를 처음으로 앞지른 수치다. 1~5월 누적 판매는 61만9,353대에 이르렀고, PHEV 시장에서는 6월 점유율이 34%까지 치솟았다.
최대 45%대에 이르는 EU 상계관세도 이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관세가 배터리 전기차에 집중된 구조이다 보니, 중국 업체들이 PHEV와 하이브리드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결과다. 동시에 현지 생산 체제도 갖춰가고 있다. BYD는 이미 헝가리와 터키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뮌헨과 예테보리에는 연구개발 거점까지 마련했다. 결국 관세는 물량 자체를 차단하기보다 그 물량의 국적을 바꾸는 효과만 낸 셈이다.
가격 격차 역시 여전하다. BYD 돌핀 서프 부스트의 독일 공식 가격은 2만6,990유로이지만,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1만5,940유로 수준까지 내려간다. 경쟁 모델인 르노 5 E-테크의 약 2만8,000유로와 비교하면 절반에 가까운 가격이다. 실제로 중국 브랜드 전기차는 관세를 부담하고도 유럽 브랜드보다 21% 저렴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독일 3사로서는 중국에서 잃은 물량을 유럽에서 만회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작 그 유럽에서도 중국 브랜드와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조에 놓인 셈이다.
원인은 공통적이었지만, 각 기업들의 대응방식은 서로 큰 차이를 보였다.
BMW는 6주 만에 노사 합의를 마무리했다. 생산직을 제외하고 본사 기능에 집중했으며, 2028년부터 연 10억 유로 절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결정적인 차이는 노이에 클라세가 실제로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iX3 수요로 데브레첸 공장에 교대를 추가하는 기업이 동시에 8,000명을 감축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생존형 감원이라기보다 체질 조정에 가깝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익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그 주체는 승용이 아니라 밴과 금융서비스였다. 승용 부문 이익은 26% 줄었고, 노사 관계에서는 보너스 연기라는 다소 무리한 조치까지 나왔다. BEV 판매 51% 증가와 유럽 수주 배증은 분명한 성과이지만, 이를 승용 마진 회복으로 얼마나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셋 중 필요성이 가장 컸지만 실행력은 가장 낮았다. 감원안은 부결됐고, 대신 통과된 안은 모델과 옵션, 생산능력을 축소하는 데 그쳤다. 라인업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정작 대상 모델은 한 종도 특정하지 못했다. 노사 갈등은 여름 이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결과를 가르는 변수는 제품이다. 팔리는 신제품을 보유한 기업의 구조조정은 이익 회복의 지렛대로 작동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의 구조조정은 축소의 시작점이 되기 쉽다. 세 기업이 같은 달에 비슷한 발표를 내놓았지만, 수년 뒤 결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이슈를 정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뮐러 VDA 회장의 발언이었다. 수년간 공장 폐쇄를 저지하기 위해 로비해 온 단체가 이제는 모든 거점을 독일에 둘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 자체가, 기존 방향성이 크게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독일 3사의 위기를 흔히 전동화 전환 실패로 요약하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무너진 것은 전동화 기술이라기보다, 고비용 지역에서 생산해 고마진 시장에 판매하던 사업 모델 그 자체였다. 중국의 높은 가격 수용도와 미국의 낮은 관세라는 두 축이 동시에 사라지자, 그동안 가려져 있던 독일 내 원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BEV 판매가 51% 늘고 BMW iX3가 유럽 주문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을 보면, 이번 위기를 제품 경쟁력만의 문제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한국 산업에 주는 함의도 전동화 속도 논쟁과는 다른 지점에 있다고 본다. 어떤 파워트레인을 얼마나 빨리 늘릴지보다, 관세와 규제와 환율이 2년 주기로 뒤집히는 환경에서 얼마만큼의 생산 유연성과 지역 분산을 확보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독일 3사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바로 그 조정이며, 다만 공동결정제로 인해 속도가 나지 않아 추가 비용을 치르고 있을 뿐이다. 의사결정 구조가 상대적으로 빠른 기업일수록, 시간은 곧 자산이 된다.
중국 브랜드가 유럽 신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를 앞질렀다는 5월 데이터가 가장 무겁게 남는다. 관세로 방어할 수 있다는 가정의 한계가 확인된 결과이며, 유럽에서 이미 검증된 이 흐름은 다른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 독일 3사의 이번 여름을 단순히 타국의 사정으로만 읽기 어려운 이유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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