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제2의 자동차 생산국인 스페인이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 거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스페인 당국이 유럽연합 차원의 투명하고 통일된 외자 규정 승인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페인 정부는 전략 산업 분야의 외국인 투자에 대해 부품 현지화 비율, 현지 고용 조건, 기술 이전, 자산 소유 제한 등을 담은 '메이드 인 유럽' 규정의 조속한 도입을 요구하는 중이다. 중국과의 통상 협상을 앞두고 개별 지자체 단위로 진행되던 투자 유치 계약의 기준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개별 계약 방식의 한계와 중국 기업들의 진출 현황
현재 스페인 내 카탈루냐, 에스트레마두라 등 자치주들은 중국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며 중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 관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SAIC), 체리자동차를 비롯해 CATL, AESC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스페인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확정했거나 추진 중이다. BYD와 홍치 등도 공장 부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지리자동차는 포드 공장 일부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독일이 생산능력 과잉 우려로 중국 기업의 공장 인수에 소극적인 것과 달리, 독자 브랜드 기반이 약한 스페인은 외국계 제조 시설 유치에 훨씬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
기존 계약들은 개별 협상에 의존해 고용 및 부품 조달 조건의 강도가 제각각이다. 사라고사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CATL은 1,700명의 중국 인력을 투입하고 향후 4,000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지만 강제적인 현지 부품 조달 의무는 명시하지 않았다. 반면 엔비전 그룹 산하 AESC는 2030년까지 현지 고용 및 관리자 비율을 규정했다. SAIC의 갈리시아 공장 투자 계약 역시 별도의 고용 조건이 없어 향후 제정될 메이드 인 유럽 법안의 적용을 받게 될 예정이다. 스페인 정부는 전략적 투자위원회를 통해 공급망 안전과 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고부가가치 투자를 지속적으로 심사할 계획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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