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신차를 개발할 수 있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광범위한 부품 공용화가 지목됐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도어 핸들과 서스펜션 부품, 엔진 등 차량의 주요 구성품을 여러 차종과 브랜드에 함께 사용하며 신차 개발 기간과 제조원가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에서 압박받는 유럽과 일본 업체들도 부품 표준화와 공동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영국 자동차 전문 매체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신차를 개발할 수 있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광범위한 부품 공용화를 지목했다. 동일한 부품의 생산 및 구매 물량을 늘려 개당 가격을 낮추고, 차종마다 새로운 부품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과정도 줄이는 방식이다.
차량 부품을 여러 모델에서 함께 사용하는 방식 자체는 사실 새로운 전략은 아니다. 폭스바겐그룹과 스텔란티스 등 대형 자동차그룹도 공용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전자 시스템을 여러 브랜드와 차종에 적용해 개발비와 생산비를 분산해 왔다.
다만 중국 업체들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부품뿐 아니라 도어 핸들과 스프링, 일부 엔진처럼 차종의 성격과 상품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까지 공용화 범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차종마다 별도의 부품을 개발하는 대신 이미 검증된 구성품을 다시 사용하면서 개발 속도를 높이고 공급업체의 생산 규모도 키우는 구조다.
중국 업체들은 차종의 성격과 상품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까지 부품 공용화 범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오토헤럴드 DB)
부품 공용화는 설계와 시험, 금형 및 생산설비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비를 여러 차종에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원가 절감 효과가 크다. 동일한 부품을 대량으로 발주하면 공급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하고, 생산 과정의 복잡성과 부품 재고 및 물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신차 출시 주기가 짧은 중국 시장의 경우 이미 사용 중인 부품과 전자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이 개발 기간 단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차체와 외관, 실내 사용자 경험을 빠르게 변경하면서도 기본적인 기계·전자 부품을 공용화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 다양한 신차를 시장에 투입할 수 있다.
반면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브랜드와 차종별 주행 감각 및 품질 차이를 만들기 위해 개별 부품을 별도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방식은 제품의 고유한 특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지만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생산 물량이 분산되면서 부품 단가가 높아지는 부담이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 업계도 차량의 차별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부품을 규격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는 와이어링 하니스와 철강 규격 등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부터 완성차 업체 간 표준화를 확대하는 방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일본 업체들까지 표준 부품과 기술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업체의 개발 속도와 비용 구조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설계 및 생산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사례로 해석된다(오토헤럴드 DB)
유럽연합도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을 통해 공통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성요소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유럽에서는 역내 부품산업과 고용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함께 제기돼 중국식 공급망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현지 생산과 표준화를 결합하는 방식이 검토될 전망이다.
다만 부품 공용화가 확대되면 원가와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으나 브랜드별 상품성이 비슷해지거나 하나의 부품 결함이 여러 차종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공급망을 특정 업체와 부품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생산 차질이 여러 브랜드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한편 일각에선 중국 자동차 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인건비와 배터리 공급망, 생산 규모 및 정부 산업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된 결과물로 단순히 부품 공용화만으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럽과 일본 업체들까지 표준 부품과 기술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업체의 개발 속도와 비용 구조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설계 및 생산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사례로 해석된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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