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대 영상 편집용 노트북 하나 추천해줘.” 민형필 네이버 광고주컨설팅실 실장이 챗GPT와 제미나이, 네이버 AI 탭에 똑같이 던진 질문이다. 세 서비스가 제시한 브랜드와 상품은 모두 달랐다. 민 실장은 맥스 서밋 2026 강연에서 이 실험을 소개하며 “브랜드는 이제 검색 결과 안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안하고 추천하는 결과 안에서 경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클릭 이전에 끝나는 의사결정
2000년대 초반에는 네이버와 구글이라는 검색 엔진이 정보 탐색의 출발점이었고, 2010년대 중반에는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검색의 상당 부분을 대체했다. 2025년부터는 챗GPT를 앞세운 AI 검색이 시장을 다시 재편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고르고 비교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지금은 AI가 비교를 대신하면서 판단이 클릭 전에 상당 부분 끝난다. 민 실장은 고객 여정이 그 어느 때보다 짧고 빠르고 압축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검색의 역할도 정보를 찾아 주던 검색 엔진에서 정확한 답을 요약해 주는 앤서 엔진으로, 다시 행동을 대신 실행해 주는 액션 엔진으로 옮겨 가고 있다. 검색의 무게가 답을 찾는 일에서 행동을 마무리하는 일로 이동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맥킨지 “새로운 인터넷의 현관문”
민 실장이 인용한 맥킨지 분석에서는, AI를 검색 엔진 하나가 더 생긴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인터넷의 현관문으로 정의했다. 2028년까지 미국에서 AI 검색을 거쳐 흐를 소비 총량을 약 7,500억 달러(약 1,070조 원)로 봤고, 준비하지 못한 브랜드가 잃을 트래픽을 50%까지 전망했다.
어도비 분석에서는 AI 검색의 구매 전환율이 전통 검색을 앞섰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AI 검색으로 들어온 트래픽은 체류 시간이 길고 방문당 매출도 크다. 방문자 수는 적어도 구매 의도가 높은 고객과 연결된다는 뜻이다. AI 검색을 경험한 미국 이용자 10명 중 4명은 이미 AI 검색을 주 검색 수단으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네이버의 답, 교차 검증 수요와 AI 탭
민 실장은 AI가 빠르게 답할수록 그 답이 정말 맞는지 확인하려는 교차 검증 수요가 함께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 검색 플랫폼인 네이버에는 AI 검색의 부상이 표면적으로 위협이지만, 실제로 네이버 검색 점유율은 최근 8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3,500만 명이 네이버에서 검색한다.
네이버는 통합 검색 위에 요약형 검색인 AI 브리핑과 대화형 실행 검색인 AI 탭을 차례로 더했다. AI 브리핑은 이미 네이버에 들어오는 질의의 30%를 소화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40% 가까이 높일 계획이다. 첫 질의 이후 후속 질문 클릭률은 일반 검색의 약 2.5배, 클릭 수는 10배 가까이 늘었다.
롱테일 질의의 증가는 네이버가 특히 주시하는 지표다. 이용자가 단답형 대신 여러 조건이 겹친 문장으로 묻기 시작했고, 그 복합 질의를 검색 엔진이 얼마나 해석해 내느냐가 성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올해 6월 정식 출시한 AI 탭은 답하는 AI에서 해결하는 AI로 넘어간 서비스다. 하나의 대화창 안에서 구매와 예약 같은 최종 행동까지 끝낸다. 지도와 예약, 쇼핑, 페이라는 네이버 자체 서비스가 대화창에 연결돼 있다는 점을 민 실장은 다른 AI 검색과의 차이로 제시했다.
AI 탭이 제안한 상품이나 장소 카드의 클릭률은 베타 기간 20%에 육박했고, 10번 이상 사용한 이용자의 상품 클릭률은 3배 가까이 높았다. 많이 쓸수록 브랜드와 연결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민 실장은 이런 구조가 가능한 배경으로 닫힌 고리를 제시했다. 서드파티 쿠키가 사라지면서 추정 데이터만으로 고객과 브랜드를 잇기 어려워졌고, 광고주의 퍼스트파티 데이터와 플랫폼이 오래 쌓아 온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합칠 때 연결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조건 하나, 잘 읽히는가
브랜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민 실장은 잘 읽히는가, 믿을 만한가, 행동으로 이어지는가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AEO(답변 엔진 최적화)가 그 첫 번째다. 사람 눈에 멀쩡한 사이트도 AI에게는 읽을 수 없는 이미지 덩어리일 수 있다. 핵심 정보를 구조화된 데이터로 만들고 FAQ 형태로 정리하며 최신 상태로 관리하라는 주문이다.
네이버는 광고주에게 사이트가 얼마나 AEO에 맞게 만들어졌는지 채점하는 진단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1만 5,000개 이상 사이트를 진단했고, 진단 뒤 개선한 사이트에서 약 2.3%의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민 실장은 절대 수치는 작아 보여도 인용될 확률에서는 이 차이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7월 출시한 첫 AI 검색 광고 애드부스트 맥스도 같은 준비와 연결된다. 기존 검색 광고가 광고주가 정한 키워드에 정해 둔 문안을 거는 방식이었다면, 애드부스트 맥스는 AI가 이용자 질문의 맥락을 읽어 광고 문안을 그때그때 만들어 노출한다. 광고가 답변의 일부처럼 들어가는 형태다.
조건 둘, 인용될 재료가 쌓여 있는가
전통 검색이 정보의 유무를 봤다면 AI는 정보의 맥락을 본다는 것이 두 번째 조건이다. “직장인 출퇴근용 가성비 좋은 3만원 이하 귀 편한 검정색 이어폰 추천해줘” 같은 질문에 답하려면 AI가 참고할 재료가 충분히 쌓여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네이버 생태계에 쌓인 브랜디드 콘텐츠와 브랜드 검색, 인플루언서가 만든 이용자 콘텐츠가 그 재료다.
민 실장은 “우리 이어폰이 좋다”고 반복하는 것보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두 시간 껴도 귀가 안 아팠다”는 실제 이용자의 한마디가 인용될 확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좋은 콘텐츠로 보는 기준에는 창작자가 직접 경험한 지식을 우선하고, 주제가 일관되며, 꾸밈없이 진정성이 있고, AI가 읽기 쉬운 구조로 짜였으며, 최신 상태를 유지한다는 다섯 가지가 들어간다. 기계적으로 복사해 붙였거나 생성형 AI가 쓴 글은 브랜드가 직접 쓴 것이든 인플루언서를 통한 것이든 걸러질 수 있다.
조건 셋, 행동 신호가 누적되는가
셋째로 그가 꼽은 광고를 통한 브랜드 신호에는 스토어에 쌓이는 리뷰와 찜, 플레이스와 지도에서 발생하는 예약, 쇼핑의 구매와 재구매, 페이 결제 완료, 광고로 수집한 데이터가 모두 들어간다. 이 신호들이 네이버에 남는다.
예전에는 노출과 클릭, 그때의 광고비 대비 성과를 확인하고 캠페인을 끝냈다면, 이제는 신호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게 만드는 편이 유리하다. 신호가 쌓일수록 AI가 인용할 브랜드 자산이 네이버 안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동화 광고 솔루션 애드부스트는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거래와 전환, 행동 데이터를 브랜드 자산으로 남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를 때가 아니다”
민 실장은 광고주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을 그대로 옮겼다. AI 검색에 투자를 늘려야 하는지, 전통 검색에서 예산을 빼야 하는지다. 네이버의 답은 아직 둘 중 하나를 고를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AI 검색이 커져도 전통 검색이 곧 사라지지는 않으며, 두 곳 모두에서 브랜드가 발견되는 총량을 늘리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민 실장이 제시한 지표는 인용 점유율로, AI 검색에서는 인용될 확률을 높이는 경쟁에 들어서고, 전통 검색에서는 즉각적인 트래픽과 전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AEO로 사이트 구조를 정비하고, 콘텐츠로 맥락을 채우고, 광고로 행동 신호를 누적하는 세 가지가 함께 진행될 때 인용 점유율이 복리로 쌓인다는 것이 그의 정리다.
“AI는 검색을 없애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발견되는 방식을 바꿀 뿐이죠.” 민 실장이 강연을 맺으며 남긴 문장이다.
이미지 출처: AI 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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