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역사는 기술적으로는 자동화의 역사다. 산업적으로는 비용절감의 역사다. 그 과정에서 독일은 자동차 종주국이었고 미국은 산업화했으며 일본은 세계화했다. 지금은 자동화와 비용절감, 그것을 바탕으로 한 중국화가 진행 중이다. 21세기 초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시장이 개방됐다. 그 자리를 당시 수익성이 악화됐던 서구 자동차회사들이 합작형태로 진입했다. 빠른 순간에 중국시장을 장악했고 규모를 늘렸다. 대부분의 서구회사들은 그들 판매에서 중국시장 점유율이 25%에 40%에 육박하며 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기에 중국 업체들은 기술력을 습득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해 중국은 시장을 배경으로 규모의 경제를 살려 냈다. 그러면서 전기차를 전면에 내 세워 중국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크게 확대했다. 지금은 인공지능으로 이용한 스마트카로 자동화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바꾸고 있다. 비용 절감 문제도 인력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테스트 등으로 소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의 지금 상황은 어떨까? 이번에는 자동차 종주국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자동차산업의 현재를 간략하게 짚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유럽연합과 EFTA,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가장 높았던 해는 2019년이다. 연간 신규 승용차 등록 대수는 1,580만 5,752대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공급망 중단과 봉쇄 조치로 인해 판매가 21% 이상 하락했다. 이후 2023년부터 연간 1,200만 대 중반 수준으로 회복하기 시작했고, 2024년 1,296만 대, 2025년에는 1,327만 대를 기록하며 1,300만 대 선을 다시 돌파했다. 2026년 현재도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3~4% 안팎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성기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약 250만 대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동차 가격 상승과 경제적 불확실성, 그리고 공유 경제 활성화 등으로 인해 자동차 수요 구조 자체가 일부 변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 번째로 규제변화도 이유로 꼽힌다. 유럽은 친환경차 전환을 가장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2024년 전후로 보조금 축소와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배터리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주춤했다. 그러나 2026년 들어 강화된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과 보급형 보급 모델들의 잇따른 출시로 전기차 판매는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 유럽 내 배터리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약 20% 안팎이다.
.
배터리 전기차의 대중화 속도가 예상보다 조절되면서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것도 이유다. 유럽 연합 내부에서 당초 예고했던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완전 금지' 조치에 대해 하이브리드나 e-퓨얼 활용 차량에 한해 예외를 두는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전동화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하며 대응하는 추세다.
독일 자동차 시장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현재 시점인 2026년 상반기를 비교해 보면, 연간 시장 규모의 축소와 함께 파워트레인 생태계가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독일의 신차 등록 대수는 약 360만 7천 대에 달하며 21세기 들어 가장 많았다. 모델별로는 폭스바겐 골프가 1위였고 티구안,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가 그 뒤를 이었다. 당시 시장의 절대 다수는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합친 친환경차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해 디젤 게이트 이후에도 여전히 전통적 내연기관 중심의 생태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6년 상반기 기준 독일 자동차 시장은 연간 신차 등록 규모는 여전히 300만 대 벽을 넘지 못하고 280만 대 안팎에서 정체 중이다. 다만 파워트레인 변화가 크다. 2026년 상반기 배터리 전기차 신차 등록은 전년 동기 대비 48% 급증했다. 전체 시장 점유율 24.8%로 신차 4대 중 1대꼴로 판매되고 있다. 반면 가솔린차 등록 대수는 18.2%, 디젤차는 8.6% 감소하며 내연기관의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정책적 요인과 글로벌 경쟁 구도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독일 정부가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총 30억 유로 규모의 새로운 배터리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구매 보조금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위축되었던 친환경차 수요가 다시 살아났다. 동시에 폭스바겐, BMW 등이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하는 가운데, BYD를 필두로 한 중국계 브랜드들이 무서운 성장세로 독일 현지 점유율을 파고들며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의 독일 시장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2026년 현재 유럽 자동차 시장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보조금 재개에 힘입어 배터리 전기차 시장이 20% 이상의 점유율을 회복하며 안정을 찾고 있다. 그러나 유럽 완성차 그룹들은 내수 점유율 하락, 중국 브랜드의 추격, 그리고 규제 대응 사이에서 저마다 다른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2026년 5월 누적 기준 유럽에서 약 150만 대를 판매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유럽 전체 시장이 4.5% 성장하는 동안 폭스바겐 그룹의 성장률은 1%에 그쳐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스코다는 11%, 아우디도 6.7% 증가했다. 반면 폭스바겐 브랜드는 4%, 포르쉐는 14.1% 하락했다. 그룹의 전체 수익성에 문제가 생긴 배경이다.
스텔란티스는 상대적으로 성장세다.. 5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5.3% 증가한 90만 5천여 대로 2위 자리를 지켰다. 지프 3.4%, 알파 로메오가 21% 감소했으나 피아트가 27.6%, 오펠이 15.1%, 시트로엥이 11.7% 증가하는 등 증가세를 견인했다. 폭스바겐과 달리 유럽 정부들의 보조금 개편 움직임을 기민하게 포착하여 가성비 높은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및 소형 배터리 전기차 공급을 빠르게 늘린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르노 그룹은 저가 브랜드 다치아가 분위기룰 주도했다. 르노 그룹은 누적 실적은 전년 대비 5.4% 감소하며 대형 업체 중 약세를 보였다. 반면 저가형 브랜드인 다치아 산데로는 2026년 현재 유럽 전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모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 둔화와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실속형 모델로 대거 이동한 덕분이다. 다만 르노 그룹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라인업의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엇갈린다. BMW 그룹은 전통적인 유럽 대형 제조사 중 유일하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가솔린차을 유연하게 오가는 멀티파워트레인 덕분에 규제 변화에 가장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나친 초고급화 전략과 전기차 라인업 EQ 시리즈의 세대교체 지연으로 인해 유럽 내 판매량이 다소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하이브리드 전기차 및 내연기관 엔진의 수명 연장 투자를 공식화하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들의 대대적인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 전통 업체들이 가장 긴장하고 있는 대목은 중국계 브랜드의 무서운 침투 속도다.
지리 그룹과 상하이자동차그룹의 MG 브랜드, BYD, 체리 자동차 등은 2026년 들어 판매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특히 유럽 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현지 공장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동시에, 상품성을 개선한 하이브리드 전기차 및 저가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유럽 안방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은 관세 장벽을 동원했다. 유럽연합이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대해높은 관세 장벽을 세우며 견제 수위를 높였다. 그에 대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공장 설립과 파워트레인 다변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전동화 주도권을 쥔 중국과 안방 사수에 나선 유럽의 무역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관세 10%에 더해 최고 35.3%p의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일부 중국 제조사는 유럽 수출 시 최고 45%가 넘는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유럽연합의 견제는 단순한 관세 부과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상무부의 중국산 커넥티드카 규제 행보와 발맞추어, 중국산 스마트카의 센서, 카메라, 통신 모듈 및 핵심 ECU에 대한 고강도 사이버 보안 조사에 착수했다. 개발 기간을 줄이기 위해 중국계 칩셋이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무분별하게 채택한 중국산 차량이 유럽 시민의 민감 정보를 유출하거나 원격 제어 취약성을 노출할 수 있다는 안보적 이유를 들고 있다.
이런 유럽의 거센 압박에도 중국 브랜드들은 더욱 치밀한 우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유럽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BYD는 헝가리 승용차 공장과 터키 생산 기지 건설을 확정 지었다.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을 인수해 현지 생산을 개시했다. 지리그룹 역시 유럽 내 공장 부지를 물색하며 메이드 인 유로 제품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산이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업체들도 유럽으로 생산을 이전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상계관세가 배터리 전기차에만 국한된다는 점을 노린 파워트레인 우회 전략도 핵심이다. BYD는 국내 시장에서 진출해 있는 독자적인 DM-i(PHEV) 기술을 적용한 씰 06 DM-i 등의 모델을 유럽에 대거 투입하고 있다. 유럽 소비자들이 전기차 수요 정체로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관세 압박이 없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점유율을 먼저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 완성차 업계는 짧은 개발 주기로 인해 발생한 소프트웨어 오류와 무분별한 OTA(무선 업데이트) 남발로 유럽 내에서 품질 부실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의식한 중국 기업들은 유럽 전문 리서치 및 인증 기관과의 협력을 늘리고, 현지 R&D 센터를 강화해 유럽 소비자들의 신뢰 지수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대응이 가능한 것은 유럽시장이 주로 B세그먼트와 C세그먼트 등 대중차 중심이라는 데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달리 가격 인하가 쉽지 않은 등급이다. 그 약점을 중국차가 파고들고 있다. 유럽소비자들도 유류세 부담 등으로 저가형 모델들을 더 많이 찾고 있다. 경쟁의 핵심은 당장에는 가격경쟁력이다. 같은 등급에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커넥티비티와 스마트카 기술력을 동원한 중국차들의 공세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다.
중국의 밀어내기에 유럽이 버틸 수 있을지, 아니면 유럽이 새로운 전략으로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저작권자(c)>



